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ature 07. '양방언' 가사가 없어도 이야기가 보인다

글 입력 2023.11.0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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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음악 취향이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주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음악에 관해서는 아무거나 다 잘 먹습니다 ㅎㅎ” 유식해 보이거나 잘 보이려고 하는 대답이 아니고요. 아이돌, 발라드, 힙합, 인디밴드 등 다양한 K팝에서부터 해외 팝송, J-Pop, 그리고 다른 사람이 커버한 곡까지 진짜, 정말 여러 장르를 듣습니다. J-Pop도 요네즈 켄시와 같은 유명인들의 노래만 듣는 게 아니라 우타이테라고.. 네, 이건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뉴 에이지 노래도 항상 빼놓지 않고 얘기하고요. 가사 없이 멜로디만 들리는 이 노래가 뭐가 재미있는지, 지루하지는 않은지 물어볼 수 있지만 그만한 매력이 또 없거든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뉴 에이지의 대가가 한 분 있습니다. 아마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거예요. 2002 부산 아시안 게임의 주제곡 Frontier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공동 음악감독을 맡은 피아니스트 및 작곡가 양방언입니다.

 

 

 

 

 

STORY


 

양방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뉴 에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면 좋을 것 같네요. 음악의 한 장르인 뉴 에이지는 네이버 지식백과 曰, “기존 서구식 가치와 문화를 배척하고 종교·의학·철학·천문학·환경·음악 등의 영역의 집적된 발전을 추구하는 신문화운동”에서 시작된 음악이라고 어렵게 설명해 뒀더라고요.


뉴 에이지는 예전부터 클래식과 많이 비교되고 평가절하된 점이 없잖아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뉴 에이지는 클래식 평론가들 사이에서 '곁다리 음악', '허세가 가득한 음악'이라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해요.(출처: 매일경제) 고전음악을 뜻하기도 하는 클래식은 옛날 시대답게 피아노나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로만 소리를 냈다면, 뉴 에이지는 현대에 맞춰 악기뿐 아니라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다양한 소리와 장르를 섞어냈습니다. 일부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본인의 음악이 뉴 에이지로 묶이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브리 애니메이션하면 빠질 수 없는 음악가 히사이시 조 역시 자신의 음악을 뉴 에이지가 아닌 클래식이라고 불러달라 했다고도 해요.


위와 같이 이야기하긴 했지만 저 역시 뉴 에이지를 아주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는 못합니다. 저보다 가방끈이 훨씬 긴 석박사들과 음악의 전문가들도 아직 완벽하게 정의 내리지 못한 장르를 일개 듣는 이가 어떻게 내릴까요. 그저 앞서 말했듯이 클래식은 고전적이며 특정한 형식과 규칙이 있는 곡, 그리고 뉴 에이지는 이와 반대로 현대적이며 다채로운 분위기를 가진 곡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클래식은 웅장해요. 뉴 에이지도 웅장한 노래가 있지만 감미롭고 부드러운 곡이 많습니다. 현대인의 삶은 너무나도 힘들고 피곤해서 그럴까요, 그래서 그런지 어떤 형식과 규칙을 알며 듣는 것보다는 다소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더 찾게 되더라고요.


이런 뉴 에이지 분야에서 유명한 작곡가인 양방언은 1960년 생 재일교포로, 아버지는 제주도 태생이며 어머니는 신의주 출신으로 혼혈이 아닌 부모님 두 분 모두 한국분이십니다. 언니에게 듣기로, 당시에 한국인이 일본에 정착해 먹고살기 위해선 소위 말하는 '전문직'을 가져야만 했다고 해요. 위로 형이 1명, 누나가 세 명이 있는데 모두 의사·약사인 '사'자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양방언의 아버지도 그에게 전문직을 강요했다고 해요.

 

음악이 하고 싶었지만 의과대학에 진학한 양방언은 그럼에도 결국 병원을 떠나 음악가로 전향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서 아버지와 의절하게 되었지만요. 추후 다큐멘터리에서 이야기하길,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인정받지 못한 사실이 너무나도 후회된다고 해요. 일본에서 나고 자랐기에 일본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였지만, 그의 본 성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싫어 대한민국으로 국적을 옮겼습니다. 재일교포이지만, 한국을 누구보다도 애정하는 분이란 게 느껴져요.


 

 

COMMENT


 

뉴 에이지의 대가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 이는 개인적인 느낌이고, 양방언 작곡가 본인도 뉴 에이지가 명확히 잘 모르겠다고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 에이지를 ‘명상할 때 듣는 잔잔한 곡’ 정도로 많이 알고 있는데, 양방언의 노래는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잠잘 때 듣기 좋은 곡도, 슬플 때 듣기 좋은 곡도, 날개를 펼칠 것만 같은 웅장한 곡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쭉 듣고 있고요.


제가 양방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사실 친언니로부터였어요. 한참 어린 나이일 때는 언니가 하는 일이 뭐가 그렇게 궁금하고 다 재밌어 보였는지, 항상 옆에 붙어 구경하곤 했습니다. 그때 당시 언니는 '아이온'이라는 게임을 했었고, 옆에서 그 게임을 보던 전 게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나이 때 제가 아는 음악이라곤 학교에서 배우는 그다지 재미없는 곡들, 동방신기나 빅뱅과 같은 아이돌 노래, 또는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같은 단순 일렉트로 사운드 게임 노래들 뿐이었는데 이 곡은 그런 노래들과는 너무 달랐거든요. 당시에 아이온은 3D 게임계에서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편이었고, 노래도 그에 걸맞았습니다. "이런 신세계가?!" 같은 느낌이었어요. 물론 언니는 그보다 더 빠르게 애니메이션 '십이국기' OST로 양방언을 먼저 알고 있었고요.


양방언의 노래를 들으면 뭐랄까요. 가사가 없어도 가사가 들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보통의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가 함께 어우러져 이해하지만, 양방언의 노래는 가사가 없어도 그 서사가 보이는 느낌이에요. 네, '서사가 보인다'는 말이 가장 알맞은 거 같아요. 노래에 강약 조절이 분명해서 그런 거겠지만요. 제가 표현력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 “그냥 노래가 너무 좋아”라고 밖에 설명을 잘 못해서, 양방언의 음악을 직접 들어보시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빠를 것 같아요.



Wish To Fly

 

Prince Of Jeju

 

 

그리고 무엇보다 양방언은 동양의 멋을 멋들어지게 잘 표현해 내요. 노래를 듣다 보면 우리나라 국악의 멋짐을 표현하기도 하고(frontier), 동양풍을 무대로 한 작품(십이국기/새벽의 연화 애니메이션)의 OST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한중일 세 국가 모두에게 인기 있고 인정받고 있으니 반박할 여지가 없죠. 그렇다면 서양풍의 노래는 잘 못하는가? 그건 또 아니죠. 엠마 OST를 들으면 “못 하는 장르가 뭐지?”라는 느낌도 들어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OST, 올림픽과 같은 공연 또는 행사의 주제가, 일반적인 앨범 수록곡 등 매체의 다양성까지 섭렵해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은 음악을 선보이고 있어요. 주제와 무대에 맞는 곡을 정말 잘 만듭니다.



Rondo Of Lilybell

 

 

 

OUTRO


 

사실 좀 웃기는 게, 아무래도 뉴 에이지라는 장르 자체가 K팝처럼 널리 퍼진 게 아니다 보니 저만 양방언을 아는 줄 알았거든요? 주변에 "양방언 알아?" 물어보면 모르고, frontier를 들려주면 노래만 아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지난 늦여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행사로 진행하는 양방언의 공연에 참석했었는데, 앞 좌석에 그들이 열성팬들이 이미 줄지어 있더라고요. 다 같이 티셔츠도 맞춰가지고요. 그런 제가 이런 글로 소개를 하는 게 좀 부끄럽긴 하지만 저 역시 예전부터 양방언의 노래를 좋아하고 계속해서 듣고 있기에 너무나도 꼭 한 번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십이국기 OST 중 정말 좋아하는 곡 하나 마지막으로 올리고, 저와 함께 많은 분들이 양방언의 노래를 많이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風駿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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