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래된 시간의 합에서 오는 쫀쫀함 '토너스 트리오의 브람스 전곡 연주회 II'

글 입력 2017.09.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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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간의 합에서 오는 쫀쫀함  
토너스 트리오의 브람스 전곡 연주회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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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 중에 이소라와 윤도현, 유희열, 노홍철이 함께 유럽을 순회하며 버스킹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소라와 윤도현은 같은 보컬이지만 한쪽은 우아하고 조용한 발라드에 강하다면, 다른 한쪽은 어디로 보나 로커여서 이 두 보컬의 합이 과연 얼마나 맞을까 하는 의아함을 가졌더랬다. 거기다 매번 최고의 세션과 스탭들이 따라다니던 한국에서의 대형 무대 공연과 달리 유럽의 버스킹은 오직 유희열의 피아노와 윤도현의 기타로 이루어지니... 이것 또한 적응의 연속이었으리라. 
이 방송은 음악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각 연주자들 사이의 합이나 곡의 짜임 같은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은 느끼게 해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토너스 트리오의 브람스 공연을 리뷰하려다 갑자기 왠 방송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고?
서두가 길었다. 토너스 트리오의 '브람스 트리오 전곡 연주회 II'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감명받았던 부분이 바로 이 '연주자들 간의 합'에 있었기에 조금은 쌩뚱맞지만 그 '합'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풀어보았다. 
토너스 트리오는 오랜 시간 숭늉 끓이듯 서로의 호흡을 맞추고 합을 지켜온 국내 몇 안 되는 소중한 '트리오' 이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연주했던 '브람스 전곡 연주회 I'의 후속으로 바이올린 양고운, 첼로 이강호, 피아노 주희성 외 채재일이 클라리넷을 맡아 곡의 풍성함을 더했다. 

공연은 '피아노3중주 제3번 C단조, 작품번호 10번', '클라리넷 3중주 A단조, 작품번호 114번', '피아노 3중주 제2번 C장조, 작품번호 87번'으로 구성되었는데 그동안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를 이렇게까지 소개했던 공연은 거의 없었던지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조용하지만 충분히 존재감있는 시작으로 피아노 3중주 제3번 C단조, 작품번호 10번이 연주되었고 관객들은 귀로는 음악을 듣고 눈으로는 연주자 각각의 손끝과 그들의 표정을 주시하며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피아노 3중주에 이어 Clarinet Trio in A Minor, Op. 114(클라리넷 3중주 A단조, 작품번호 114번)의 Allegro로 잔잔한 무대위에 격정이 시작되었다. 챌로 선율이 힘 있고 우아하게 내리치듯 시작하고, 뒤이어 첼로와 클라리넷, 클라리넷과 피아노, 피아노와 첼로, 피아노와 첼로와 클라리넷이 
서로의 합을 자랑하며 각각을 연주한다. 오랜 세월 합을 맞춰온 트리오답게 곡의 시작은 배려로 가득하고, 곡의 마무리는 하나인 듯 똑떨어진다. 그야말로 쫀쫀한 브람스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어서 Adagio, Andantino grazioso, Allegro로 이어지는 음악의 향연. 
브람스의 곡들은 모차르트의 화려함도 없고 베토벤의 격정도 없어 조금 밋밋한 느낌이지만, 토너스 트리오의 손끝에서는 이 밋밋함도  다양한 색을 입고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힘있는 연주가 더해져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연주자 자체에의 몰입을 위해 아무런 장치가 없는 멀끔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도 훌륭하지만 기존의 클래식 애호가뿐 아니라 보다 많은 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을 만한 장치를 함께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곡의 느낌에 어우러지되 무대의 분위기를 헤치지 않는 감상적인 아트웍이 무대 위 영상으로 펼쳐지고, 지금 연주하는 곡이 어느 곡의 어느 부분이라는 것을 명시해주는 정도만으로도 클래식이 한층 더 문을 열고 찾아온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을의 여는 브람스, 쫀쫀한 브람스를 들려준 토너스 트리오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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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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