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로맨스가 필요해! 여가와 데이트 문화의 발달 [문화전반]

글 입력 2015.05.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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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간의 사랑은 본래 심리적인 현상이다. 사랑은 두 개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으로 상대방에게 압도당하면서 서로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긴다. 보통의 일상과는 다른 감정이 느껴지고, 일부러 그 차이를 더 확고하게 만들려고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날이 특별한 날이 되고, 특별한 옷을 입고 특별한 음식을 먹고 특별한 일을 한다. 즉 사랑이라는 감정은 현실에서 데이트라는 경제적 혹은 여가적 행위로 드러난다. 따라서 로맨스를 가꾸어 나가는 데에 있어서 데이트는 중요 요소이자 로맨스를 보여주는 객관적 증거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아마 데이트일 것이다. 어디서 어떤 데이트를 어떻게 해야 상대와 내가 모두 만족할 수 있을까? 데이트는 단지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사랑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소비이자 일상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데이트를 통해 연인은 서로를 유혹하거나 과시하고, 또 자기를 희생하고 배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데이트는 어떻게 발전해 온 것일까? 부모님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과거와 현재의 데이트 문화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시대에 따라 여가문화가 발달하면서 생겨났다. 점차 다양한 여가문화가 생겨나고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세대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대중 문화가 형성되고 또 한층 업그레이드 된 (혹은 후퇴하기도 하는) 데이트 문화가 조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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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로 넘어와 가장 ‘혁명적’이었던 데이트 코스는 아마 영화관일 것이다. 19세기 후반부터 만들어진 영화는 사실 일반 대중이 접하기 힘든 고급 문화였다. 하지만 1905년 미국에서 ‘니켈로데온’ 이라는 입장료 5센트에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저렴한 영화관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대중들 사이에 확산된다. 1914년부터 본격적인 영화 전용관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20세기 초 가장 저렴한 오락형태로 자리잡는다. 영화 속 간접 경험을 통해 노동자들은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었기에 주로 하층계급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의 경우 70년대 개봉관과 동시 상영관이 생겨났다. 엄마가 어렸을 때 영화관에는 단 하나의 상영관밖에 없었다고 한다. 내가 유치원 때만 해도 그림으로 그려진 포스터가 걸린 영화관이 있었다. 우리가 지금 아는 멀티플렉스 극장은 90년대 이후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가가 하나의 소비영역으로 등장하면서 여가의 고급화가 진행되고 불평등이 생기게 된다. 영화의 경우 일반 상영관 외에도 골드 클래스나 씨네드 셰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상영관) 프리미엄 영화관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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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이 데이트 코스로 사랑 받는 이유는 아마 크게 3가지로 말할 수 있다. 우선 다른 데이트 코스에 비해 저렴하다. 큰 수입이 없는 학생들은 물론 남녀노소 모두 가볍게 즐길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애용한다. 두 번째, 영화관은 어둡고 익명성이 보장된다. 집, 학교, 회사의 구성원들은 나를 알아보고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관에 오는 사람들은 서로를 모르고, 또 어둡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영화관에서는 자유롭게 로맨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통해 일상에서 탈출해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간접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 영화 관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미로 여기는 활동이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즐거움도 2배, 사랑도 2배로 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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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데이트 코스로는 댄스홀과 공원은 어떨까? 댄스는 과거 농촌사회부터 일찍이 자리잡은 노동계급의 여가이다. 1910년대 도시에서 댄스홀과 댄스 아카데미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다양한 계급이 누리는 사교활동의 장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레코드와 재즈가 보급되면서 과거 춤바람과 사교춤이 유행했다. 과도하게 자유방임적이고 에로틱한 이미지를 갖는다고 하여 규제되기도 했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스포츠 댄스로 재도입되면서 데이트 코스를 넘어서 하나의 스포츠 문화로 자리잡았다. 

공원의 경우, 단순한 자연 경관을 벗어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유원지로 발돋움한다. 미국의 코니 아일랜드는 최초로 설립된 유원지로 아직까지도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원지는 창경원이나 어린이대공원 같이 동물원으로 시작했다. 70년대 우리 부모님이 처음 데이트를 한 장소도 공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편하게 갈 수 있는 곳도 공원이었다고 한다. 당시에 공원은 데이트 필수 코스로 여겨진 것 같다. 이후 현재 에버랜드로 개명한 1976년 용인자연동원이 설립되고 놀이공원이 등장하면서 유원지는 가족, 친구, 연인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 문화로 자리잡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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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데이트에 혁신을 보여준 발명품은 따로 있다. 바로 자동차다. 자동차의 대중화는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T형 포드를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하면서 시작된다. 여기에 1920년대 도로 개선, 확장,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자동차는 더욱 큰 인기를 끈다. 심지어 자동차는 1930년대 여가문화와 완전히 결합하게 된다. 일반 거주지와는 멀리 있는 국립공원이나 소도시 방문해 조용한 곳에서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과 도로변 캠핑이 인기를 끈다. 1950년대부터는 드라이브인 drive in 문화가 형성된다. 자동차 전용극장이나 전용식당이 생기면서 자동차 자체가 하나의 데이트 장소처럼 여겨진다. 자동차가 데이트 문화에 잘 융합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는 작고 협소하다. 바깥과는 분리된 그들만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서로 더 가까워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 두 사람이 함께 길게 뻗은 도로 위를 빠른 속도로 달린다는 사실 자체가 낭만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강렬함, 모험성이라는 성격을 띤 로맨틱한 상품 자동차는 이제 데이트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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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란 직장이나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시간을 뜻한다. 근대 사회에 들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가 되면서 여가는 우리 모두가 원하는 시간이자 잘 보내고 싶어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오락거리나 여가 상품이 등장하면서 여가는 하나의 산업으로 발달한다. 여가의 가장 큰 소비자는 아마 연인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고 특별한 ‘여가’ 활동을 하기 때문에 여가는 데이트 문화의 큰 축이 되었다. 영화관, 댄스홀, 유원지, 자동차 등 여러 상품의 개발과 기술의 발전으로 여가 문화는 더욱 풍요롭게 확산되었고, 데이트에도 다양한 방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 

[하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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