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욕망 : '쇠,철,강 - 철의 문화사' & '王이 사랑한 보물' [전시]

글 입력 2017.10.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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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인간을 움직인다. 같은 욕망이 다른 모습으로 실현되어 있는 두 전시. 국립중앙박물관의 '쇠,철,강-철의 문화사'와 '왕이 사랑한 보물 -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을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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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것 : '쇠,철,강 - 철의 문화사'



“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장 널리 사용해 온 금속입니다. 철의 강한 성질은 개척과 정복이라는 인류의 욕망을 실현시켜 주었고 역사의 전환기를 이끄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철의 강한 성질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철을 더욱 다양하고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철이 인류사에 깊숙이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팜플렛, ‘전시를 열며’ 일부


 전시회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 : 철, 인류와 만나다, 2부 : 철, 권력을 낳다, 3부 : 철, 삶속으로 들어오다. 철을 인류가 발견하고 이용하는 과정을 흐름대로 따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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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우리가 흔히 역사교과서에서 만났던 철기들이다. 그 중에서도 철로 만든 무기들이 눈에 띈다. 경도가 약해 무기로는 쓰이지 못한 청동기 국가들을 이긴 것은 단단한 철을 발견하고 활용한 철기 국가들이었다. 철의 경도가 발견된 순간은 철의 활용과 인류의 발전을 이끈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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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철, 권력을 낳다’라는 제목으로 본격적인 전쟁의 역사가 드러난다. 철로 만든 각종 무기와 갑옷, 투구 등의 방어구는 물론 철을 소유하는 것 자체로 드러나는 권력에 대해 알 수 있다. 무덤에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물건들을 함께 매장한 고대, 상당한 수의 철구들이 함께 매장된 황남대총과 같은 무덤들은 묻힌 사람의 권력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역사교과서에서나 보던 비격진천뢰와 같은 폭약을 볼 수 있던 것도 전시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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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철, 삶속으로 들어오다’에서는 민중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온 철을 만날 수 있다. 철을 이용한 각종 도구는 물론 철을 가공한 공예품도 만날 수 있다. 공예와 예술의 극치를 보이는 것은 종교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철로 만든 전(傳)보원사지 철불은 전시회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남다른 웅장함을 자랑했다. 크기가 매우 커서 부위별로 따로 만든 후 거푸집을 하나로 조립하여 주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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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나오며 철이라는 금속을 사용한 인간들에 대해 생각했다. 단단하고 투박한 것을 찾은 인간들을, 그것으로 자연을 개척하고 발전을 이룩한 인간들을, 그것으로 타인을 해하고 영토를 넓히거나 권력을 과시한 인간들을. 자연은 그대로 있었을 뿐인데 인간들의 손에서 어떤 인간에게는 유익하게 어떤 인간에게는 해롭게 사용되었다. 손에 쥔 투박한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따름이다.


“철은 양면적이지만 조화롭다.
 철은 유연하지만 까다롭다.
 철은 사람에 이롭지만 때론 해롭다.
 철은 태곳적부터 우리 안에, 또 우리 옆에 있어왔다.
 이런 철을 사람들은 때로는 이롭게, 때로는 해롭게 사용하였다.
 철을 사용한 사람들이 모든 공과(功過)를 가져가야할 이유다.”

- 전시장 벽면 발췌





화려한 것 : '왕이 사랑한 보물 -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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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주인공인 ‘왕’은 작센의 선제후이자 폴란드의 왕이었던 ‘강건왕 아우구스투스’다. 그는 바로크 예술로 왕의 권위와 위엄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런 그의 욕망이 다른 왕들보다 컸던지, 그는 최고의 장인을 동원하여 귀금속공예품과 유럽 최초로 마이센 자기를 제작하고, 다양한 보물을 모은다. 그저 모으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가진 보물들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보물의 방인 ‘그린볼트’를 만든다. 가장 화려한 것을 드러내려 노력했던 ‘당대 최고의 종합 예술 감독’인 왕의 방으로 들어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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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군복과 칼, 석궁 등이 말해주듯 그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 왕이었던 듯하다. 단순히 소유와 과시에 그치지 않고 ‘전시’에 대해 생각했던 점이 그렇다. 화려한 석궁을 보며 ‘친절한 금자씨’의 화려한 총을 떠올렸던 것은 나뿐일까? ‘뭐든지 예뻐야 돼....’하던 금자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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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들어간 ‘그린볼트 – 왕이 만든 보물의 방’은 화려한 보물들이 가득한 방이었다. 상아의 방, 청동의 방, 은의 방, 도금은의 방, 금은보화의 방, 보석의 방이라는 방 이름과 어울리는 보물들이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눈에 띄었던 것은 다른 모양의 술잔들과 그리스로마 신화의 장면들이 많이 구현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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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궁전 – 미완의 꿈’에서는 아우구스투스가 제작을 지시한 마이센 자기와 일본,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도자기들을 볼 수 있었다. 당대 유럽에서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지만 동아시아의 자기 제작 비법을 알아내지 못해 일본의 수출자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아우구스투스의 마이센 자기는 유럽 대륙에서 부러움을 샀는데, 아우구스투스는 이런 자신의 성과를 모든 왕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린볼트에 도자기만을 모아놓은 ‘도자기 궁전’을 만들고 싶어 했지만 이런 그의 꿈은 재위기간 동안 이뤄지지 못한다. 전시는 당시 설계도면을 참고하여 전시품 뒤에 배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도자기 궁전을 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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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전시를 뒤로하고 나오며 느낀 것은 인간은 변태라는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때로 비이성적이기까지 하다. 당대의 기술로는 세공이 훨씬 어려웠을 텐데 아름다움을 위해 금, 은, 상아와 같은 것들을 깎고, 다듬어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었다. 실용적인 측면을 따진다면 결코 좋은 물건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스 여신의 생생함이 술 맛을 더 좋게 만들지는 않으니까.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반짝이고 있는 보물들이 왠지 모르게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열렬하게 아름다운 것을 희구했던 왕은 자기가 모아놓은 보물들을 얼마나 좋아했기에 ‘그린볼트’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기까지 했을까? 아끼는 자식을 잘 씻기고 입혀 소개하고픈 부모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드레스덴은 정말 사랑스러운 도시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일 수 있다면,
결코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욕망


'왕도둑 JING'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2002년에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었다는데 처음 내가 본 게 언제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중 유령선의 괴물에게 욕망을 빼앗긴 인간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욕망을 빼앗긴 인간은 텅 빈 눈동자로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은 채 누워있었다. 욕망이란 그런 것일까? 정도와 범위에 따라 욕망은 위험해지지만 본능적으로 인간은 무언가를 욕망한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망으로 금속을 주조하여 무기와 도구를 만들었고, 그것은 권력과 발전이라는 형태의 욕망을 실현시켜 주었다. 아름다운 것을 향한 욕망은 당대의 기술로 만들지 못했던 도자기를 만들게 했고, 최초의 전시 형태를 궁전에서 구현해냈다. 전시장에 걸려 있던 것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구현된 욕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두 전시회 '쇠,철,강 - 철의 문화사'와 '왕이 사랑한 보물 -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은 11월 26일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패키지 관람이 가능하다. 각각의 전시와 패키지 관람가는 다음과 같다.


구분
(20인 이상 단체)
패키지 관람
,,
왕이 사랑한 보물
성인(24세 이상)
11,000
6,000
(5,000)
9,000
(8,000)
,,대학생
10,000
5,000
(4,000)
8,000
(7,000)
초등학생
9,000
4,000
(3,000)
7,000
(6,000)
유아
6,000
3,000
(2,000)
5,000
(4,000)
65세 이상
6,000
3,000
(2,000)
5,000
(4,000)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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