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적나라한 현실의 일면, 연극 < 오늘의 사건 >

글 입력 2016.08.3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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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알과핵 소극장에서 연극 <오늘의 사건>을 관람했다. 연극의 제목과 포스터 모두가 도발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학로에서 이 연극의 포스터를 볼 때마다 굉장히 기대감이 커졌다. 과연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까. 왜냐하면 결국 이 연극이 다룰 것은 바로 지금의 현실을 투사한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놉시스를 살펴보면 아주 간략하게 표현하면서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게 있었다.




 

<시놉시스>
 
11월의 어느 날 북한산 입구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수사대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다. 칼에 찔려 무참히 살해된 배상철. 한편 정치부 기자 이승환은 대통령 후보 동생 배인호의 재판을 취재 중이다. 취재 중, 배상철 살인사건과 배인호 재판의 연관성을 찾게 되고 이것이 단순 사건이 아닌 정치적인 사건임을 알게 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사건은 빠르게 종결된다. 이 사건의 수사 종결로부터 '오늘의 사건'은 드러나기 시작한다.
 
 
 



연극 <오늘의 사건>에 대해 아주 집약적으로 표현하자면, 현실이 얼마나 적나라하고 무서우며 어두운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것은 소극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무대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무대 위에는 폴리스라인이 둘러져 있었고 그 가운데 선혈이 낭자한 상태의 시신이 무대 위에 엎드려 있었다. <오늘의 사건>은 바로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미 무대가 시작되기 전부터, 객석이 웅성거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 세팅 탓에, 그 번잡한 소음 사이로 묘한 긴장감과 불편함이 흘렀다.



극의 내용이 본격적으로 전개가 되면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점이 있었다. 바로 시놉시스에서 유추하게 되던 전개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극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배상철 살인사건'이 연극의 진행을 추동해나간다는 점은 시놉과 극 모두 같았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시놉시스에서는 '정치부 기자 이승환'이 이 모든 상황에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인물로 비춰졌던 것에 반해 실제 극의 전개에서는 '정치부 기자 이승환'의 아내이자 시놉시스에서는 언급되지도 않았던 '강북경찰서 형사 정민주'였다는 점이다. 극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방향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가서 놀랐다. 기자의 입장에서 진실에 도달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형사의 역할이 주요했다.



연극을 보는 내내 현실과 허구를 아주 자유롭게 넘나들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극 중에서 다루는 모든 사건과 인물, 심지어 대사들은 다 허구로 창조된 것이지만 그것을 세밀하게 보고 들으면 그것이 현실의 무언가를 투사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보면서 더욱 숨막히는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오늘의 사건>에서 나타나는 악독한 감정, 부정적인 기운, 추악한 모습들은 완벽한 허구인 동시에 현실의 거울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극악의 상황에서부터 무대가 시작되었고 또 다루는 내용 자체가 밝을 수가 없는 내용이었기에 숨막히는 기분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극의 중간에 숨겨져 있는 아주 통렬한 웃음포인트들이 폭발적으로 터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이 부분은 동네구멍가게 주인 역을 맡은 강학수 배우의 역할이 컸다. 인자하고 수다스러운 할아버지 역할로 나와서, 정치와 경제에 대해 아주 우스꽝스럽고 민망한 이슈들을 익살스럽게 잘 풀어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바로 '정민주 형사'에 대한 설정이었다. 정민주 형사는 첫 등장 씬에서, 정직당한 상태로 나온다. 뇌물 수수 혐의로 정직당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녀가 배상철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날밤 술집에서 배상철을 만났던 것을 기반으로 하여 복직하고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거의 이혼 직전 상태였던 남편 이승환 정치부 기자와 화해를 하고, 그와 연합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사건을 캐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본 작품의 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욕망과 의무의 갈림길에 선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환으로 정민주 형사에게도 의협심만 부여한 게 아니라 일종의 핸디캡을 추가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오히려 욕망과 의무의 갈림길에 선 인물은 극 중에서 정민주 형사가 아니라 아주 명확하게, 다른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명확하지 않았다. 뇌물 수수를 할 정도의 인물이 정치권과 언론의 타락 그리고 자신의 상사가 비리를 저지르는 것에 정의를 외칠 만한 사람일 수 있을까. 나는 여기에 그다지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의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당초 뇌물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극 중에서 정민주 형사가 왜 남편 이승환 정치부 기자와 이혼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끝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이른바 떡밥회수가 안된 셈이다. 그것이 뇌물 수수 때문이었는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결국 극이 마무리되어버려 굉장히 아쉬웠다. 부부라고는 하지만 전혀 부부 같지 않은 그 둘은, 그냥 대의를 위해 뭉치는 사람들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이 함께 진실에 접근해나가는 모습이 좀 더 와 닿으려면, 부부 사이에 있었던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이것이 완전히 해소됨으로써 그들이 동일한 목표로 결집되는 인과가 명확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어야 한다.




입장할 때부터 미리 극단에서 휴대폰을 꺼 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무음이나 진동도 아니고 소리를 키워둔 상태의 휴대폰을 소지한 관객도 있었고 극 중에 자꾸만 잡담을 하는 관객도 있어서 몰입하는 데에 무척 방해가 됐다. 솔직히 말하면 연극을 보면서 이렇게 관객들의 민폐를 절감하는 작품이 없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아주 집중해서 살펴보아야 하는 중요한 작품인데, 자꾸 주의를 분산시키는 일들이 발생해서 종래엔 화가 날 지경이었다.

일부 관객들의 관람예절에 대한 불만과 극의 설정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정말로 주목해야만 하는 작품이다. 관객들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묻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불편한 진실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를 말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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