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선후기 변화의 흐름을 그림을 통해 만나는,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국립중앙박물관,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글 입력 2016.10.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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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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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기획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제목부터 굉장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우리 선조들의 삶과 그리고 조선의 근대적 변화의 모습들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회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에서는 조선 후기, 점차 화려한 취향의 수요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제작된 아름다운 작품들도 많이 만나 볼수 있었어요! 외래문물을 수집하기 좋아하는 수장가들의 이국적인 화첩들도 볼수 있었구요. 작품량도 상당히 많아 꼭 한번 들러볼 전시회로 추천합니다.

 한국화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태평성시도 였는데요, 작자미상의 이 작품은 당시 지식인들이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적인 도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2,100명이나 그림을 꽉 채우고 있는데요, 정말 깨알같은 묘사에 두세시간을 쳐다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을만큼 '이야기'와 '사람', '삶'들로 가득찬 도시상을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그때 시대로 치면 나름 꿈같은 미래도시를 그린 SF급 상상력과 묘사력을 선보이는 그림이에요. 지금 보면 지극히 조선시대의 삶의 모습들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하지만요. 다양한 당시 백성들의 삶의 모습들을 그림 속에 그려넣은 것을 보면, 조선후기에 서울에 대도시로써의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주는것 같습니다. 어쩌면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적으로 중심지가 될 한양의 미래상을 당시에도 이미 예견한 듯도 하고 마치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당시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중간에 이국적인 느낌의 건물들은 지금 고층빌딩들을 상상한 모습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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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울경제


 그리고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할 그림은 단연 랴오닝성박물관 소장 '청명상하도'와 '고소번화도'인데요, 진품이 10월 23일까지만 전시된다고 하니, 진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금 서둘려 감상하셔야 할것 같아요!

 각 10미터와 12미터나 되는 긴 화폭에 명청시대, 번화한 도시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청명상하도는 중국 국보 1호급의 그림이에요. 원본은 북송시대에 제작됐지만 명청시대에 모사본이 많이 그려졌다고 해요. 그런데 규모도 규모지만 너무 작게 묘사된 사람들이 한명한명 살아 움직이는 듯 해서 참 놀라웠어요. 이 청명상하도가 태평성시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전시 초반부에서는 겸재정선이나 강희언 등 18세기 화가들이 그린 한양의 모습들을 많이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요, 저는 사실 4대문 안쪽만 한양에 해당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된 사실이었어요. 4대문 밖도 한양인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서대문밖에만 나서도 바로 경기감영이 있는 경기도였다고 하네요. 서대문밖, 경기감영 주변의 모습을 그려놓은 '경기감영도'도 있었어요. 한양의 모습을 풍경화처럼 운치있게 그린 그림들도 좋았지만, 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그려넣은 그림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람들 하나하나가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하기했고, 깨알같은 묘사력이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당시 중국 연행중에 혹은 일본 통신사행중에 구경한 다양한 외국 문물들을 그려놓은 그림을 통해 외래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지식인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조의 꿈이 담긴 신도시 수원 화성의 모습을 담은 병풍도 있었어요. 1794년 시작된 수원 화성 건설사업은 정조가 꿈꾸었던 이상적 계획도시로 구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교통을 원활히 하기위해 큰 네거리 교차로를 내었고, 상가와 시장도 계획적으로 구성한 계획적 상업도시라고 하는데요, 이를 위해 최신 과학적 지식이 총동원 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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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가 1부이고,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로 2부가 시작됩니다. 화원화가들이 그린 문인들의 모습들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책가도들도 있었는데요, 책뿐만 아니라 진귀한 외래문물들을 예쁜 구도로 진열시켜 놓았어요. 호피장막으로 장식해 놓은 책가도라던가 진귀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선시대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조선말기의 화가 장승업, 유숙이 그린 매화도들은 조형적으로도 장식적이고 상당히 현대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가 있었어요. 매화나무 전체 중 일부만 표현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생략한 것도 상당히 파격적이고, 힘있게 뻣어나간 매화가지들이 화려한 색감으로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조선 말기에는 정말 현대적인 조형미가 완연히 드러날 정도로 미술계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보통 서양에서는 미술계에 변화가 있을때마다 큰 갈등이 일어난다는 생각을 해왔는데요, 조선에서는 이 정도로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주목할만한 갈등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전시회 전부과 후반부까지 큰 변화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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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외에도 다양한 조선 후기에서 말기까지 미술을 통해 보는 한국 사회상의 모습들, 문인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들, 도시의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취향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어 기억에 남는 전시회였어요. 역시 글보다 그림이 어떤 측면에서는 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말로 백번 표현을 한다해도 그림하나로 전달 할 수 있는 종합적 단서들이나 느낌을 정확히 표현하기는 힘들거에요. 조선 후기, 변화하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림들을 통해 한층 더 우리 선조들과 가까워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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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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