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아폴로 프로젝트'

참신한 소재는 가려지고 다소 뻔해진 드라마
글 입력 2015.11.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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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폴로 프로젝트'
참신한 소재는 가려지고 다소 뻔해진 드라마


2015년 10월 27일, 서초동 씨어터 송에서 ‘아폴로 프로젝트’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가는 방법 : 서초역 7번출구로 나와서 SK주유소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조금 걸어가면 좌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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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에 있는 공연장인데, 15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제가 가본 공연장 중에서 가장 작고, 무대와의 거리가 가까운 공연장이었습니다. 소규모 연극의 매력은 대단한 무대장치 없이 극적인 효과를 노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공연도 100분의 러닝타임동안 단 4개의 작은 의자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냅니다. 대략 30명~40명 정도가 수용가능한 작은 공연장에서는 끊임없이 옛날 노래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1961년으로 돌아갑니다.

 먼저 연극의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원래 보도자료에 포함된, 그리고 팜플렛에 포함된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961년. 경상도 어느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친구로 자란 세명의 사내아이.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어느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당집 무당 할매집 에서 우연히 본 텔레비전에서 본 인간의 달 착륙 모습. 그것은 아폴로 11호였다. 그 신비하고도 놀라운 인류의 첫 도약은 이들 인생에서 땔래 야 땔 수 없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그날 본 것은, 인간의 달 착륙만은 아니었다. 달 착륙만큼이나 역사적인 그 만남, 바로 지영이를 만난 날이다. 우연한 사고와 마을 사람들의 알 수 없는 혐오로 쫓겨 난 지영은, 세친구가 17살이 되던 해,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우주만큼이나 신비롭고 경이로운, 서울구경, 새로운 음악과 다양한 이야기 세친구는 매료된다. 하지만 이도 잠시, 다시 지영이는 그때와 같이 마을에서 쫓겨나고, 스물을 맞이한 세친구는 여행길에서 우연히 지영이의 소식을 듣게 되고, 지영이가 있는 곳을 가게 되는데....



 보통 리뷰에 시놉시스를 잘 추가하지 않고 그냥 줄거리를 요약해보는 편인데, 이 연극의 리뷰에서 시놉시스를 추가한 이유는 제가 줄거리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놉시스에서 ‘알 수 없는 혐오’로 쫓겨는 지영이는 정말로 마을에서 ‘알 수 없는 혐오’로 쫓겨납니다. 더 이상의 설명이 나오지가 않습니다. 그냥 무당 집, 괴물. 그냥 그래서. 이렇게만 성의없이 끝내버린 경향이 있습니다. 또 이상한 점은 왜 주제의식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 연극은 프리뷰와 정말 어긋납니다.
 사실 이 연극의 초점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었습니다. 신중현의 ‘미인’을 라디오로 내보낸다고 동수가 아버지에게 뺨을 맞는 장면(당시 신중현의 미인은 금지곡으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지영이의 서울 삼촌이 간첩으로 몰린 장면, 대학 가면 데모만 한다고 하소연을 하던 상화의 장면 등, 많은 장면에서 반공, 독재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리뷰에서는 전혀 이런 것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프리뷰에서는 많은 세대의 음악을 들려주어 여러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자 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나온 노래는 5곡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나는 것은 3곡입니다. 지미 헨드릭스, ‘봄’(가수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중현의 미인. 엄청나게 많은 노래를 소개할 줄 알고 기대하신 분들께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내용이 너무 클리셰였습니다. 5.18을 다루고, 그 시대의 청년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많이 다루어진 소재이기 때문에 사실 소재의 참신성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접근 방식에서 '라디오', '방송'에 집중하고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시민의 죽음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라는 대사에서 강조한 것은 알겠지만, 라디오 송출 이후로 1980년 5월 광주로 오면서부터 뻔해진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간첩으로 몰렸던 아저씨는? 지영이는 동수를 좋아했던 것인가 혹은 명철이를 좋아했던 것인가? 명확하지 않은 스토리 속에서 5월 광주의 폭력성과 방송 장악, 비극성만을 강조하다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스토리가 힘을 잃었습니다.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일단 전체적으로 호연이었습니다. 5명의 배우가 120분을 끌어나가야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모두 땀으로 흠뻑 젖었는데, 그런 모습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명철이, 상화, 동수의 연기도 모두 어색하지 않고 좋았는데, 특히 상화의 능청스런 연기가 가장 돋보였습니다. 어린 지영과 할머니, 그리고 다양한 역을 연기한 배우도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고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동수 아버지, 지영 삼촌, 이장어르신 등을 연기한 배우도 능청스럽고 카리스마있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5명 중 4명의 호연 속에서 아쉬웠던 것은 메인 캐릭터인 지영 역할 배우의 연기입니다. 다소 어색한 사투리는 동수와 명철이에게서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차치하더라도 지나치게 ‘밝음’을 지향하는 표정과 말투, 끊임없이 눈웃음을 치고 ‘나는 해맑아요’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연기가 저에게는 조금 불편했습니다. 오히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텅 빈 표정으로 앉아있는 연기와 표정이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번에 창작 뮤지컬 ‘해바라기’를 보았을 때에도 여자주인공이 지나치게 밝은 표정, 억양, 몸짓을 사용하여 불편했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런 것을 보면 밝음의 연기가 꽤 힘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연출 방법은 꽤 독특했습니다. 다양한 음향효과나 조명효과는 없었지만(무대 한 쪽 면에 비춰지는 진짜같은 달을 빼고) 마치 소설처럼 나레이션을 읽어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국어 시간에 배운 ‘해설자의 개입’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또 독특한 점은 해설자가 한 명이 아니라 5명 모두라는 것입니다. 마치 대사처럼 배우들끼리 번갈아가며 나레이션을 진행하여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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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꽤 재미있는 연출, 배우들의 호연 속에서도 이 연극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줄거리의 불확실성 때문일 것입니다. 아폴로의 추억을 기억하며 지영 삼촌의 무전과 지영이의 무전으로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장면이나 경상도 시골 세 아이들이 서울구경을 가는 장면 등, 장면 장면으로 보면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았지만 얼마나 매끄럽게 이어졌느냐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입니다. 또한 ‘삶은 선택의 축적이다’라는 이 연극의 캐치프레이즈가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큰 울림을 주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재연을 하게 된다면 좀 더 명확한 줄거리의 뿌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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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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