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치혁명: 혁명이 아닌, 정치학입문서

글 입력 2017.05.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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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의 제목에 붙어 있는 ‘혁명’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그랬기 때문에 기존의 정치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또한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역할은 무엇이 될 것인지 알아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책에 대한 추천사에도 촛불 시위 이후 변화하는 정국에 있어서의 민주주의의 의미와 정치에 대한 목마름을 언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책의 내용 자체가, 비전을 제시한다기보다는 기존의 정치사를 되짚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제목이 정치 ‘혁명’이 아니라, 정치 ‘개론’ 혹은 ‘입문’ 등이 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은 저자가 구분한 각 파트별로 서구와 동아시아를 비교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구분은 지극히 이분법적인 구분에 불과하다. 섣불리 이런 이분법을 적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소위 ‘서양’이라 불리는 곳에서 시작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적‧회의적 시각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이 책의 구조는 계속해서 ‘서구사회→동아시아’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단순 비교가 아닌, 서구 사회의 영향을 받아 동아시아의 정치적인 현상 역시 새로이 바뀌게 된다는 논리 구조를 사용하고 있어 더욱 우려스러웠다.

 비록 ‘민주주의’라는 체제의 기초가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독립선언에서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현대의 정치사상만을 다루는 것이 아닌 이상 각각 독자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서구사회와 동아시아라는 기준을 적용한 이유 역시 불분명하다고 생각되었다. ‘서구’ 사회의 경우는 굉장히 넓은 영역, 어찌 보면 불분명한 지역 단위를 다루는 것인데, 동아시아라는 (상대적으로) 분명한 기준을 가진 지역 단위를 비교하는 것이 대칭을 이루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는 자유민주주의도 권위주의도 아닌
새로운 정치체제가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그곳에서는 적극적 자유를 보장하는
정당한 정치권위의 토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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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결론은 위와 같이 희망적이나,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었다. 정치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는 좋은 책이었으나,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만의 정치철학’을 성립하지는 못했다. 그건 너무 어렵고, 또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든다.


[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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