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부서진 삶의 아름다움, 프리다 칼로展

글 입력 2015.07.0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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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


프리다 칼로의 전시회를 보러가는 길은 참으로 멀었다. 지하철을 한참 타고 도착한 월드컵공원(몽촌토성역이라니!), 한낮의 길거리는 한적했다. 내리쬐는 햇볕과 느긋하게 낮잠을 주무시는 공사장 인부들의 모습은 평소 내가 살고 있는 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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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 의지해서 소마미술관에 도착했다. 미술관 앞에서부터 칼로의 작품들이 보였다. 칼로가 살던 푸른 집의 모형을 지나면 미술관의 입구가 나온다. 

전시관 내의 곳곳은 칼로의 말과 사진들로 가득하다. 그림뿐만이 아니라 글과 사진, 영상, 그 외의 다양한 기록들로 프리다 칼로의 삶을 알 수 있었다. 전시장은 프리다의 삶에 따라 구분된다. 각 전시장은 특징있는 색으로 구분된다.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디오 가이드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1 전시실 : 비둘기와 코끼리

내 인생에 두 번의 대형사고가 있었다.
하나는 전차 사고이며 다른 하나는 디에고이다.

디에고와 프리다는 떼어놓을 수 없는 한 쌍이었다. 프리다에게 있어 디에고는 고통의 원천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디에고에게도 그러했을까? 그의 작품들에 프리다는 드물게 등장한다. 딱 붙어있는 둘의 연표를 보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2 전시실 :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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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 왼쪽 다리 11곳 골절, 오른발 탈골, 왼쪽 어깨 탈골, 요추, 골반, 쇄골, 갈비뼈, 치골 골절, 버스 손잡이 쇠 봉이 허리에서 자궁까지 관통, 일생동안 척추수술 일곱 번을 포함하여 총 서른 두 번의 수술, 오른쪽 발가락 절단에 이어 무릎 아래 절단, 세 번의 유산. 프리다에게 쏟아진 상처는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깊었고, 스스로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게 했다. 그녀의 자화상들로 주로 이루어진 전시실에서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나를 그리는 이유는 너무 자주 외롭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터에 있는 원숭이와 함게 있는 자화상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그녀는 외로움과 홀로 서기 위한 노력을 암시하는 다양한 상징들을 여러 점의 그림속에 집어넣었다. 전시실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난 슬픔을 익사시키려 했는데 이 나쁜녀석들bastards이 수영하는 법을 배웠지. 
그리고 지금은 이 괜찮은 좋은 느낌에 압도당했어.


 3 전시실 : 예술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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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대지(멕시코), 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포옹 


강렬한 붉은 색의 전시장은 전시회 전체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소다. 입구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벽에서 칼로는 디에고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Diego was everything; My child, my lover, my universe.
고백하건대 나는 이런 사랑을 한번도 (겪어)본적이 없다. 칼로는 어떻게 그 많은 고통을 견디고 스무 살도 넘게 차이나는 디에고를 사랑했던 것일까? 

어린 아기같은 디에고를 안고 있는 그녀의 초상, 꽃잎같은 화려한 레이스에 감싸인 그녀의 이마의 디에고에서는 그의 모든 것을 품고 싶은 칼로의 마음이 드러난다. 

또다른 특이한 작품은 정물화이다. 분명 전통적인 정물화의 형태를 다루고 있는데 등장하는 것들이 특이하다. 음과 양을 상징하는 수박과 코코넛, 파파야, 베짱이와 올빼미 등, 모두 남미의 정물들이다. 그 외에도 동양과 서양의 여러 상징들이 계속해서 등장해서 프리다의 풍부한 문화적 기반을 알 수 있었다. 


4-1. 예술과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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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라 행상, 디에고


예술은 진실일 때 자연과 하나가 된다. 이것이 원시 미술의, 나아가 대가들-미켈란젤로, 세잔느, 스라, 르느와르- 의비밀이다. 내 최고작의 비밀은 그것이 멕시코산이라는 것이다.
디에고 리베라

디에고 리베라는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그림들은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작품 칼라 행상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멕시코 특유의 주제와 현대적인 구도를 결합시키는 작품들이 많다. 그가 그린 나타샤 겔만의 초상은 프리다가 질투했다는 말이 납득갈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졌다. 

4-2. 비바 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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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olas Muray, 프리다 칼로,1939 

 비바 프리다!라는 이름에 걸맞게 프리다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프리다가 입었던 옷들도 재현되어 있었는데, 화려한 레이스와 강렬한 색의 옷들이 인상적이었다. 수많은 사진들에서 언제나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는 프리다의 모습을 보면서 섬세한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5 전시실 : 멕시코 근대 미술

프리다를 보고 한층 내려오면 멕시코 근대 미술의 작품들이 보인다. 이름을 아는 작가는 많이 없었지만, 개인 콜렉션에서 나온 작품들답게 나타샤 겔만의 초상이 여러 점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남미의 인상을 말한다면 나는 '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카니발과 죽은자들의 날에서 볼 수 있듯이, 남미에서는 삶과 죽음의 모든 것들이 색색의 축제가 된다. 칼로의 작품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슬픔과 고통을 담고 있는 그녀의 그림들조차도 다채로운 색들로 칠해져 있었다. 슬픔은 푸른 색, 고통은 검은 색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 그림들이다. 

프리다의 그림속에는 수많은 상징들이 들어가 있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초현실주의자라 불리기를 거부했다. 그녀의 그림의 원천이었던 고통과 절망은 언제나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그림들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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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여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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