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객석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젖다, 아우디노스 기타듀오 콘서트 [공연]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던 클래식기타 콘서트.
글 입력 2017.08.21 14:1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4.jpg
 

  무대 위에는 의자 한 개와 보면대 한 개가 덩그러니 있었다. 기타 한 대의 소리가 저 뒷좌석까지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공연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불이 꺼지고, 최인 기타리스트가 무대로 나왔다. 자신의 곡을 선보이기 전, 담담하면서도 부드럽게 곡 설명을 해주는 그의 목소리는 이어질 기타연주의 느낌과 닮아있었다. 간소한 무대, 소박한 연출, 그리고 기타 한 대. 평소 이 극장에서 상연되었던 콘서트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겠지만, 장내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이 무대에 빨려들어간 관객들로 가득했던 것 같다.
 
  최인 기타리스트의 솔로 공연 첫 번째 곡은 서書. 한국적인 느낌을 가득 담은 곡이다. 서예의 붓이 움직이는 모습과 선비가 걷는 모습이 겹쳐져 부드러운 음색과 강약이 있는 리듬이 어우러지는 연주였다. 지판에서의 슬라이딩은 미끄러져 내려가는 붓의 모습, 그리고 선비의 두루마기가 그의 걸음과 함께 나풀대는 모습을 닮아있었고, 이따금 장구나 북 장단 마냥 바디를 두들김은 서예와 선비에게 내재되어있는 흥과 강인함을 표현한 듯 했다. 지극히 동양적인 멜로디와 클래식기타의 부드러운 음색의 조화가 절정을 이룬 곡이었다.
 
  그 다음의 ‘산-바다’ 연작도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곡이었다. ‘산’이 산행 중인 나그네를 비추는 햇살과 닮은 곡이었다면, ‘바다’는 그 햇살이 부서지고 있는 잔잔한 바다와 같은 곡이었다. 두 곡의 연주와 멜로디는 사뭇 달랐지만, 갖고 있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은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들도록 만들었다. 기타리스트가 그 풍경 속에서 느꼈던 감정이 오롯이 전해졌다.


13.jpg
 

  파울-에릭 기타리스트의 곡들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거기에 긴장감을 주는 복잡한 화음들이 얹혀졌다. Too late to say good bye는 클래식기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의 부드러운 곡이었는데, 온화하고 따뜻한 아르페지오로 시작하여 기쁨을 표현한 듯 했지만 이내 그 속에 들어있는 슬픔이 배어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슬픔만을 노래하는 곡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고뇌, 또 그것을 수용하려는 의지도 나타나고 있었다. 마치 늦은 가을에서 올해를 마무리하고 겨울을 결연하게 맞이하려는 듯한 곡이었다.
 
  Andel’s Lament도 Too late to say good bye와 같은 해 쓰여진 곡이라고 하였는데, 이 곡 역시 아름다움과 어떠한 숭고함이 함께 깃든 느낌이었다. 느긋하고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였지만 가장 흡인력이 좋았던 연주 중 하나였지 않나 싶다. ‘천사의 한숨’이란 뜻의 제목은 갑자기 떠오른 멜로디에 이끌려 기타를 들고 연주하던 중, 다른 세계의 무언가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만큼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주를 이루었다.
 

아우디노스 기타 듀오 최인 포스터.jpg
 

  듀오의 공연은 Water Music, Prayer, Ice Flower 순으로 이어졌는데, 앞선 두 곡은 듀오의 곡은 아니었으나 듀오의 딱 들어맞는 호흡을 느끼기에 최적인 것들이었다. Water Music은 총 6악장의 곡으로 각기 다른 물의 움직임을 표현해내었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모습, 두둥실 떠다니는 모습,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 등 종잡을 수 없으면서도 따라가보고 싶은 물의 형태를 그렸다. 각 악장마다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으나 물이라는 소재로 묶여있기에 마치 한편의 옴니버스 작품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Ice Flower는 앞서 독주에서 느꼈던 파울-에릭 특유의 따뜻함이 최인의 연주와 함께 섞이면서 보다 부드럽고 완성된 표현이 드러났던 곡이다. Too late to say good bye가 가을에서 겨울을 넘어갈 때를 연상케하는 곡이라면, Ice Flower는 그 겨울을 버텨낸 끈질긴 생명력이 마침내 축복받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눈 속에서 피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지, 또 피어나고도 아직 시린 찬 공기 속에서 햇빛을 받기위해 또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눈꽃들은 저마다의 음을 뱉으면서도 봄이 왔다는 환희에 가득차보인다. 파울-에릭의 따뜻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음악과 풍경이라는 주제에 너무도 걸맞는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자신의 곡에 대해 애정이 느껴지는 연주였는데도, 관객들이 풍경에 젖어들어가는 것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간단한 설명만 덧붙였던 기타리스트들의 센스에 감탄하였다. 그리고 기타 한 대씩만으로 스스로 찾아낸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탄스러운 순리들을 보여주었던 두 기타리스트에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상에 치어 슥 지나가버리고 말았던 수많은 풍경들에 대해, 숭고한 느낌을 다시금 일깨워준 아우디노스 기타 듀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KakaoTalk_20170821_141129376.jpg
 


KakaoTalk_20170803_011818301.jpg
 
  
[최예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