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속 가능한 디자인으로 기부 문화 꽃피우기 [시각예술]

POSTCARD OF HOPE
글 입력 2015.10.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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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지속 가능한가 – 인간과 디자인의 근본적인 관계에 대하여

  친환경적인 디자인은 모두 ‘지속 가능한 디자인’일까? 단지 환경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한다면, 이는 에코디자인일 것이다. 진정한 ‘지속 가능성’은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를 위하며, 경제를 떠올리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과 사회, 더 나아가 정치, 생산, 소비, 교육, 소통,기술, 경제 등 다양한 요소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통해 치유될 수 있다는 점이 환경디자인과 비교했을 때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90%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상류층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인류 전반의 복지를 위한 디자인. 환경친화적일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의 해결 방안과 균등한 발전 및 분배에 대한 시각이 녹아 있는 디자인이야말로 인간의 미래를 아름답게 한다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여기, 가 지구촌의 기부문화를 위해 태어났다.
 
 
Postcard of Hope, 희망의 우편카드?

  디자인이라기엔 너무나 간단해보이고, 어딘가 부족해보이지만 이 작품은 이름처럼 ‘희망의 우편카드’의 역할을 해낸다. 십자가 모양의 이 작은 편지지는 무얼 위한 것일까.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 자연재해, 테러, 전쟁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러한 아이티 지진, 인도네시아 쓰나미 등 지구촌 이웃의 불행에 대해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기부’를 통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하지만 여기엔 ‘소통의 부재’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후원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기회조차 없다는 데에서 문제점이 시작된다. 후원의 끈으로 이어진 사람들에게 소통을 선물해주는 것이 Postcard of Hope의 가장 큰 목적이다.
  후원 물품 수령자는 소포와 함께 빨간 십자가 모양의 작은 편지지를 받게 된다. 이는 재해 장소의 상황, 생산 비용, 사용의 용이함 등을 모두 고려한 형태이며, ‘구원’과 ‘사랑’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이를 뒤집으면 아래 사진과 같이 다섯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각 부분은 점선으로 연결되어 쉽게 뜯어낼 수 있다. 재질은 후원 물품을 배달하는 택배 회사의 이면지로 업사이클(Upcycle,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기존의 제품보다 품질 및 가치가 더 높은 새 제품으로 만드는 것)한 재생지이기 때문에 환경이 파괴될 염려가 없다.
   

 
  편지지의 위쪽 부분엔 후원자와 수령자의 바코드가 적혀 있으며, 이는 편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왼쪽 공간은 후원자가 메시지를 쓸 수 있는 곳으로, 점선을 따라 뜯으면 따로 보관이 가능하다. 또한 아래 부분에는 편지지를 사용하는 순서 및 방법이 도식화되어 글을 모르는 어린이라도 편지를 쓸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작품의 포인트는 수령자가 직접 편지를 쓸 수 있는 가운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곳에는 재생지 위에 먹지(Carbon paper)가 붙여져 있다. 재해의 상황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이 필기구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매우 적다. 따라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못, 나무 막대기나 자신의 손톱으로 먹지 위에 글씨를 써서 감사의 마음을 짧게나마 전달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마지막으로 편지지의 오른쪽 부분의 양면 테이프를 떼어내 수령자 자신의 사진을 붙여 메시지와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하였다. 왼쪽 부분의 메시지와 아래 부분의 사용 설명서를 떼어내고 나면 총 3면이 남는데, 이후엔 오른쪽 부분을 다시 접어 편지지를 조그맣게 만든 후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택배회사로 다시 보내면 된다. 주소나 이름을 따로 적지 않아도 바코드로 간편하게 후원자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재발송된 편지를 받은 후원자는 이 편지지의 세 면을 각각 접어 메시지와 사진이 보이는 미니 액자로 사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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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한만 종이의 숨겨진 비밀
  
  비록 크기는 작지만, 확실히 이 편지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데에 한 몫을 톡톡히 한다.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정의에 비추어 보자면, 이 디자인의 가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겠다.
  먼저 환경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 편지지는 재생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가장 기본적인 ‘환경 친화’를 실천한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필기구가 아닌 자연물, 인간 자신의 신체 등의 본연의 것으로 돌아간다. 재해 장소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말 그대로 ‘직접 쓰는’ 기회를 인간에게 부여한다. 나의 손톱으로 쓴 나의 메시지. 내 발 밑의 나뭇가지로 쓴 메시지. 좀 더 따뜻하게 환경과 인간을 연결해주고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의 가치 또한 사회 전체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큼 상당하다. 기부의 용이성을 넘어 소통의 소중함을 일깨워줌으로써 기부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점이 이 디자인의 가장 큰 가치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자원 고갈 등에 따른 사회적 및 정치적 문제를 지엽적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하여 인류가 인류를 서로 돕는, 결과적으로 모두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는 지구촌을 만든다.
  경제적인 측면의 가치는 ‘분배’라고 말할 수 있다. 고통을 겪지 않는 10%가 고통 속의 90%를 도와 모두가 하나 되는 따뜻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후원이라는 문화적 현상이 경제 전체에 봄바람을 불어와 결과적으로 미래의 인류도 함께 하는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후원자와 수령자가 ‘인류’라는 공통된 이름 아래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이 작품은 이러한 가치 속에서 지구 전체의 질적 성장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전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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