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ing Heart] 잠수

글 입력 2017.08.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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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illust. by 정현빈

가끔그런 시기가 있다. 온 몸과 마음이 지치고 모든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시기. 열심히 달려온 나머지 나에게 있던 힘을 다 소진한 걸까. 아니면곧 다가올 환경의 변화가 걱정이 되어 잠깐 멈춘 걸까. 처음에는 좀 쉬면 나아지겠지 싶어서 하던 일들을내려 놓았는데, 충분히 쉰 것 같은데도 나를 꽉 붙든 피로는 여전히 가시질 않는다. 침체된 기간은 점점 길어진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없다 보니,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가령 타인들의 SNS로부터 타고 온 소식들은 침체를 증폭한다. SNS가 타인들에게있는 가장 좋은 모습들만 모아 그것들을 잘 빚어놓은 공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라앉은 나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게 된다. 모든 알람들을 꺼 버리고는 내 안의 세계로 더 깊숙하게 들어간다. 마치핸드폰이 절전 모드를 가동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내가 져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인 책임만을 남겨 놓은채 같은 자리에 계속 고여 있다. 이번에는 이 잠수가 얼마나 오래 갈까?


[정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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