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메조소프라노 변지현 귀국독창회

글 입력 2016.02.1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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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조소프라노 변지현 귀국독창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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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무대였다. 성악에 대해서 무지한 지라 혹여나 무대가 너무 지루해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익숙한 곡들도 있었고 변지현씨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연기와 곡에 맞는 소품들까지 더해져서 오히려 즐거운 공연이었다. 국문학도에서 성악으로 진로를 변경하신 덕에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부

   1부에서 변지현씨는 반짝이는 장식이 눈에 띄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성호경과 함께 시작한 1부의 무대는 종교적인 느낌이 강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변지현씨의 풍부한 성량과 깊은 음색이 음악과 잘 어우러졌다. 또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시선이 위를 향하며 신에게 말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등 목소리 이외에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 추가적인 노력을 한 점이 돋보였다. 매 곡이 시작하기 전에 피아노 반주자와 눈을 마주치며 살짝 미소를 지었는데, 곡이 시작하자마자 미소는 싹 사라지고 비장하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 점이 인상 깊었다.

   1부에서 일반인들도 익숙하게 알고 있는 곡은 오페라중에서 'Lascia ch'io pianga(울게하소서)'란 곡이었다. 광고 음악으로도 자주 쓰이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효과음으로 사용되는데, 주로 놀라는 표정과 함께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곤 한다. 익숙한 곡이었지만 가사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잘 몰랐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서 가사의 내용을 알게 됐다.


'울게 하소서
잔인한 나의 운명 자유를 주소서
이 슬픔으로 고통의 사슬을 끊어 주소서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울게 하소서'


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신을 향해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울부짖음으로 표출하는 곡이다. 변지현씨는 절절한 음색으로 곡을 풀어나갔고, 슬픈 표정 연기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었다. 또한 소품으로 파란색의 꽃다발을 들고 나왔는데, 파란색이 우울함을 상징하는 만큼 꽃다발은 곡의 슬픈 감정을 더 잘 드러나게 해주었다. 곡의 내용을 알고 무대를 통해서 곡을 접하니까 편하게 익숙한 선율에 따라 들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2부

  2부에서 변지현씨는 화려하고 강렬한 빨간색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1부도 무척 아름다웠지만 개인적으로 2부의 드레스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크게 감탄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생각을 했는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1부에 등장하셨을 때보다 2부에 등장하셨을 때 더 힘찬 박수 소리가 들렸고, 잠시동안 웅성웅성하는 소리도 들렸다.

  2부는 1부와는 다르게 세속적인 느낌이 강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는 곡에 신앙심이 담겨있고 경건함이 많이 느껴졌다면, 2부는 좀 더 부드럽기도 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면서 다채롭게 인간세상을 노래한 느낌이 났다.

  2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Si mes veras avaient des ailes(만일 나의 시에 날개가 있다면)'이다.
우선 가사가 정말 아름답다.


만일 나의 시에 날개가 있다면
감미롭고 나폴거리는 나의 시는 날아갈 거야
매우 아름다운 당신의 정원으로
만일 나의 시에 날개가 있다면
새처럼 그들은 반짝이며 날아다닐 거야
미소 짓는 당신의 보금자리로
만일 나의 시에 날개가 있다면
영혼처럼 순결하고 성실한 당신 곁으로
그들은 밤낮으로 달려들어 올거야
만일 나의 시에 날개가 있다면
사랑처럼


어떻게 시에 '날개'가 있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 '새처럼 그들은 반짝이며 날아다닐 거야'라는 표현은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어 하나하나가 새의 아름다운 날개짓이 되어 날아가는 모습이 상상됐다. 가사도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선율 자체도 아름다워서 또 한 번 더 감탄했다. 변지현씨의 노래는 섬세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었다. 다른 무대들보다도 이 무대를 볼 때 음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됐다.

  2부에서 익숙하게 알고 있던 곡은 오페라중 'Habanera(하바네라)'이다. 전주를 듣자마자, "아! 이 곡!"이란 말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변지현씨는 빨간 장미를 물고 힘차게 발을 굴리며 등장했는데, 그 당찬 몸짓과 표정 때문에 홀릴 뻔했다. 힘 있는 목소리와 다채로운 표정 연기 덕에 무대를 훨씬 더 즐길 수가 있었다. 공연을 위해 많이 준비했다는 게 느껴져서 무대가 끝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까지 마무리되고 앵콜 요청이 이어졌다. 변지현씨가 참으로 귀여운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 게, "다음에 앵콜곡으로 들려드릴 곡은~" 이라고 하시면서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수줍게 곡을 설명했다. 미리 준비해놓은 멘트를 수줍은 표정으로 말해서 그랬던 걸까. 다른 무대에서도 앵콜곡 설명은 있는데 유독 변지현씨가 설명할 때 귀여움이 느껴졌다. 앵콜곡은 김효근 작시/작곡의 '눈'이라는 가곡이었는데, 겨울에 따뜻함을 선사해주는 아름다운 곡이었다.





  다양한 색깔을 무궁무진하게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성악가란 생각이 든다. 경건함, 섬세함, 부드러움, 강렬함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성악가이다. 무엇보다 공연이 지루하지 않도록 세세하게 신경쓴 점이 좋았다. 앞으로도 좋은 노래 많이 들려주셨으면 좋겠고, 즐겁고 행복하게 노래하셨으면 좋겠다.


[정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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