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call]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서, 연극 '노래하듯이 햄릿'

글 입력 2015.06.1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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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서

연극 ‘노래하듯이 햄릿’



김지현(ART Insight SNS 운영팀)


포스터.jpg





<공연정보>

공연명: 노래하듯이 햄릿
일시: 2015년 6월 6일 ~ 2015년 6월 21일
장소: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 극장
관람등급: 만 14세 이상
관람시간: 100분
관람료: 3만원




공연창작집단 뛰다.jpg



공연창작집단 ‘뛰다’에서 프레스콜 초청메일이 왔었다. 내가 이런 초청 메일도 받아보고, 아트인사이트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다.그리고 새로운 추억을 쌓으러 보러 간 ‘노래하듯이 햄릿’은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사실 나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읽어 본 적이 없다.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거의 백지 상태의 정보로 공연을 보러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운이 남는 공연이었다. 뿐만 아니라 리뷰를 쓰기 위해 자료를 찾으면서 미처 잡아내지 못했던 의미들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공부가 많이 되었던 공연이다.

‘노래하듯이 햄릿’에는 여타 햄릿 공연들과 차별되는 점이 크게 몇 가지가 있었다.
‘광대,진혼굿,인형극,오브제‘ 이다.
이번 리뷰는 한번 이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가겠다.


# 너와 나의 연결고리, 광대

광대 사진.gif


맨 처음 무대에 나온 배우들의 복장과 분장은 정말 괴상했다. 누더기같은 옷과 다크써클같은 눈화장까지. 흡사 거지의 모습과 비슷했다. 그래서 처음엔 엑스트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인물들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광대’였다. <노래하듯이 햄릿>은 극의 전개가 광대에 의해 전달되는 특이한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의 액자식 구성이랄까.

갑자기 왜 광대가 나오나 했는데, 나중에 프로그램북을 보니 이해가 갔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원작에 자살한 오필리어의 무덤을 파는 광대가 두 명 등장하는데 그들이 바로 <노래하듯이 햄릿>의 모티브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하는 광대들은 인생과 권력의 무상함을 냉소와 말장난으로 희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제 3의 인물을 주요 인물로 끌어와 등장시켰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햄릿을 접하니 보다 객관적으로 작품에 대한 해석을 내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광대의 특성인 해학적, 희화적 표현 덕분에 분위기가 어둡지 않았다.


#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해 노래한다, 진혼난장굿

진혼굿.gif


두 번째 요소인 ‘진혼난장굿’은 왜 광대가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체인가에 대해서도 관련이 있다.처음 안 사실이지만, 광대는 죽은 자와 산 자들을 연결해준다고 한다. 무당과도 비슷하나 그보다는 훨씬 가볍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춤과 노래, 거기에 유머까지 합쳐 종합적인 예술을 보여준다. 무대 위의 광대는 햄릿을 위해 춤을 추고 제사를 지내며 그를 위로해준다. 이 때문에 ‘진혼굿’의 성격을 지녔다.

진혼 정의.png




난장굿 정의.jpg


난장굿의 정의를 보고 빵터진 사람들 있을 거다. 광대들을 생각해보자. 우스꽝스런 의상과 분장, 과장된 행동. 흡사 미치광이의 모습과 비슷하다. 게다가 <노래하듯이 햄릿>의 광대들은 햄릿이 남기고 간 수첩을 뒤적이며 그의 삶을 이끌어내는데, 그 방식은 일종의 ‘빙의’ 현상과 비슷했다. 빙의 되는 사람들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반쯤 혼이 나간 듯하여 과격한 행동과 공격적인 말투를 뱉는다. 미치광이처럼 말이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연결해주는데 맨 정신으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수첩 뒤적.gif


즉, 광대는 살아 숨쉬는 관객과 이미 죽어 해골만 남아버린 햄릿의 이야기를 연결시켜준다. 노래하고 춤추며 햄릿이 겪어야만 했던 감정을 때로는 고통스럽게, 때로는 환희적으로 대신 내뱉어준다. 이로써 광대들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햄릿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낸다. 빙의된 순간의 감정을 느끼기에, 더욱 절실하게 공감해줄 수 있는 것이다.또한 광대들이 때로는 그의 행동에 반대하기도 하고,동조하는 등의 의견을 내면서 관객들을 실제 햄릿의 인생으로 끌어들여 같이 공감하도록 유도했다. 마치 함께 영화를 관람한 친구가 “얘,정말 그렇지 않니?” 하듯이.


# 다양한 시선, 다양한 느낌의 인형과 오브제

인형극이랑 오브제.gif


“현대에 이르러 결정장애의 다른 이름이 된 햄릿. 그는 깊은 고민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이도 저도 아닌 파국을 맞이한다. 햄릿이 햄릿이라는 감옥에 갇혀있듯 모든 인간들은 그런 모호한 유한성에 갇혀있다. <노래하듯이 햄릿>에서 상자에 갇혀있던 햄릿이 그 왜소한 상자를 몸으로 삼고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려 몸부림치는 모습만큼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연극의 장면은 드물다. 
-남궁경-”


공연의 개성 있는 마지막 특징은 인형극과 오브제의 사용이었다. 이 부분이 내게 가장 생각의 전환을 시켜 준 부분이었다고 말하겠다.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물체들을 햄릿에 대입시켰는데도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극의 초반에 햄릿의 어머니와 숙부 역을 배우들이 큰 인형을 들고나와 뒤에서 조종하며 연기했다.한 손은 얼굴을 들고,한 손은 부가적인 행동을 취하는 형식이었다. 가끔 손이 아니라 발을 사용하기도 했다. 인형극이라면 사람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인형을 조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큰 인형을 무리 없이 뒤에서 조종하는 것을 보니 작은 인형보다 몰입도가 좋았다.


인형극 햄릿.gif


그리고 햄릿이 등장할 때의 충격이란. 인형도 아니고 물체도 아닌 무언가를 햄릿이라며 데리고 나왔다.(웃음)해골 머리통을 의자 위에 얹어놓은 ‘햄릿’이 등장한 것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연기와 대사를 하면서 왜 의자를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의자로 인해 전반적으로 몸이 움츠러든 형상을 나타냈는데, 이는 햄릿의 방어적인 모습으로 인한 광기 어린 모습과 좌절감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아버님의 죽음과 곧바로 숙부와 재혼한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으로 상처받은 햄릿은 한껏 몸을 수그리고 마치 방어하는 듯, 공격하는 듯 자조적인 몸짓과 어조로 대사를 읊는다. 


의자 오브제.JPG

우울.jpg


햄릿은 의자에 그치지 않고 요상한 물건들에 잘도 붙었다. 때로는 상자 위에, 때로는 긴 천 위에 결합되었다. 긴 천으로 표현된 햄릿 역시, 무언가를 잡고 싶어하며 뻗어나가는 모습을 긴 천으로 표편하여 느낌을 살렸고, 배우의 손짓으로 사실감이 더해졌다. 기발한 표현기법이다. 어떻게 해서든 자유롭고싶은 햄릿이지만, 결국 오브제의 속박에 갇혀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오히려 오브제의 사용으로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는 햄릿의 모습을 보여주어 햄릿의 본질적인 감정선이 잘 드러났던 것 같다.


천 연기.JPG


공연이 끝난 뒤, 연극보다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본 느낌이었다. 춤과 노래가 어우러져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특히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는 미치광이 같은 오묘한 감정을 소화해내는 데 무리가 없을 만큼 훌륭했다. 앞으로의 ‘뛰다’의 행보가 기대될 만큼! 

아쉬운 점이라면, 프로그램 북을 읽고 난 뒤 얻은 깨달음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 의도를 진작 알고 갔으면 공연을 더 심도 있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기저에 깔려있는 공연의 의미를 한번쯤 알아보고 관람하길 바랄 뿐이다.

이 외에도 정말 느낀 점이 많았으나, 과유불급. 꼭 직접 현장에 가서 경험해 보길 바란다. 새로운 오브제의 사용과 구성방식은 처음 경험해보는 햄릿의 세계를 열어 줄 것이다. 내게 좋은 문화 경험의 기회를 주신 공연창작집단 ‘뛰다’에 감사드리며, 아쉬움을 달래보려 살짝 공연영상을 첨부한다.







SNS운영팀_김지현님 태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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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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