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이들의 반응은 다르다.
여기 고약하게도 살고 싶지만 죽어야하는 이가 있고
이제는 눈을 감고 싶지만 도저히 감을 수가 없는 이가 있다.
뱃사람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제물로 바쳐져야 하는 간난이.
효성이 깊어 눈 먼 아버지 눈뜨게 해드리려고 팔려온 것이면 화라도 안나겠는데,
아버지는 눈이 멀지 않았다. 가족들 굶기고 도박에 눈 팔린 아버지가 싫고 밉다.
그리고 나를 팔아넘긴 그런 사람이 바로 우리 아버지다.
화난다. 화나도 너무 화난다.
그 분노를 굶는 것으로 표현하는 간난이를 보며 선주는 어쩔 줄 모른다.
예전에는 제물이 될 처녀들이 순하게 따라가게 만들기 위해
심청전을 짓기도 했던 그였다.
엄하게 다스리고 구슬려 배를 태웠다. 쭉 그래왔다.
근데 그렇게 해서, 내 다섯 척의 배를 띄워 중국에 가서
스무 배의 이윤을 남겨온다 해도
무슨 소용일까? 나의 죽을 날은 다가만 오는데..

이강백의 심청은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의 심경 변화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너무도 담담하게, 선주의 마음을 받아들여 아버지를 용서하고 떠나는 간난이와
배가 인당수에 채 닿기도 전에 무너져버리는 선주.
이 둘의 죽음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러나, 삶이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도 해야겠다.
너무 오랜만에 집중해서 생각을 하게되었던 작품이라,
대학로 하면 떠오르는 흔한 로맨틱코미디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
하지만 흡사 응원전 보조마이크를 떠올리게 했던
감초같은 세 명의 악사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명칭이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그 빵모자 쓰신 분들!
막내아들님은 오달수를 닮았다.
생각보다, 꽤나 재미요소도 있는 동시에
보고 나와서 일행과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진지함이 있다.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www.artisight.co.kr) 문화초대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