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계적 그래피티 아티스트 쉐퍼드 페어리의 작품을 만나다

「위대한 낙서 쉐퍼드 페어리 전: 정의와 평화」 리뷰
글 입력 2017.04.1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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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셰퍼드 페어리전 포스터, (중간) 페어리의 작업 모습 (우) 셰퍼드 페어리
 
 지난 12월 <위대한 낙서>란 이름으로 서울서예미술관에서 전시회가 개최됐었다. 전시회 제목에 끌려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놓치고 말았다. 그러다 <위대한 낙서>의 후속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전 전시와 다른 점이라면 이번엔 '셰퍼드 페어리'의 개인전이란 사실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중 한 명, 바로 그 셰퍼드 페어리다.

 거리의 '낙서'가 거리의 '예술'이 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장 미셸 바스키아나 키스 해링과 같은 인물들이 주목받으면서 차츰 '아트'로, 거리에서 '미술관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한국에선 그래피티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엇갈리지만, 이전 <위대한 낙서> 전이 단일 관람객 수 신기록을 기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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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 입구


 전시회 입구에서부터 출구를 나올 때까지,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들은 페어리만의 '태'(態)를 보여준다. 강렬한 색감, 선명한 이미지들이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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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들의 개인 전시회들이 대체로 그렇지만,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한 공간에서,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한 작가를 어설프지만, 그나마 온전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별로 나눠져 있다면 시기마다의 변화를, 주제별로 나눠져 있다면 주제의식에 따른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고, 전체 작품들을 훑고 작가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내놓는 재미도 있다.
 
 290여 점에 이르는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들 속에서 놓치면 아쉬울 것, 첫 번째는 색(色)이었다. 위 작품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 중 하나다. 이 작품처럼, 셰퍼드 페어리는 빨간색, 검은색, 흰색, 때로는 파란색 등의 색상들을 사용해 강렬한 이미지를 만든다. 특히 그의 '빨강'이 지배적인 작품들은 돌아서고 나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빨강'이 그랬다. 셰퍼드가 선택한 색(色)과 그 색들의 섬세한 배치가 만드는 조화, 그 효과들을 발견할 수 있다. 덧붙여, 진한 녹색, 파란색, 분홍, 연두색 등, 여러 색의 벽면으로 이루어진 전시 공간이 페어리 작품이 가진 색상들을 더 선명하게 살려준다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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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재미는 'Obey' 찾기다. 작품에 남기는 서명 같은 것일 텐데, 셰퍼드 페어리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한 이 'Obey'가 다양한 형태로 남겨져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글씨의 형태를 자유롭게 변주하는 모습은 단지 이 'Obey' 글자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소개했던 작품처럼, 많은 작품에 글씨가 들어가 있다. 각각의 이미지에 조화되면서 각 작품의 존재감을 강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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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의 '평화와 정의'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전시에서는 셰퍼드 페어리가 가진 문제의식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지구의 위기' 시리즈는 최근 그가 기후변화란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2015년 에펠탑에 설치했던 것으로, 'Earth Crisis Globe'(지구의 위기 지구본)이다.(아래 그림 참조)  지구의 위기 시리즈는 푸른 계통의 색들로 이루어져 깨끗한 물이나 공기를 떠올리게끔 한다.
 
 셰퍼드는 "즉각적인 행동들을 억제하는 무지와 그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문제를 부인"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말한다. 많은 수의 작품들이 정치적, 사회적, 환경적 이슈들을 다루고 있고, 각 문제들에 대한 생각의 계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작품들이 가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문제를 '직면'했다는 느낌을 준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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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muchacreative.paris (우):news.art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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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앙드레 더 자이언츠 스티커 (우) 이후 만들어진 오베이 이미지


 전시회 출구 즈음에 지금의 셰퍼드 페어리를 있게 했던 작품, 앙드레 더 자이언트 스티커가 있었다. 그의 작품 여기저기에서 이 스티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오베이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셰퍼드 페어리를 잘 모르더라도 이 이미지는 오베이 패션 브랜드로 꽤 익숙할 듯하다. 오베이 이미지는 단순한 이미지지만 전시장 내 대부분의 작품들은 굉장히 섬세하다. 작은 무늬와 패턴 하나하나까지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낙서', '그래피티'에 부정적인 사람일지라도 그의 작품이 '미술관'에 걸려있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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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구를 나오면서도 틈틈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오베이를 패러디했던 심슨 에피소드를 상영해주고 있었다. 유명한 TV프로그램에서도 다뤄진 걸 보면 그가 미국에 끼쳤던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출구 바깥에는 이전 <위대한 낙서> 전시 때처럼 관람객들이 채울 수 있는 벽이 있어 나만의 '위대한 낙서' 하나를 남길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 예술도 변한다. 새롭게 예술이 된 한 장르의 작품들을 만나는 것만큼 설레고 기대되는 일도 없다. 낙서로만 여겨지던 '그래피티'는 이제 하나의 예술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적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미'(美)를 만나고, 그가 지향하는 예술을 엿볼 수 있다.


[이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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