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를 다시 보는 연극

글 입력 2016.07.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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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보고 즐길 수 있었던 영화값이 오르면서, 영화를 보느니 그 돈으로 다른 활동들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났다. 연극도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물론 나는 <아트인사이트>를 통해서 초대권을 얻었지만...ㅎ )

젊음이의 거리를 신촌 홍대로 정의한다면, 대학로는 열정의 거리가 아닐까 싶다. 연극을 보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지만, 연극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인 이 거리는 연극을 위한, 자신의 꿈을 위한, 열정가득한 이들의 거리이다. 열정의 거리 그 한가운데 배고파 시리즈의 <모놀로그 - 아이>를 보기 위해 연진 아트홀에 도착했다.

사실 나에게 대학로 방문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다. 연극은 살아 생전 이번 모놀로그가 2.5번째 였고(한 번은 중간에 실수로 못들어갔다ㅠ) 생각 보다 가깝지만 연극을 보지 않는다면 크게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주 오지 않았었다. 연극이라는 것이 눈앞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스크린을 통한 영화와 달리 생동감있고, 관객과 소통하는 매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나는 이미 그런 매력을 오케스트라나 뮤지컬 등 예술의 전당에서 느꼈기 때문에 연극에 대해서 크게 결핍을 느끼지도 않았다. 가끔 연극을 자주 보고 연극에 대해서 잘 아는 이를 많나면 지대넓얕의 마음에서 열망이 조금 생겼을 뿐?

이러다 보니 연극에 앞서 생소한 대학로 구경을 먼저 하였다. 완당을 먹고 학림다방에 가서 쉼을 취하였다. 학림다방에 올라 대학로를 내려다 보았을 때 마치 이 곳은 시간이 멈춘 곳처럼 느껴졌다. 더 맛있는 저녁을 위해 낙산공원에 올랐는데, 전망대에서 동네를 내려다 보았을 때 시간이 멈췄다는 생각은 더 크게 들었다. 분명 가까이서 보면 많이 변했고, 현대적인 듯 하면서도 멀리서 보니 한 사십년, 오십년쯤은 더 오래된 듯해 정겨움과 과거를 통해 느껴지는 향수가 느껴졌다. 이런 감성적인 마음을 한 가득 안고 우리는 연극을 보러 연진아트홀로 갔다.(본 글은 리뷰다 보니 대학로의 이야기는 더이상 생략한다.)

낯설었다. 표를 발권하는 모습도 표를 확인하는 모습도. 과거에 어떤 연극인지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사람들이 많이와 지정된 좌석에 앉지 못하고 무대 앞쪽에 앉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가 다시 생각나면서 '아 연극이 배우와 이렇게 가깝게 소통하는 장르였지'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그렇게 불이 꺼지고 연극이 시작되었다. 


당신의 그것은 안녕하신가요?


모놀로그 아이의 줄가리는 다음과 같다. 어린 시절 자신의 생일날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는 상처를 얻은 민서는 이 상처로 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쉽지 않아 괴로움을 겪는다. 잠이 들지 못하는 민서는 잠을 잘 수 없는 이유가 심각한 변비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병원을 다니면서 민서에게는 사랑이 찾아와 점점 호감을 느끼고 있다. 꿈과 현실은 큰 차이가 없지만 자신이 믿으면 그것이 현실이 되고 믿지 않으면 꿈이 된다고 말하는 민서는 점차 아픔을 잊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아픔을 잊고 새롭게 출발하게 되는 이야기다. 

배우 한 명이 혼자 나와 극을 이끌어 가는 모놀로그 공연은 다른 연극이나 그 어떤 다른 공연들과 달리 몰입도가 있었다. 어쩌면 방해요소들이 없기 때문에 온전히 인물 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체구가 정말 작고 여려 보이는 여배우 '이영주'는 혼자였지만, 무대를 장악한 듯이 몰입력을 보여주며 연극을 이끌어 나갔다. 어렸을 적 아픔, 트라우마로 인해서 과거를 직시 하지 못하고 과거 속에 남아있는 민서. 그리고 이를 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사랑의 노력. 그리고 노력 끝에 마주하게 된 트라우마. 연극을 보는 내내 상담을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 전공자로서 더욱더 재미를 느꼈다. 민서가 첫 등장에서 말했던 당신의 그것! 그것은 민서에게는 '똥'이였지만, 우리에겐 무엇일까?나는 (아마) 하얀 원피스였고, 누군가에겐 또 다른 종류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은 모두 안녕하신가? 우리는 그들을 보내주었는가? 우리는 우리의 행복과 사랑을 위해서 과거를 제대로 직시하였는가? 현대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이 연극은 나에게 여러 물음을 남겼고, 과연 나는 행복한가. 나는 나에게 솔직한가 라는 생각을 계속 던져 주었다. 

한편으로는 민서가 종일 들고 다니는 인형을 보며 한편으로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이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우리에게 전부였던 빙봉 하지만, 이제는 잊고 살고 있다. 그마저도 기억구슬로 보관되기 보다 기억의 쓰레기장에서 기쁨이와 슬픔이를 살리기 위해 사라지고 만다. 빙봉은 우리에게 기쁜 기억이고, 사랑스런 추억이지만 잊어버렸다는 존재, 그리고 그것이 바로 과거의 나였다는 존재라는 면에서 민서의 인형과 조금 비슷핳지 않을까 싶다.

연극의 내용 뿐만 아니라 나는 이번 연극은 무대의 소름돋는 연출력을 칭찬해 주고 싶다. (이 곳부터는 스포가 있는 내용들일 수 있으므로 읽고 싶다면 7/31 이후에 읽기를 추천한다.) 민서는 어린 시절 자신의 생일날에 있었던 나쁜 기억으로 인해서 트라우마 속에 갇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서의 방으로 나오는 공간은 부모님과 아주 어린 아이의 사진만 있으며, 방안에는 마치 6살의 방처럼 인형들이 가득하다. 심지어 아이들의 목마 장난감도 있다. 특히 나는 가족사진을 보면서 연극도 영화나 드라마 처럼 소름돋는 연출을 보이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감탄하였다. 

영화 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던져준 연극 <모놀로그-아이>는 이번 달 말일까지 공연을 한다고 한다.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제목인 <모놀로그-아이> 였지만, 어쩌면 저 제목이 내용의 모든 것을 말해준 공연인 것 같다. 앞으로는 대학로에도 자주와서 이런 연극들을 많이 즐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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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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