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임동진 모노드라마 '그리워 그리워', 아버지의 인생 [공연]

글 입력 2016.05.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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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임동진 모노드라마 '그리워 그리워'
2016.5.9 ~ 6.25 / KT&G 상상아트홀


  지난주 목요일, 5월 12일에 삼성역 상상아트홀에서 연극 '그리워그리워'를 보고 왔다.

  이 작품은 내가 시놉시스를 보고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가을 느낌에, 을씨년스럽고 쓸쓸한 분위기를 예상했으나, 그와 달리 '아버지'는 무대에서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딸이 죽기 전 둘 사이에 후회할 만한 갈등이 있었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아버지의 기억에서는 항상 화목한 가정이었다. 아내와의 첫만남, 연애, 소중한 외동딸의 탄생, 애지중지 기른 추억들,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말하는 아버지는 밝은 모습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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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탁상 위에 놓인 죽은 딸의 사진에게 혼잣말을 건네는 모습에서는 어쩔 수 없는 쓸쓸함이 묻어난다. "혼자 사는 사람", 그것도 처음부터 혼자였던 사람이 아니라 혼자가 된 사람의 쓸쓸함이. 그리고 딸의 사유와 죽기 직전에 받은 충격을 알게 된 아버지는, 다시는 전처럼 가책 없는 웃음으로 딸의 사진을 대할 수 없을 것이다.

  연극을 보러 가기 전, 인터넷 뉴스에서 임동진 배우와 정영숙 배우의 '부부 케미'를 언급한 기사를 보았다. 모노드라마인데, 목소리 출연 정도로 '케미'를 보여줄 수 있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지나갔었다. 제작발표회이니 그렇게 기사를 썼겠지 하며.


  하지만 연극을 보고 나서는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성우'라는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 직업인지 알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 그저 일기를 읽어주는 내레이션일 뿐인데도, 절제하는 듯한 목소리에서 사무치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원망스럽고 미우면서도, 그리워하는 모습이 진정 사랑인가 싶었다. 나이 들고 나면 사랑은 식고 정으로 산다, 자식들 보며 산다고들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보다.



금낭화 피던 봄날도
우산 속에서 듣던 그 여름비도
당신과 함께 태우던 가을 낙엽향도
함박눈 하얗게 쌓여 발자국 남기던 그 겨울도
난 그대가 그리워 잠 못 든다네...
그리워 그리워
홀로 그리워...



  아버지는 옆집 부부싸움 소리에 대고 말한다.



죽을 때가 되어서 가장 후회하는 것이, 살아생전 사랑해야 할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 것이라오. 사랑하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오.



  이 말은 그대로 비수가 되어 아버지의 가음에 꽂힌다. 어머니는 곁에 있지만 곁에 없었던 아버지를 그리다 먼저 떠났고, 아버지는 이제 곁에 없는 어머니를 그리다 그 곁으로 가겠다고 하신다. 주인공은 아버지, 주제는 사랑인 아버지의 인생.

  아버지의 인생,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극 안에는 정말 글로 하나하나 표현할 수 없는 인생이 담겨 있었다. 인생의 행복과 실수, 후회와 사랑과 그 모든 것이. 연극을 보고 나서 느낀 점은 무수히 많다. 그 중에 내가 배운 삶의 태도는, "내 경험과 내 시각만으로 상대를 재단하거나 상상하지 말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연극 내용을 상상하고, 프리뷰를 썼는데, 그 안에 담긴 극의 내용은 좁은 시야에 갇혀있었다. 무언가를 볼 때, 어떤 것을 새로 경험할 때는 더 넓게 보고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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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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