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산토끼 - 나온씨어터

글 입력 2016.12.0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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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2016.11.17(목)~12.11(일)


 비를 맞으면서 헐레벌떡 제 시간에 맞춰 들어갔는데, 참새 분장을 한 배우가 출입구 바로 앞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극 초반에 참새 3마리가 짹짹 거리며 떠들기에 내가 생각했던 연극이 이게 아닌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참새한테 왜 어머니라고 부르는 거지?라는 궁금증 때문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배우들의 대화를 통해 모두가 죽고 저승세계에 있다는 설정을 이해하고 보니 이 연극 참 신선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돌아가신 조상들이 제사 혹은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신다거나 돌아가신 나이로 저 세상에 가다보니 저승세계에서는 더 오래산 후손들이 더 젊은 조상을 극진히 섬기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연극 <산토끼>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명절과 제사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우리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나 또한 우리 집안에서 납골당과 같은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다보니 극의 내용이 보다 실감나게 느껴졌다.


산토끼 공연사진  (6).JPG
 

 극의 전반적인 내용은 후손들이 제사를 한 번으로 줄이고, 선산을 판다는 얘기를 제사에서 듣고 온 가장 아랫 조상이 이를 윗 조상에게 줄줄이 말하면서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시대가 변하니 우리도 변해야 한다며 후손들이 제사 횟수를 줄이는 것을 수긍하지만 조상들의 서운함과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제사를 지내면서 번거롭게 느껴졌고 빈번한 횟수가 부담스럽게도 느껴졌는데, 조상들의 대화를 통해 반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니 그들의 서러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살면서 가깝고도 먼 조상들을 생각할 때라고는 명절이나 제사 이외에는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제사 차례상이 조상과 후손을 연결시켜주는 흔치 않은 매개체이고, 또한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유일한 수단일 것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조상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제사도 줄인다면 우리가 그들을 생각하는 순간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것들이 조상들이 가장 걱정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조상들이 제사를 '떡 먹는 날'이라고 말하는 이면 속에는 후손들을 기억하고 또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철없게만 느껴졌던 4대조 큰할아버지의 행동들이 사실은 후손들을 사랑하는 마음임을 알았을 때에는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나의 뿌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웃음 속에서 느낄 수 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산토끼 웹상세.jpg
 

[신희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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