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숫자로 돌아보는 2023년 연말결산

나만의 1년 회고 방법
글 입력 2024.01.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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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사에 입사한지 5개월차가 됐다. 언젠가부터 새로 시작한 일 무엇이든 넘버링 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캘린더에 여러가지 숫자가 적혀있다. 숫자에 집착을 하게 된 건 내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던 세월 덕분일까? 아니면 그냥 지나가버리면 모르니까 의미 부여하기 위함일까?


연말이 되면 직장인은 연말정산을 하고 나는 연말결산을 한다. 그 해에 무엇을 했는지 전부 살펴보고, 나만의 작은 시상식을 연다. 시상식 참석자, 시상자은 나고, 후보자는 1년을 채워준 모든 것들이다. 소수만 수상하는 명예(?)를 누릴 수 있다.


올해는 특별하게 숫자로 보여주는 시상식이다.


 

 

Part 1. 혈중문화농도 지키기


 

 

- 영화 76편 (극장 22편)

- 책 41권

- 드라마 11개 (중도 하차 포함)

- 뮤지컬 8회

- 전시회 3회

 

 

5일에 한 번꼴로 영화를 봤고 10일에 한 권의 책을 읽었다. 혈중문화생활농도를 붙잡기 위해 애쓰며 살았다. 힘듦과 나의 문화 소비습관은 정확히 비례한다.


올해는 새롭게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추가되었다. 직장인이 되어 재력이 조금 생기니까, 꽤 비싼 취미가 생겼다. 뮤지컬 <레베카>를 4번이나 봤다. 하반기에는 거의 맨덜리 저택에 댄버스 부인과 이히와 막심과 함께 살았었다. 작고 귀여운 월급을 보면 적당히 즐겨야겠다는 반성을 함께 합니다.


전시는 생각보다 많이 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가만히 앉아서 보거나 읽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올해는 조금 부지런히 밖을 돌아다녀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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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해의 영화 애프터썬

 


 

Part 2. 신분의 변화


  

 

- 서류 : 43번

- 면접 : 9번

- 회사 경력 : 6개월

정규직 4개월 + 인턴 2개월 = 6개월

 

 

2022년까지는 스스로 백수라는 칭호를 붙이며 취준생 생활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운이 좋게 면접까지 가게 되었는데 간절함이 없는걸 들킨 건지 다 떨어졌다.


2023년에는 취준생이라는 타이틀을 부여잡고 열심히 살았다. 상반기에 43번의 서류를 썼고, 30번 넘게 서류에서 떨어지고, 결국 면접도 9번 만에 한 번 붙었다.


취준생에서 5개월 차 직장인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내 작은 꿈은 1인분을 해내는 인간인데, 취준생 때 사회에서 경제적 인구로 포함되지 않는 1인분도 못해내는 사람같이 느껴졌다. 그때 영화나 책 속으로 도망쳤다. 취준생 시절의 나에게 영화는 사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는 15,000원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밥 한 끼, 커피 한 잔을 아끼고 좋은 영화를 한 편 보는 게 나에겐 더 행복한 일이었다.


인턴을 하면서 생긴 한 개의 월차를 무비데이로 만들었다. 금요일 아침부터 낮까지 연달아 영화 두 편을 봤다. 그때 본 <애프터 썬>을 나의 올해의 영화다. 

 

직장인이 되니까 영화값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금요일 밤에 지친 마음을 부여잡고 퇴근하다 영화 앱을 켜서 볼만한 영화가 있으면 무작정 내려서 한 편 보고 집에 가는 재미를 누리고 있다.



 

Part 3. 숨구멍 만들기



 

- 영화모임 10회

- 책모임 14회

- 영어모임 3회

- 봉사활동 17회

- 복싱 : 134회

 

 

나는 대화를 좋아한다. 오래 본 사람들과 하는 대화는 편하고 솔직해서 재밌고 새로운 사람과 하는 대화는 다양한 시선을 알게 되어 재밌다. 좋아하는 걸 함께 나누며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그게 내가 사는 재미고 숨구멍이다.


올해 상반기에 영화모임, 하반기에 영어모임을 새롭게 시작했다.


영화 모임에서 내가 살면서 보지 못했을 영화를 끝까지 보고 글을 쓰고 대화하는 재미를 배웠다. 책 모임은 유튜브 세상에 허덕이고 있으면 책 읽기가 후순위로 빠지기 쉬운데 열심히 책 읽는 습관을 덕분에 부여잡고 있다. 영어 모임은 업무에서 영어 쓸 일이 없어서 이거라도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영어를 잘하면 볼 수 있는 정보도 다양하고 삶이 조금 다채롭게 만들 수 있으니까.


봉사활동은 항상 마음이 따뜻해져서 돌아온다. 내가 가진 작은 능력으로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일이 뜻깊다. 항상 그 무게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2023년의 가장 큰 목표가 '운동의 습관화'였다. 아주 성공적으로 해낸 것 같다! 3일 중 하루는 무조건 복싱장을 갔다. 하루에 서류 4개가 떨어진 날, 집에 가만히 있으면 우울하니까 복싱장으로 바로 뛰쳐갔다. 한 시간 동안 고통 속을 구르며 땀을 빼면 마음도 몸도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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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기록하기


 

 

- 블로그 2,272일째 

- 모닝페이지 236일차~458일차 : 223일 작성

- 아트인사이트 : 12편 기고

 

 

나는 기록을 좋아한다. 다이어리를 사서 이것저것 끄적이는 것도 좋아하고 노션, 베어 등의 앱을 활용해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여기저기 흩어진 글을 모으는 게 내 평생 숙원 사업인데 올해도 성공하지 못했다.


글을 여기저기 쓰다 보면 온도차가 다른 걸 느낄 수 있다. 혼자만 보는 일기장(모닝페이지)은 가장 날 것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누군가 내 일기장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만큼 부끄럽다. (사실 별거 없다)


블로그는 2272일째, 6년 넘게 쓰고 있다. 딱딱과 말랑의 사이다. 누군가 읽는다고 생각하니 글이 꽤 정제된 편이다. 일기장에 적는 비밀도 몇 방울 섞어서 쓴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모습 중 가장 나다운 공간이다. 타인의 관심이 꽤나 짜릿한 편이라 여전히 쓰는 것 같다. 다만, 직장인이 되고 나서 생각할 여유도 없어져 블로그 글이 많이 뜸해졌다.


아트인사이트의 글은 가장 긴 호흡을 가지고 쓴다. 올해는 현생이 바쁘다는 이유로 많은 글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에 가장 가까이 살고 싶은지 생각하면 이 공간이다. 문화생활이 어떻게 나를 바꾸고, 영향을 주는지 남겨두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니까. 그리고 글을 쓰고 보여주는 건 항상 부끄럽지만 하나씩 쌓이다 보니 조금씩 용기가 생긴다. 


나의 글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거창한 일은 바라지도 않고, 살다가 가끔 어떤 문장을 생각나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런 문장을 쓰기 위해 올해도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2024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여러분의 2023년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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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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