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아니스트 박종화 콘서트 “NUNAYA(누나야) : 동요, 클래식이 되다.”

글 입력 2015.09.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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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 속의 아름다운 동요 선율을 특별한 피아노 음악로 재탄생시킨 앨범 ‘NUNAYA 누나야’가 2015년 8월 18일 유니버설 뮤직을 통해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에는 고향의 봄, 산토끼, 엄마야 누나야, 꽃밭에서, 과수원 길 등 1900년대를 풍미한 우리 동요와 아리랑, 새야 새야 파랑새야 등 우리 민요를 피아노 솔로 곡으로 편곡한 총 11곡의 동요가 수록되어 있다.
 
음반 녹음은 그래미상 수상에 빛나는 프로듀서 황병준이 맡았고, 2005년 대종상음악상 및 청룡영화제 음악상 수상 영화 “말아톤”, 49회 대종상 음악상 수상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음악감독인 김준성, 작곡가 나실인, 이영조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가 편곡에 참여하여 음악적 깊이를 더했다.
어린 딸과 동요를 통해 소통을 하고 교감을 느끼며 놀아주던 중 자연스럽게 동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2014년 제 190회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 협연 무대에서 앙코르로 연주한 동요 영상이 온라인 클래식 동영상 까페에서 화제가 되면서 조회수가 클래식 무대로서는 이례적으로 2만 건을 넘어섰다.
 
‘누나야’ 앨범은 피아니스트 박종화가 2012년 비르투오조로서의 면모를 듬뿍 담았던 ‘HEROES’ 앨범에 이어 두번째로 우리나라에서 발매하는 음반이자, 박종화에게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크로스오버 프로젝트이다.
타이틀곡인 ‘엄마야 누나야’는 동요선율의 도입부를 거쳐 중반부는 푸가기법으로 발전시켜 감정의 고조를 표현하였으며, ‘과수원길’은 고즈넉한 느낌의 피아노 선율로 시작해 후반부의 아름다운 아르페지오 전개로 듣는 이를 황홀경으로 인도한다. 특히 이 앨범에 수록된 ‘아리랑’은 김준성 음악감독이 편곡한 것으로 반복적인 왼손 패턴 위에 아리랑 선율을 화려하게 얹어서 전혀 새로운 아리랑을 만들어내었다. 이 패턴은 오른손으로 넘어가 왼손의 당김음 코드와 함께 다이나믹함을 이루고 있는데, 지금까지 있어온 수많은 ‘아리랑’ 버전들 중 어느 곡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유니크한 매력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고향의 봄’ ‘자장가’ ‘섬집아기’ ‘소녀의 꿈’ ‘산토끼’ 등 모두 11곡을 담고 있으며 각각의 곡들이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 5월 말 음원 선공개를 통해 대중에게 먼저 선보였으며, 음반 발매와 함께 오는 9월 20일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여수 예울마루, 김포아트홀, 제주아트센터, 서귀포 예술의전당,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전국투어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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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gramme
모차르트 반짝반짝 작은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 Variation K. 265
베토벤 소나타No. 14 in c# minor "Moonlight"
   Adagio sostenuto
   Allegretto
   Presto Agitato
 드뷔시 어린이의 세계Children's Corner
빌라 로보스 아기 인형 모음곡 A Prole do Bébé vol. 1
 
Intermission
 
꽃밭에서
섬집 아기
엄마야 누나야
고향의 봄
과수원 길
산토끼
아리랑
자장가
 
 공연에서는 음반에 수록된 동요 곡들을 포함하여, 모차르트 “작은 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토벤 “월광” 그리고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 등 클래식 소품도 함께 연주되었다. 모차르트 ‘반짝반짝 작은 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K.265)’은 ‘아, 어머님 들어주세요’라는 민요로 원래 내용은 한 소녀가 어머니에게 어떤 남자에게 반해 괴로워 죽겠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뛰어난 작곡 솜씨를 통해 아름다운 음악으로 작곡되었지만 그 내용은 어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어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연주하였고 이 곡은 스위스 루체른 호수의 달빛을 받으며 일렁이는 조각배와 같다는 비유에서 생긴 명칭으로 베토벤은 이 곡을 작곡할 때, 흠모하던 여인을 생각하며 환상곡풍의 소나타를 작곡하였다고 한다. 드뷔시의 Children’s corner [어린이의 세계] 과 1부 마지막 곡인 빌라 로보스의 ‘아기 인형 모음곡’을 통해 사랑스럽고 동화와 같은 멜로디, 그리고 민요를 기초로 한 색다른 클래식 피아노 작품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2부 에서 깜짝 게스트 하림과 기타그룹 피에스타 멤버 중 한명인 고의석씨가 함께 했다.
하림님께서는 생전 처음 보는 악기를 연주해주셨는데 악기소리가 동요랑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미로워서 눈을 감고 감상하였다.
세분이 합주를 하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산토끼를 너무 절실하게 연주해주셔서 웃음도 났지만 역시나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곡이 감미롭고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향의 봄이 제일 좋았다. 부드러운 화성 속에 오가는 애잔함이 묻어있어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들었던 것 같다.
 
♩♬♪
 ‘나의 살던 고향은~’,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 ‘동구 밖 과수원 길~’ 여기 수록 된 곡들의 원곡들인 이들 동요는 그 첫 소절만 들어도 우리 어른들은 바로 옛 생각에 젖게 된다. 교과서에 수록되어 그저 어린 시절에 즐겨 듣고 불렀던 그런 노래로서의 ‘동요’ 그 이상의 무언가가 그 가사에 또 멜로디에 들어있는 것만 같은 그런 노래들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새야 새야 파랑새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추억보다 더 아련한 과거로부터 오는, 우리의 피와 유전자 속에 들어 있어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한국 사람들만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독특한 정서를 담고 있는 곡들이기도 하다. 
원래부터 노래로 쓰인 가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시였던 것들에 곡이 붙여진 것인데도 시 따로 곡 따로 있지 않고 이미 하나가 되어 우리의 삶 속에 가끔씩 울려 나오는 우리의 ‘노래’들이 되어 있는 ‘시’들이요, ‘곡’이다.
이 ‘노래’들 속에 도대체 어떤 것들이 담겨 있길래 우리는 이 노래들로부터 편안함을, 아련함을, 무어라 말하기 어려운 근원적인 애잔함을 갖게 되는 것일까? 
이들 노래 속에는 ‘어린 시절’이 들어 있다. 그 어린 시절은 일제 식민지 하의 억압과 혹독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라 잃은 가련한 민초들의 궁핍한 생활 속에서 피어나는 애처롭고 사랑스러운 ‘어린이’의 모습이었다 할 것이다.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1923~1934)가 발간되어 비로소 시와 동화를 읽을 수 있었던 어린이들은 늘 이야기와 글 읽기에 굶주려 있었을 것이다. 
전쟁 후 헐벗은 폐허에서 다시금 이어지는 가난과 분단의 상처를 딛고 초근목피 낱 알갱이로 허기를 달래고, 그나마 동요를 써서 값 싼 산성 종이에라도 몇 백부 씩 인쇄해 동요집을 발간한 고마운 문인, 출판인들, 그들의 아름다운 말로 굶주림을 달래온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형님, 누님들이 바로 우리의 ‘어린이’들이었던 것이다.
1926년 <어린이>지에 ‘고향의 봄’을 발표한 이원수 선생은 당시 그 자신이 14살 어린이였다. 이 가사는 어린이가 자신의 얼마 전인 더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 더욱 뭉클하다. 속으로 꽉 찬 서러움을 삼키고 아주 의젓하게 어린 시절의 참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그리움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향의 봄’의 경우와 같이 우리의 그 옛날 ‘동시’들 속에는 이런 어린이의 의젓함과 솔직함 그리고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들어있다. 이념적 갈등이나 대립이 상징적으로 묘사된 그런 ‘선동적’인 혹은 ‘애국적’이거나 ‘반동적’인 글들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렵다. 모든 동시들은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자기를 돌봐준 누님을 오빠를, 어머니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용과 온갖 벌레와 꽃과 강물과 산과 들, 새와 송아지, 염소와 강아지와 함께 놀던 모습, 그 향기와 즐거움, 오묘하고 신비로운 기분과 느낌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과거와 같은 ‘배고픔’이나 타 국가의 억압 또는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경우를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요가 담고 있는 ‘한과 서러움’, ‘즐거움과 기쁨’, ‘그리움’은 인간 본연의 것이 되어 들을 때마다 우리의 마음 한 켠을 움직인다. ‘시로서의 동요’ 혹은 ‘멜로디로서의 동요’ 이상의 추상적 ‘무드’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클래식 소품으로 동요를 듣는 것은 단지 유명한 동요를 재해석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보다 근원적이고 보편적으로 해석된 동요의 추상성을 표현하여 펼쳐냈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우리는 이 음반의 첫 곡 첫 마디의 연주로부터 우리 동요의 본질에 다시 새롭게 다가가는 현대적인, 그러나 고전적인 음악 체험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호백(동화/그림책 작가, 도서출판 재미마주 대표)
 

공연일시 / 장소
2015년 9월 20일(일) 오후5시 / LG Arts Center 
9월 24일(목) 오전11시 / 여수 예울마루 대극장
9월 30일(수) 오후 7시 30분 / 김포아트홀
10월 1일(목) 오후 7시 30분 / 제주아트센터
10월 2일(금) 오후 7시 30분 / 서귀포 예술의전당
10월 7일(수) 오후 7시 30분 / 대전 예술의전당 앙상블홀

기획/제작
㈜ BOM Arts Project
티켓
R 7만원 / S 5만원 / A 3만원 (초중고 학생 30% 할인)
공연예매
LG아트센터 02-2005-0114 인터파크 1544-1555 , 클럽발코니 1577-5266
공연문의
TEL. 02-737-0708, Fax 02-737-0778
 
 
 
 
ART Insight
 

[이경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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