[Opinion] 영화 '탐엣더팜 (Tom at the Farm, 2013)' [영화]

글 입력 2017.10.28 11:4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탐엣더팜
(Tom at the Farm, 2013)





메인포스터.jpg


/ 줄거리

 “오늘, 나의 일부와도 같은 사람이 죽었다…” 탐은 자신의 분신 같았던 연인 기욤을 잃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의 고향인 퀘벡의 작은 농장으로 간다. 슬픔에 젖어있는 기욤의 어머니 아가테와 형 프랑시스를 만나지만, 자신이 기욤과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차마 밝히지 못한다. 하지만 형 프랑시스는 이미 탐이 기욤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아가테의 눈을 피해 은밀하고 지속적인 폭력으로 탐의 목을 조이기 시작한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뒤틀린 그리움.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거짓들… 이들은 기욤의 짙은 그림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 출처 _ http://movie.naver ]



 

222.jpg
 
232323.jpg
 

/ 상실감이라는 이름으로


 과연 이 영화의 장르가 무엇이었을까. 스릴러, 공포물 그렇다고 해서 로맨스는 아닐 것이다. 상실감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된 탐, 프랑시스, 아이가 테. 세 주인공의 심리적 묘사는 숨을 죽이면서 집중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탐-프랑시스 사이의 묘한 복잡 미묘한 신경전이 이 영화의 중심점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전의 자비에 돌란의 작품과는 달리 단조로우면서도 명도가 낮은 색감들과 많지 않은 대사들은 영화를 전체적으로 정적이면서도 우울하게 연출한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감을 영상에 감각적으로 담아냈었던 그의 작품들을 생각했다면 의외의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비에 돌란의 영화답게 일반적이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주인공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eerere.jpg
 
ff.jpg

movie_image.jpg


/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다음에 또 도망치고 싶으면 콩밭을 택해.
지금은 10월이라 옥수수 잎이 날카로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소유한 사람, 그 슬픔을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는 사람과 그리고 슬픔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너무나도 다른 세 사람은 서로 슬픔의 해소 방법을 찾아 나선다.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온전히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선택하거나, 누군가는 극단적인 감정으로 슬픔을 해소하기도 한다. 각자의 방식 대로 슬픔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가볍지만은 않은 상실감이라는 인물의 심리적 요소를 다루고 있다.

 기존의 자비에 돌란의 영화와는 다르게 채도와 명도가 낮아지는 영화이다. 황량하고 습하고 어두침침하면서도 고요한 마을의 모습은 주인공들의 마음을 대변해준 거 이 아닐까. 무기력함의 침울한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우울한 감정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영화가 될지도 모르나, 소름 돋는 반전이나 오싹한 스릴러물을 기대했던 누군가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움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자비에 돌란은 단언컨대 미장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현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감독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하 부분은 바로 OST이다. 옥수수밭을 가로질러가는 영상과 조화를 이루는 ‘Going to a Town’는 기욤을 잃은 주인공들의 심리를 스산하면서도 평화롭게 표현하였으며, 그야말로 영화를 그대로 요약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gggg.jpg
 
vcv.jpg
 
zzzz.jpg
 

/ 그의 그림자가 머무는 곳


"(기욤과) 같은 향이 나. 목소리도 똑같고"

"우리가 너 없이 살려면 널 대신할 사람이 필요할 거야."


 나에게 온전한 사람이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라면 상실감을 채워줄 수 있는 다른 누군가를 찾기 마련. 그것이 원했던 방향인지, 원하지 않았던 방향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의 빈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지금 당장.

 이해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그 사람의 모습대로 변해가는 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의 등장은 반갑지 만은 않을 것이다. 단순하지만 틀에 갇혀버린 모든 일상들. 작은 새로움마저 낯설면서도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끌리게 되어있다. 탐에게는 프랑시스와 함께하는 농장일 이, 그리고 프랑시스에게는 탐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서로에게 낯설면서도 이끌릴 수밖에 없는 호기심의 대상이 된것이다.

 집착과 광기 그리고 폭력성은 사람을 무력화시키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은 사람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위험한 힘도 가지고 있다. 프랑시스의 폭력에 계속해서 얽매여 있는 탐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늪처럼 빠져나가고 싶을수록 빠져나갈 수 없는 감정을 잘 묘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에게 벗어나려 하여도 그는 내가 잃은 기욤의 모습을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그가 기욤이 아닌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그 사람의 일부 같은 모습을 옆에서 지키고 싶기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zzzzz.jpg
 

 개인적으로 영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영화의 시작 부분이다. 영화의 첫 도입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탐의 진솔한마음을 티슈에 급하게 잉크 팬으로 적어나가는 장면들의 나열이다. 반듯하지 않게 잉크도 번져가면서 멋대로 적혀지는 글자들은 혼란과 슬픔이라는 감정에 쫓기는 듯이 급하게 적어나가는 글자들은 탐의 상실의 빈자리를 파랗게 채워나간다. 누구도 채울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를 스산한 퀘백 농장의 짙은 안개가 채워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KakaoTalk_20170719_130301219.jpg

 
[전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