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시인 11명의 창작노트를 펼쳐보다.

"시인의 삶은 시를 놓지 않았다는 것부터 시작된다."
글 입력 2017.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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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시인 11명의 창작노트를 펼쳐보다.


"시인의 삶은 시를 놓지 않았다는 것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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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 하면 제게는 '짧은 문장으로
가슴을 두드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는 참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문장으로 가슴을 뒤흔드는 것은 어렵고,
또 어떤 시들은 읽고나서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시'는
일종의 지식인들의 문화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에는 완벽하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이해하지 못하는 시들을 마주할 때면
저도 느끼는 감정입니다.


최근,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언급하신 말이 생각났습니다.

"작가들이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쓰지 않아요."

그리고 작가들은 작품을 독자들에게 던져주면서 
독자들이 그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그렇듯 시도 그렇겠지요.
그 시를 읽는 순간,
형성되는 어떤 머릿속의 생각들, 감정들,
그 모든 것이 그 시가 제게 주는 어떤 것일겁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저는 정말 접해보지 않았던
시인들을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총 11명의 시인을 화자인 한 시인,
즉 저자가 찾아가는 것으로
총 12명의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제게는 11명의 훌륭한 시인을 쫓아가는
시인인 저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기에
이 책은 12명의 시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예술은 타임머신이다."
라는 서문의 글로 이 책은 시작됩니다.

예전 '보그 라이크어 페인팅' 전의
리뷰에서 저 역시 다뤘던 이야기입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시간이 흘러간다고 해서 촌스러워지거나
그 뜻이 흐려지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그 이유는 그 예술 속에 그 당시의 시대상과 그 당시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그것 자체 역시
예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자가 11명의 시인을 만나러 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이 가능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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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에서 소개되는 시인들은 총 11명입니다.

- 프란츠 카프카, 마르키 드 사드, 르네 샤르,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잉게보르크 바흐만, 거투르드 스타인,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에드거 앨런 포, 폴 발레리,
카렐 차페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사실 전 여기서 프란츠 카프카, 에드거 앨런 포를 제외하고는 
이번 책을 접하면서 처음 듣게 된 시인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의 문학작품이 한국어로 변역되지 않은
까닭이 제일 클거라 생각합니다.

이 11명의 시인들을 만나는 이야기는
처음 볼 때의 생소함 때문에
그 여행 속으로 다가서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소함 때문에 놀랐죠.

그 시대에 그분들이 살았던 삶은
하나같이 시에 대해서 열정적이었으니까요.

+

"작가의 삶은 … 책상에 달려있다.
작가가 정신착란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결코 책상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이를 악물고서 책상을 꼭 붙잡고 있어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말로 책 속에 인용되는 문구입니다.
이 책 속 모든 시인들은 자신의 시를 절대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붙잡고 그를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그 당시의 고난을 뚫고서 말이죠.

"시는 인간의 끼니다"
-르네 샤르-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걸."
-세네카-

"신은 인간의 지혜를 깊게 한다.
신은 무엇에 의해서 인간의 지혜를 심화시키는가.
슬픔에 의해서이다. 인간이 도망치고 숨으려고
노력하는 슬픔에 의해서이다."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천천히 나는 내가 천재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 천재라는 것은 재미있다.
그것엔 아무 이유도 없다.
그것이 당신이어야만 하는 아무 이유도 없다."
-거트루드 스타인-

"Nevermore"
-에드거 앨런 포-

"여자는 여자로 남을 때 온전한 인간인거야.
만약 여자의 머릿속에
남자가 되려는 생각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땐 괴물이 되어 버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만약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나비 연구가가 되었을 것이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
-폴 발레리-

그들의 삶 속에서 '시'는 참으로 치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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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문장들,
시인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거칠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을 마주하는 것도 
일종의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읽자마자 아! 소리가 나는 시도 좋지만
읽고나서 한참을 곱씹고나서 아~ 소리가 나는 시가 주는 
어떠한 지적 희열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지금 마주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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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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