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먹고 싶은 연극 '라면' 솔직후기
글 입력 2016.04.24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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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은 연극, 라면-지난 토요일,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문화초대를 받아 대학로에서 연극 '라면'을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연극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공연이었다(그다지 좋지 않은 의미에서...). 애초에 가졌던 기대감은 '공감'적인 측면이었는데, 연극을 관람하다 보니 공감은 둘째치고 전반적으로 불편한 요소들이 많았다.이 연극의 기본 전제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결혼에 대한 남녀의 생각과 현실적인 고민들을 풀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전제를 연극 구성 전체에 깔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남녀와 여자 각각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연극은 다소 불친절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라면집을 차리려는 남자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울면서 '내가 이러려고 너같은 애를 지금까지 만났다니'라고 하며 헤어지자고 말하는 여자. 물론 여자가 헤어지자고 말한 이유가 단순히 남자가 라면집을 차리려고 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는 해명이 후반부에 나오긴 한다. 남자가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여자에게 '라면집을 차릴 거다'라는 통보만 했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헤어짐이 다 설명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그만큼 이 '헤어짐'에 대한 두 주인공의 입장과 갈등관계를 나타낸 언급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도..갑작스러운 면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또한 개인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기보다는 '남자는 단순하고, 여자는 복잡한 동물'이라는 얘기만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늘어놓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러한 에피소드를 보고 공감하는 연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코믹하다 보니 실제로 관객들의 리액션이 좋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에피소드들이 불편하게까지 느껴졌던 이유는, 배우들이 코믹하게 던지는 그 대사들의 다수가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사임당이 제자들을 키워 놓지 않아서 지금 여자들이 이렇다'는 대사는 경악 그 자체였다. 대사는 물론이고 그 대사를 듣고 웃는 관객들도 이해되지 않았다.그리고 라면이 제목인데다가 가장 중요한 소재로 쓰인 만큼 라면과 사랑의 공통점을 더 많이 얘기해줬으면 했는데, 공연을 보다 보니 이 연극에서의 '라면'은 스토리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의 처음과 끝에서 나레이션으로만 라면과 사랑의 공통점이 언급되고, 그 이외에 라면에 대해 얘기한 것 중에 기억나는 건 주인공 남자가 라면집을 차리고 싶어했다는 것과...남자와 여자가 라면을 어떻게 끓일 것인지를 두고 투닥거린 것..? 전체적인 에피소드만 보고서는 이 연극이 라면과 사랑의 공통분모를 발견해냈다고 하기엔 좀 끼워맞춘 부분들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14세 이상 관람가라기엔 다소 성적인 코드들이 많이 등장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던 어머니가 공연 도중에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일도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공연의 수위가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위 자체가 문제된다고 하기엔 좀 애매해서 이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쳐도, 14세 이상 관람가인데 어린아이가 입장한 것은 확실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또한 결혼의 현실적인 측면들에 대해서 언급을 하다 보니 아직 연애 단계에 있는 커플들보다는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결혼을 한 커플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연극이었다.아,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꽤 신선했다. 연극에서 라면 먹방을 찍을 줄이야. 본격 라면 구매 유도 연극...한마디로 말해서 이 연극은 '남자와 여자는 다르니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은 좋았지만, 그 결론을 얘기하기까의 과정이 조금 아쉬웠던 공연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재밌어서 부족한 점만 보완된다면 더 퀄리티 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장상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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