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7 여우락 페스티벌_컨템퍼러리 시나위 [공연]

신비한 음악에 빠져들어 위로받다
글 입력 2017.07.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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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17 여우락 페스티벌
컨템퍼러리 시나위
   

[수습] 여우락 페스티벌 2017 컨템퍼러리 시나위.JPG



Prologue.
 
    필자가 본 공연의 프리뷰에서 썼던 바와 같이 ‘컨템퍼러리 시나위’라는 제목에서 현대인의 혼에게 전하는 위로를 연상하며 음악을 감상하였다. 하지만 ‘컨템퍼러리 시나위’는 처음에 생각했던 느낌과는 많이 다르게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진행되었기에, 이 글을 통해 필자에게 조금은 생경하면서도 오묘하고 몽환적이었던 시나위를 접한 소감을 최대한 생생히 전해보고자 한다.
    

캡처3.JPG
 

 
1. TIMF 앙상블과의 콜라보레이션
 
   TIMF 앙상블은 통영국제음악제의 홍보대사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2001년에 창단된 클래식 연주 악단이다. 그 뒤로도 지금까지 클래식을 전문적으로 연주해오고 있으며 이번 공연에서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다. 컨템퍼러리 시나위 공연에서 절반 가량의 비중을 차지했던 이들의 연주는 시나위 공연에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도였다.
  
   시나위는 무속음악에 그 뿌리가 있는, 혼을 달래기 위한 목적의 음악이기 때문에 클래식 연주와 함께 공연이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조합이라 공연 시작 전부터 둘의 조합이 어떨지 정말 궁금했었다. 국악 연주와 함께 진행되었던 것은 맨 마지막 순서였고, 공연의 중간에 클래식 음악 다음에 국악이 번갈아되는 형식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이런 형식의 공연이 처음이라 그런지 낯설기도 하고 두 음악이 조화롭게 어울리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 순서에 가서는 모든 악기들이 어울리며 소리를 하나씩 쌓아나갔다가 다시 하나씩 풀어지는 진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지만 아직은 이번 공연이 나에게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음악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달강달강’ 주제에 의한 시나위
 
   ‘달강달강’은 우리나라의 전래 민요로, 부모나 조부모가 어린 아기의 팔을 잡고 놀아주며 부르던 노래라고 한다. 이 ‘달강달강’은 이번 공연 전체의 모티브가 되어 TIMF 앙상블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할 때를 제외하고는 국악이 연주될 때 계속해서 그 멜로디가 반복되었다.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이 따라 부르도록 하는 연습을 통해 음악이 연주될 때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몸에 익히고 따라 부를 수 있었다.

  특별한 멜로디는 없었지만 자장가를 불러주듯 반복되는 노랫말과 가락에서 나 또한 할머니 혹은 부모님이 오래 전에 들려주셨던 자장가가 떠올랐다. 잠에 들면서 어렴풋이 들었던 것만 같은 가락의 말소리가 연상되어 음악을 들으며 그 때의 몽롱한 기분과 감각에 젖어들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음악이 귀에서 살짝 물러나 있는 것처럼 들려 의식의 경계 어딘가에 서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아마 그 감각이 느껴졌던 것은 혼이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달강달강’이라는 이 전래민요가 공연에서 가장 빛을 보았던 것은 앞서 말한 마지막 순서에서였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공연 시작 전 관객에게 미리 나눠준 ‘톤츠하임’이라는 악기로 관객들이 멜로디를 만들어 이를 따라 부르면, 국악기와 서양 악기들이 하나씩 합세하여 소리를 쌓아가는 음악이 연주되었다. 이때는 무대 위의 연주자들만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목소리와 톤츠하임 소리가 하나의 음악이 되었다가 시간이 갈수록 소리가 사라지면서 마지막엔 관객의 소리만이 남게 되었다.

   보통 관객이 공연에 호응을 하다보면 음악이 연주되는 중간에 관객들의 소리가 합쳐지기 마련인데 이번 순서에서는 그 반대로 음악이 진행되다보니 정말 신선한 느낌이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장르의 혼합과 새로운 형식으로 관객들의 참여가 이루어지는 공연을 눈앞에서 보자니 살짝 멍해지기도 했다. 계속해서 어딘가의 경계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며 기분이 오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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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컬리스트 박민희 씨의 ‘정가’
 
   이번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또 하나가 바로 보컬리스트 박민희 씨의 정가였다. 정가는 주로 정악으로 분류되는데(우리나라의 전통성악이라 할 수 있다), 시나위와 만난 것도 새로웠지만 클래식과도 오묘하게 어우러져 신기했다. 높은 소리로 몸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던 박민희 씨의 정가는 그 분의 개성인지, 공연의 주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지 더욱 한이 서린 느낌이었다. 이전까지 가까이에서 들어본 적 없던 다소 절제된 형식의 정악과 즉흥적인 형식의 무속음악이 만나 이루는 음악적 장관을 보며 또다른 스타일과 스케일의 퓨전 국악을 경험할 수 있었다.
 


 
 
   관객참여형 공연이라는 형식에서부터 클래식, 국악, 그리고 정가의 만남까지 많은 것이 어우러져 새로움을 시도했기에 사실 내가 공연의 의도와 그 음악의 감각들을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공연을 보기 전의 느낌과 인상이 보고 난 후의 것과 많이 달라서 그 낯섦에 놀라기도 했지만 새롭고 신선한 조합의 음악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 신비한 조합을 통해서 어쩌면 무의식의 경계에 잠깐 닿았다가 돌아온 느낌도 있엇다. 시작부터 끝까지 오묘한 긴장감을 띠던 몽환적인 감각은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가 평소에 느껴지지 않는 뭉쳐있던 감각을 풀어주었다. 그들의 새로운 음악에 긴장과 이완을 함께 맛보며 나도 모르게 공연에 몰입하고 나니 결국엔 그 소리만이 귀에 남았다.
 
   달강달강, 달강달강.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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