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6 금호아트홀 신년 음악회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글 입력 2016.01.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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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트홀_선우예권.jpg
 
 
 

 
1월 7일 저녁,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초대로 금호아트홀에서 있었던 선우예권의 신년음악회 리사이틀에 다녀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선우예권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가 된 후로 첫번째 공연인 데다가 프로그램도 좋아서 기대에 부풀어서 갔는데, 그의 연주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관객들에게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미리 밝혔던 것처럼, 정말로 선우예권의 연주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Programs
 
Grunfeld, Concert Paraphrase 'Soiree de Vienne' from 'Die Fledermaus, op.56
Mozart, Piano Sonata No.10 in C Major, K.330
Stravinsky Petrusuka for Piano
Ravel, La Valse for Piano
 
 
 
 
 
 
어제 신년음악회 무대는 선우예권의 서정성, 기본기, 기교, 해석력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아주 다채로운 공연이었다.
먼저 첫번째 곡, 그륀펠트의 박쥐 서곡에 의한 페러프레이즈 '빈의 저녁'은 슈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의 서곡의 주제를 자유롭게 발전시킨 곡이다. 물결이 일렁이듯이 아름답고 영롱한 서두로 곡이 시작되었다.
 
박쥐 서곡은 널리 알려진만큼 나에게도 매우 익숙한 곡인데, 그 선율이 익숙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좋기도 하지만 특히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김연아 선수가 0708시즌 SP 곡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는 '무도회장에 처음으로 가는 소녀의 설렘'을 표현한다는 기분으로 박쥐 서곡에 어울리게 소녀가 보여줄 수 있는 발랄하고 경쾌한 움직임들과 중간중간에 익살스러운 시퀀스를 함께 보여준 바 있다. 그 이후로 박쥐 서곡을 들으면 김연아 선수가 그렸던 그 설익은 설렘과 풋풋한 느낌이 항상 함께 떠올랐다.
 
그런데 그륀펠트의 이 작품은, 박쥐 서곡의 주제가 포함된 만큼 밝고 영롱한 느낌이 있지만 보다 농익은 느낌이 강했다. 선우예권은 그 서정적인 정서를 화려하게 그리고 매우 강렬하게 그려냈다.
 
 
 
두번째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0번이었다. 다장조로 아주 가볍고 경쾌하게 시작되는 이 곡은 이번 음악회에서 가장 무난한 곡이었던 동시에 선우예권이 가진 기본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 모차르트의 소나타들이 그렇듯이, 이 곡을 듣는 순간 나는 아주 오래전에 내가 피아노를 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내가 콩쿨을 준비할 때, 이 곡을 접했을 때 나는 어땠는지를 반추하며 들으니 참 기분이 새로웠다. 그저 음표들을 쫓기에 급급했고 곡 이면의 정서와 감정은 제쳐두기 일쑤였는데, 선우예권의 연주로 이 곡을 들으니 새삼 그는 악보를 마주할 때 어떻게 할 지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몰입하는 모습에 더하여 그의 기본기가 탄탄한 것도 잘 보여주는 곡이었다.
 
 
 
세번째 곡은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였다. 사실 페트루슈카의 발레 음악을 직접 들어본 적은 없다. 항상 피아노 버전으로 곡을 들어왔는데, 이전에는 유자왕의 연주를 자주 들었다. 극적으로 시작해서 매우 극적으로 끝나는 곡. 이 페트루슈카를 실연으로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에게 페트루슈카는 듣고 있기만 해도 내 손목이 아리는 곡이다. 영상으로 보지 않아도, 소리만으로도 그 기교가 곡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는 걸 절감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힘차게 시작하는 러시아의 춤 부분에서부터 마지막 속죄 주간의 장터에 이르기까지, 빠르고 강렬하게 휘몰아치다가도 읊조리는 듯이 부드러운 타건감으로 객석을 압도하는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3장의 분위기를 제일 좋아하는데, 절정의 순간을 극대화시키며 극적인 종결까지 이어가는 선우예권의 그 기교에 정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곡은 라벨의 라 발스였다. 관현악 버전이 있지만 사실 피아노곡으로 더 많이 듣게 되는 작품인 것 같다. 라 발스를 맨 처음 접할 때에는 관현악곡으로 접했는데,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기분은 '이게 왜 왈츠지?'라는 아주 단순한 소회였다. 이름과 다르게 왈츠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라벨은 이 곡을 '요한 슈트라우스에게 경의를 표할 목적'으로 썼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두 번째 들었을 때에는 라 발스의 그로테스크한 듯한 느낌이 자유분방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거듭해서 들을 수록 왈츠의 느낌이되 매우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작품이기 때문에 라 발스의 피아노 연주곡은 연주자에 따라 굉장히 느낌이 달랐다. 섬세한 임동혁의 라 발스도, 진중한 조성진의 라 발스도 좋아한다. 선우예권의 라 발스는 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선우예권의 라 발스는 유튜브에서도 영상을 볼 수가 있는데, 영상으로 접하던 것보다 실연은 훨씬 매력적이었다. 실제로 듣는 그의 연주는 좀 더 힘 있고 동시에 다채롭고 입체적이었다. 라 발스를 여러 번 듣고 나서야 느껴지기 시작했던 라벨의 그 유려한 매력이 선우예권의 손끝에서부터 객석으로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그의 해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네 곡의 작품을 연주하고, 선우예권은 세 곡의 앵콜곡을 연주했다. 첫번째 곡은 차이코프스키 사계 10월 중 가을의 노래, 두번째 곡으로는 터키행진곡 주제에 의한 변주곡, 세번째 곡으로는 라 캄파넬라를 연주했다. 이 앵콜곡들에서도 선우예권은 서정성과 기교를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마지막 라 캄파넬라가 끝난 후에는 객석 중간에서부터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사실 이번 신년음악회에서는 진행에 있어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첫 곡 빈의 저녁이 끝난 이후에 도착이 늦은 일부 관객들이 객석을 찾느라 발소리를 많이 내는 바람에 두번째 곡인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하기까지 선우예권은 가다듬는 시간을 다른 곡들보다 더 소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곡이 한창 연주 중인데도 일부 관객들이 소리를 내며 속닥거리는 것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이런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풍부한 연주를 들려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정말 매력적인 연주자였다. 그의 연주를 듣고 이전보다 더 빠져들게 된 것 같다.
 
 
 
적어도 올 한 해 동안 네 번은 더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두번째 공연인 5월26일의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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