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섬세한 묘사와 매력적인 사운드, 이강백의 '심청'
고전의 새로운 스핀오프! 이강백의 심청
글 입력 2017.03.0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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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눈을 잠시 감고 생각해봅시다.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가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뛰어 들기 직전, 심청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그 지극한 효를 원망했을까요? 혹은 왕비가 될 미래를 예감하고 기뻐했을까요? 그리고, 그런 그녀를 공양미 삼백석을 주고 산 뱃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이강백의 '심청'은 오직 '효'에만 집중되었던 심청전이 다른 관점으로 해석되었습니다. 바로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의젓하기 어려울만큼 익숙하지 않은 것입니다. 심청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주인공 간난은 심청과는 다르게 효성이 지극하지도 않고,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굶어죽느니 깊은 바다에 빠지진 않겠다며 단식을 합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배의 주인, 선주는 그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낍니다. 바로 '연민'과 '동정'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수도 없이 많은 여자들을 재물로 바쳤지만, 정작 본인이 죽음의 순간에 다다르자 과거가 후회되고, 새로운 재물인 간난이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이 연극은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심청전 속 뱃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간 심청의 입장을 벗어나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효가 아닌 죽음의 이야기입니다. 고전의 새로운 스핀오프일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사운드와 연출, 움직임을 바탕으로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감상을 늘어놓아 보겠습니다. 먼저, 고전의 스핀오프인 점, 더구나 원작이 심청전인 점 등으로 인해 극 속의 인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재물을 바친다니! 과학을 발전시킨 2017년엔 너무나 이해하지 못할 내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이야기를 심청전에서 봐왔기 때문에 또 새롭게 느껴집니다. 심청전에서는 '효'라는 주제 때문에 처녀재물과 같은 인권은 생각해볼 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연극은 상당히 생동감이 넘칩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 섬세한 움직임, 마치 꿈틀거림 같은 세세한 표현이 두드러집니다. 그렇다고해서 마냥 꼼꼼하고, 때문에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매력적인 기타연주와 북소리, 노래소리, 그리고 심청전을 읽는 소리가 잘 어우러져 매력적인 사운드가 됩니다.철학적이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섬세하고 재치있게 풀어내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시놉시스
일평생 9척 상선으로 중국과 무역을 해온 선주는 해마다 어린 처녀들을 제물로 바쳐왔다. 어느덧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나이가 된 선주. 마지막 제물이 될 간난을 겉보리 스무 가마에 사왔지만 그녀는 절대로 바다에 빠져 죽지 않겠다고 버틴다. 지극정성 간난을 보좌하지만 소용없는 일. 설상가상, 세 아들은 간난을 설득하는 자식에게 선주자리를 맡기라 한다. 간난이 가엾어진 선주는 결국, 그녀를 도망시킬 궁리를 하는데…공연기간 : 2017. 3. 3(금)~ 3. 19(일)평일 8시 / 토 3시, 7시 / 일3시 (월 쉼)공연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러닝타임 : 110분제작 : 극단 떼아뜨르 봄날기획 : 두산아트센터, K아트플래닛후원 : 두산아트센터관람연령 : 만13세 이상티켓 : 전석 30,000원 (중고등학생 50%, 만24세 미만 청년 30%)예매 : 인터파크티켓1544-1555 / 대학로티켓닷컴 1599-7838문의 : 02-742-7563 / k_artplanet@naver.com[이주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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