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영화로 보는 심리학⑧ -「개같은 내 인생」[시각예술]

Out Of Sight, Out of Mind?
글 입력 2015.07.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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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영화로 보는 심리학⑧ -「개같은 내 인생」[시각예술]
Out Of Sight, Out of Mind?


스스로 좀 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때가 언제였더라. 아마 혼자서 입을 옷을 고를 때 쯤이 아니었을까? 춥다며 엄마가 권하는 골 덴 바지가 촌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엄마의 손길을 거부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것도 성장이라고 제 나름의 고통이 뒤따랐다. ' 오늘 뭐 입지?'라는 고민의 몫을 홀로 떠안게 된 것이다. 옷을 예쁘게 입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름 심각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성장이 라기도 우습지만 어쨌건, 우리는 보다듬음의 손길에서 멀어지는 과정을 성장이라 부르곤 한다. 누구나 경험하기에 지니는 보편성, 그 리고 무언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학 같은 것들 때문인지 성장을 테마로 한 컨텐츠는 하나의 장르로서 사랑받아왔다.

 오늘 다룰 영화 「개 같은 내 인생(Mitt Liv Som Hund, My Life As A Dog)」(1985)은 잉그마의 12살 인생을 그려낸 성장영화이다. 다 소 자극적인 제목의 영화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소위 말하는 '개 같다'의 속된 의미보다는 오히려 연민스러운, 혹은 사랑스러운  느낌에 가깝다. 말썽꾼이라 불리는 잉그마는 형과 아픈 어머니와 엄마만큼이나 사랑하는 강아지 싱킨과 함께 산다. 어머니의 병세는  심해져가고, 잉그마는 계속해서 말썽에 휘말린다. 이에 잉그마는 시골의 친척집으로 보내진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며 잉그마는  차츰 변화를 겪는다. 오늘은 그 변화를 발달 심리학과 연관지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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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적으로건, 비의도적으로건 계속해서 말썽에 휘말리는 잉그마. 잉그마가 사고를 치면 아픈 엄마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소리를  지르거나 아파한다. 소리를 지르는 엄마의 모습을 뒤로 한 후, 눈과 귀를 막고 엄마와 마주하는 것을 피하는 잉그마의 모습은 한없이  힘없는 어린 아이 같고 이에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이러한 잉그마의 태도에서 문득 피아제의 인지 발달 단계가 떠오른다. 피아제의 인 지발달이론에 따르면, 각 단계에 따라 변하는 인지구조에 의해 나이대마다 나타나는 특정 행동 방식이 있다. 그 중 유아기에 아동은  자신이 물체를 지각하지 못할 경우 그 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가령 아동의 장난감을 숨겼을 때, 아동은 숨겨진 물체를 찾기 보다는 그 물체가 없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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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잉그마는 유아도 아니고, 실제로 유아기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미성숙한, 유아기적인 태도를 보인다. 닥 친 문제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각과 청각을 차단하는 것이다. 다만, 유아기 아동이 방을 옮기는 바람에 비 의도적으로 장난감의 존재를 잊었다면, 잉그마는 문제의 존재를 잊기 위해 의도적으로 엄마를 보지도 않고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는다. 감각을 차단하며 당면한 문제를 마음 속에서 밀어내려는 잉그마의 모습은 안쓰럽고, 미성숙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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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떨어진 이후, 새로운 마을로 가서도 잉그마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마을에서 잉그마는 새로운 친구 를 만난다. 사가도 그 중 하나이다. 권투도 잘 하고, 축구도 잘 하는 대장부같은 이 아이는 사실 여자아이이다. 사가는 점점 커지는  자신의 가슴 때문에 괴로워한다. 괴로워하는 그녀를 위해 잉그마는 그녀의 가슴에 붕대를 감아준다. 자신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사가에게도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여전히 시야를 차단함으로써 문제를 마음 속에서 밀어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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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그마는 개 사육장에 보내진 싱킨을 찾기 위해 삼촌에게 전화를 해보라 닥달하지만 어쩐지 삼촌은 계속 딴청을 피운다. 사가에 의해  알아버린 싱킨의 죽음에 잉그마는 괴로워한다. 그리고는 그동안 꽁꽁 숨겨놓았던, 지각하고 싶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묻는다. "엄마는 왜 날 미워했죠?" 잉그마는 항상 엄마와 관련하여 좋았던 기억만을 떠올렸다. 그러나 사실 좋은 추억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엄마는  따뜻했던 적보다는 아프고, 잉그마를 나무랄 때가 많았다. 그것이 잉그마를 미워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어린 잉그마에게 이는 상처였고, 큰 문제였으리라. 이를 잉그마는 그동안 엄마에 대한 좋은 추억만을 떠올리며 덮으려 했던 것이다. 싱킨의 죽음을 계기로 터져나온 슬픔에 결국 잉그마는 자신의 문제와 마주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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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가 고여 있으면 그 상처는 곧 곪아버린다. 그러나 상처가 터지면 차차 아물기 마련이다. 슬픔을 겪은 잉그마 역시 결국에는 오두막을 나서 다시 사람들과 함께 한다. 그의 슬픔 역시 차차 아물어갈 것이다. 계절이 지나고, 커지는 가슴을 붕대로 막던 사가는 어느새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잉그마와 함께 뛰논다. 잉그마 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즐거운 생활을 한다. 외면하던 상처 혹은 문제와 마주함으로써 한 뼘 더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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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엄마와 떨어지고, 싱킨과도 더이상 만나지 못하는 잉그마. 그의 모습은 가족에게 버려지고 낯선 곳에서 살아가야 했던 싱킨,  즉 개와 닮아있다. 그의 인생이 '개' 같다는 말을 비속어적인 의미로 이해하기보다는 보호의 손길에서 멀어지는 과정을 겪는, 즉 성장하는 잉그마의 모습과 연관짓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자란다는 것은 어쩌면 비극이건 희극이건 자신을 둘러싼 일들을 수용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개 같은 내 인생(My Life As A Dog)」(1985)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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