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고 동구씨만 살아남았다 - 연극 '후산부, 동구씨'

글 입력 2016.08.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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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1988년 희락탄광붕괴
고립 된 광부의 생존 보고서

'후산부, 동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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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 후산부, 동구씨
일정 : 8월 11일(목) ~ 8월 28일(일) 평일 8시, 주말 4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CJ 아지트대학로
출연 : 오민석, 윤광희, 문병주, 김용운, 이준희, 이인석, 이현주, 윤효원
예매 : 인터파크티켓, 플레이티켓
입장권 : 전석 20,000원
문의 : 010-9875-2879
공식블로그 : 공상집단 뚱딴지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ddong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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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후산부, 동구씨'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희락이라는 가상의 탄광을 설정해 붕괴사고로 고립된 광부 4명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실제로 1967년 구봉광산이 붕괴되어 16일만에 광부 1명이 구조된 바가 있으며, 1982년 태백탄광이 붕괴되어 15일만에 광부 4명이 구조된 바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탄광'을 떠올렸을 때 69일만에 기적적으로 광부 33명을 구출한 '칠레 산호세 탄광 사건' 혹은 '아오지탄광'만이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는 석탄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 폐광사업을 실시하면서 석탄 또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점점 멀어져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탄광이라고 하면 참 멀게만 느껴졌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탄광붕괴로 인한 일련의 사건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연극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후산부, 동구씨'뿐만 아니라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룬 연극 '해피 투게더' 같은 작품들을 보면서 제가 알지 못했던 어두운 과거와 역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목 '후산부, 동구씨'를 접했을 때 '후산부'가 무엇을 뜻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연극을 보면서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지요. 이는 희락탄광에 새로 들어온 동구씨에게 붙여준 단어로, 아직 탄광일에 서툴고 미숙한 사람은 후산부, 반면 숙련된 광부들에게는 선산부라는 용어를 붙여 사용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탄광에 갇힌 광부 4명 중 선산부에 속한 광부 3명은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후산부 동구씨만이 유일하게 살아남게 됩니다. 애국심으로 자신의 한몸을 바쳐 탄광에서 일했던 선산부 광부들과는 달리 아직 그런 사고가 미흡하게 형성된 동구씨에게 탄광붕괴 사고는 사회의 부조리함과 구조적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자각을 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탄광의 이름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희락'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연출가님의 정확한 의도는 파악할 수 없지만, 저는 기쁠희, 그리고 즐거울락이라는 한자가 떠올랐습니다. 1988년은 가상의 사건 희락탄광붕괴가 일어난 해일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축제, 서울올릭핌이 개최된 해이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열정과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져있을 때 사람들은 그 '희락'을 쉽게 깨뜨리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희락탄광 소장역을 맡은 윤광희배우님은 무전을 통해 계속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입니다. 기다리라는 말을 들으면서 저는 수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갔던 세월호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이 무대는 1인 2역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4명의 배우가 각각 광부, 그리고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모인 전문가역을 맡은 것입니다. 희극과 비극을 동시에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감탄하고 역지사지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후산부, 동구씨'를 통해 의미있는 시간을 갖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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