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리고, 남겨진 것들 [시각예술]

글 입력 2015.10.3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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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났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BGM이 흘러나온다.
당신은 영화관의 편안한 의자에 앉아있다(혹은 자취방 책상 앞이거나 이불 속 이라던가). 
사람들은 하나 둘 일어서서 극장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당신은 생각한다.

'크레딧이 올라갔으니 저 영화는 끝났다. 영화 속 캐릭터는 영화 안에서 영원히 살겠지.'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 뒤에는 어떻게 살아갈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 영화가 끝나고, 그리고 그 영화 안에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액션, 멜로, 코미디 등등 장르 불문하고 그냥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 호러는 조금 가린다. 그런데 이렇게 영화를 보고 나서 문득 드는 생각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 뒷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가는가?’였다.

 제일 처음 그런 생각이 들게 한 영화는 미스트(The Mist. 2007)였다. 작 중 주인공은 아들과 함께 다운타운의 마켓으로 쇼핑을 왔다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마주하고 그 안에서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영화는 고립된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해 인간이 극한에 처했을 때의 심리묘사를 잘 나타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켓 안 사람들은 광기를 보이며 주인공 집단과 갈등을 일으키고 결국 주인공 집단은 그 마켓에서 나와 안갯속을 떠돌고 끝에는 군인들로 구성된 구조대를 마주한다. 마지막의 마지막은 앞으로 영화를 볼 사람들을 위해 아껴놓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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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st. 2007
 

 자 이제 영화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과 당혹감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사람들은 잠시 앉아 있다가 하나 둘 자리를 뜬다. 대부분은 이 결말이 무엇을 말하기 위함인가를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그 이후에 이야기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의 주인공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마켓 안에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구조대를 만날게 되는가? 그렇다면 그 이후 구조가 된 사람들은 계속 광기에 사로잡혀 살까? 아니면 자신이 광기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전의 일상으로 돌아갈까.





 이렇게 영화가 끝나고 그 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는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다른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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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에서 츠데오는 조제를 잊고 잘 살 수 있을까? 조제를 다시 찾지는 않을까? 냉정과 열정 사이(Between Calm And Passion. 2003)에서 메구미는 다시 마브에게 돌아갈 것인가? 마브는 메구미를 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면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그 설정은 끝까지 남아있다. 그리고 이 설정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관객에게 계속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영화가 제공하는 또 하나의 재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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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넬의 노래 중 ‘그리고, 남겨진 것들’이라는 곡이 있다. 우리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끝났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멈춰진 시간 속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들을 끝난 영화 속에서 끄집어 내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어떨까?


[이동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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