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클래식, 무엇이 ‘좋은’ 연주일까요? [문화전반]

글 입력 2015.10.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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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클래식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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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하고 지루한 옛날 음악으로 여기며 클래식을 멀게만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클래식에 관심 없는 이유는 클래식을 ‘어려운 음악’으로 생각하기 때문 일 것입니다. 사실일까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면 여기저기서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오케스트라의 악기 종류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요.  

그뿐인가요? 교향곡, 전주곡, 연습곡 등 수 많은 작품 종류부터 곡 제목만 하더라도 D.824, Op.53 등의 암호 같은 숫자가 붙어 머리가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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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EXO를 좋아하게 되면 그들이 12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호’가 리더이고 ‘MAMA’가 데뷔곡이라는 사실쯤은 저절로 알게 됩니다. 

클래식도 비슷합니다. 

힘들지만 거쳐야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입니다. 때문에 다양한 세부 장르를 가지고 있으며 역사가 오래된 클래식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음악이고, 다른 장르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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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클래식 음악 감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기존의 평가들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클래식 음악의 가장 큰 묘미 중 하나는 지휘자나 연주자에 따라 그 감동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곡이라도 누가 지휘하고 누가 연주하는지에 따라 그 느낌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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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생깁니다. 

쇼팽의 스폐셜리스트는 누구이며, 모차르트의 스폐셜리스트는 누구인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때마다 기존의 평가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이를테면 베토벤 교향곡 9번은 푸르트뱅글러 지휘의 1951년도 녹음이 최고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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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가끔씩 이와 같은 평가를 ‘정답’의 잣대로 삼는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태도가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 얼마나 무의미하고 편협적인 방식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날까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녹음 한 음반은 약 255개 정도입니다. 과연 255개의 모든 음반을 감상한 후 음반 별로 그 차이를 분석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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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무엇이 ‘올바른’ 연주, ‘정확한’ 연주, ‘좋은’ 연주일까요? 
악보에 충실한 연주 혹은 평단의 호평을 많이 받은 것이 좋은 연주의 기준일까요?
모두가 혹평을 했지만 나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연주가 있다면 그것은 좋은 연주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애초에 ‘좋은’ 연주라는 것의 범주는 어디까지이며, 단순히 즐기기 위해 클래식을 찾는다면 그 모든 것을 반드시 알아야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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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인 예로 클래식에 관심 없는 이조차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은 많은 이들이 빌헬름 캠프의 연주를 정석으로 꼽습니다. 빌헬름 캠프의 음반을 들어보면 그의 연주는 정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합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단조롭고 지나치게 모범생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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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의 연주는 어떨까요? ‘극단적’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해보입니다. 음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닙니다. 비창, 불쌍하고 애처롭다는 뜻의 부제를 지닌 곡의 해석치고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수치로 분석해보자면, 캠프는 비창 소나타를 16분 42초 동안 연주했으며 굴드의 경우에는 14분 43초가 걸렸습니다. 무려 2분의 차이에서 우리는 굴드의 비창이 얼마나 속도감 넘쳤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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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굴드가 모든 연주를 이처럼 빠르게만 연주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열정이라는 부제로 유명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의 경우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캠프의 열정은 24분 39초인 반면 굴드의 열정은 31분 33초입니다. 무려 7분이나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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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분 빠르게 쳤다고 ‘열정’을 ‘열정’답게 연주 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때문에 무엇이 ‘좋은’ 연주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 정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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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많은 이들이 기존의 좋은 평을 받은 연주를 정답의 잣대로 삼곤 합니다. 수많은 다른 연주들과 비교하며 본인의 취향을 파악하기보다는 올바른 정답만을 원합니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정답만을 찾는 것입니다. 이처럼 선입견을 가지게 되면 본인만의 세계에 갇혀 더 좋은 연주를 누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경우마저 발생합니다.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그 자체로 독특한 특징을 갖기만 결국 클래식역시 음악의 한 종류입니다. 즐기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그리고 때로는 위로 받기 위해 듣는 음악에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 나를 미소 짓게 한 연주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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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기술적이고 객관적인 분석보다는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당신에게 있어 ‘좋은’ 연주와 ‘좋은’ 음반은 무엇인가요? 
 

[김성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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