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향인으로 살아남기 [도서/문학]

글 입력 2024.04.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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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외향'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외향적인 사람 되는 법'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한다. 반면 '내향'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내향적인 성격 극복', '내향인 사회생활'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따라붙는다. 즉, 우리 사회에서 외향성은 추구해야 할 성격이지만, 내향성은 극복하고 고쳐야 할 걸림돌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어느 내향인의 고백


 

나는 내향인이다. 말하기 전에 수십 번은 생각하고, 발표 전날에는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마쳐야 하며, 약속은 무조건 징검다리 식으로 잡아야 에너지가 유지된다. 어쩌다 4인 이상 모임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소개받고, 식사 자리가 연속으로 잡혀 있는 날엔 집에 오자마자 탈진한다. 그리곤 침대에 누워 생각한다. '아, 진짜 죽을 것 같다.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아무도 만나지 말아야지.'


내가 보기에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절해버리는 내향인이지만, 남들은 나를 종종 외향인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나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먼저 말을 거는 걸 어려워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 대화를 주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은 사람들과의 '첫 만남'에서 극대화되는데, 나는 내가 '낯을 가린다'는 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아 더욱 활발하게 행동한다. 대화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상대방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리액션 하는 것이다. 그렇게 '외향인의 가면'을 쓰고 나를 포장했던 날엔, 집에 와서 반드시 후회한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나는 '내향인이지만 내향인스럽지 않은' 요상한 위치에 놓여있다. 이게 내 성격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지만 나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들로 인해 과하게 피로해지고, 때때로 자괴감을 느낀다.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나를 외향적인 사람으로 여겨 다음 만남부터 나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기대하고, 나는 또 그 이미지를 깰 수 없어 무리한다. 그래서 정신적인 소모가 심해지고, 점차 사람들을 만나는 게 힘들어진다.


나는 노력하면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지만, 그 노력의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 상황에 맞추어 만들어지는 성격 때문에 나조차 내 본래 성격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혼란스러울 때도 많다. 단순히 '외향/내향'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애매한 성격 때문에 '이 집단에는 나를 어떻게 맞추어야 할지' 고민스러워지는 것이다. 

 

 

 

다 같은 내향인이 아니야


 

이 책에서는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을, '외성+내향' 조합으로 분류한다. 타고난 사회성이 낮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가 더 좋은 '하이브리드' 유형이라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유형은 적응을 잘하기 때문에 사회성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리더 역할도 곧잘 하지만, 타고난 내향형 인간이기에 그럴 필요가 없을 때에는 '집콕족'이 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는 것을 꺼리기에 연락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나와 정말 잘 맞는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개념은, 바로 '셀프 모니터링' 성향이다. 셀프 모니터링이란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상황에 잘 맞추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 성향이 높은 사람을 'HSM(High Self-Monitoring)'이라고 한다. HSM은 상황적 맥락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환경에 따라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조정하고, 이 과정이 누적될수록 스스로에 대한 혼란을 느끼기 쉽다. 한 마디로, HSM은 스스로를 '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면서 주변 환경에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카멜레온처럼 맞추는 사람인 것이다. 

 

나는 이 개념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내가 힘들었던 이유가 바로 '높은 셀프 모니터링 성향'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내향인'이라는 사실은 무시한 채, 상황에 무조건 잘 적응하기 위해 일종의 감정 노동에 가까운 행위들을 반복하며 나의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방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알고 남을 알아야 백전백승



저자는,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정보를 이렇게 정의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대방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자기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만이 상대방의 마음도 파악할 수 있다.


심리학자 조지 켈리는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개인적 구성 개념'을 고안하였는데, 이는 '내가 세상과 사람을 볼 때 어떠한 사안들을 중요하게 여기는가'에 대한 답변 리스트를 뜻한다. 사람들은 같은 현상을 바라봐도 세상을 이해하는 '구성 개념'이 다르기에, 이것을 알면 그 사람의 캐릭터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구성 개념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본질적인-피상적인 2. 믿을 수 있는-믿을 수 없는 3. 독립적인-의존적인 4. 존중하는-무시하는 5. 성숙한-미성숙한

 

이러한 구성 요소들로 보았을 때, 나는 본질적이고 믿을 수 있는 것들을 중시하며, 독립적이고 남을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을 좋아하는 캐릭터일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살펴보는 것인데,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면 남들보다 훨씬 수월하게 멘탈을 회복하고 힘을 낼 수 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잠들고, 친한 친구와 단둘이 만나 대화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을 느낀다. 또한 휴일에 좋아하는 드라마를 하루 종일 몰아 보고, 헤드폰으로 귀가 터지도록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할 때 행복해진다. 요즘 나의 새로운 '소확행'은 디퓨저로 집안에서 좋은 향기가 나도록 하는 것인데, 내가 좋아하는 향기 속에 둘러싸여 있을 때 매우 안정적이고 평화로워진다.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는 연습



아무튼 다시 인간관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내향인의 주요 스트레스 원인은 '오버 애널라이징', 즉 과도한 생각들과 일방적인 판단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포착되는 상대방의 미묘한 행동들을 혼자서 생각하고, 일방적인 시뮬레이션으로 가늠하는 것. 이렇게 쌍방향 소통 없이 내 머릿속에서 마침표를 찍는 습관은 관계에 있어 치명적인 독이 되기 때문에,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내 생각은 그저 내 생각일 뿐입니다. 내 머릿속에서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쉼표'를 찍고, 상대방과 직접 이야기 나누면서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 과정을 연습해나가야 합니다." (148p)

 

 

우리는 끊임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성격과 성향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딱 한 가지이다. 나를 잘 알고, 그런 나를 인정하며, 나에게 잘 맞는 인생의 결을 찾아서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 이 책은 그런 삶을 향한 내향인들의 첫걸음이며,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든든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김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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