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글씨로말하다_이것저것, 끄적끄적

글 입력 2015.05.2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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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이미 떨어진지 오래고,
봄바람 타고 넘어오던 라일락향마저 
그 내음이 사라졌다.

봄이 지나고, 이제 여름향이 난다.
떠나간 봄에게 안부를 물어보는 여유를 가져본다.

오늘은
딱히 주제도 없고, 
꼬집어 말하고 싶은 메세지도 없다.
그저 요즘 나의 일상에서 끄적끄적대며 이야기하고자


펜을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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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를 함께 보낸
'그림자 여행'이라는 책 중에서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건
그 사람과 맺은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았음을 증연하며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가장 뜨거운 증언이라는
대목이 있었다.

봄은 내년을 기약하고 떠나기라도 했지.
기약도 없이 나를 떠난,
벚꽃과 함께 흩어져버린 그대에게
잘 있니, 하고 공허한 안부를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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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여행'에서 작가가 말하는
그림자는 빛의 대가로, 
어둠과 슬픔의 모습으로 내면에 있는 것으로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덕분에 다른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자신의 그림자를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며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온 그림자가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며
그림자조차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작가처럼
나 또한 내 삶에서
숱하게 짙어지고 또 '나만의' 모습으로, 나도 모르게 자라온
그림자를 시시때때로 돌아보고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4주 1.jpg

소설은 도무지 손에 잡히지가 않는데,
시는 오래도록 잡고 싶어진다.
똑같은 시일지라도 
며칠을 주기로 곱씹어보고
이렇게 여운이 길게 남는
나에게 있어서, 좋은 시는
글씨로 마음으로 새기게 된다.

일상에서 사람다움을,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던
수면사는 내게
'안방에 법당을 세우고
연등 같은 아이들과
잠자는 설법을 들었다'라는 구절에서

다가오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자비가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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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좋은 글귀라고
써달라고 요청해서 써보았다.

'눈을 감아도 떠도 내 안에 있는 너' 라는 것이
작가가 말하는 소녀의 감성인가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이 글귀가
오롯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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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즐겨찾는 아티스트인 이슬기
그의 노래들 중 가장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 걸 써보았다.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 사람다운 사람이고 싶어라 하는 말에서
'사람'이라는 참 단순하고도 복잡한 말에서
나는 나의 과거를,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보게 되었다.

오늘도 별 볼일 없고, 실수투성이에 못나고, 후회해도
사람다운, 사람을 생각하는,
내일을 기다리는,
희망을 말하는 사람이고 싶어라


4주 3.jpg

붓과 펜을 잡는다고 알려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글씨를 써달라는
요청받는 일도 빈번해졌다.

'사랑을 알려준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글을 여러번 써봤는데,
아무리 써봐도
떠오르는 건 나의 부모님이었다.

더 크고 넓은 사회에 들어와서 사람들이
나를 알아가는 단계에서 형제관계가 외동일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실제로는 2녀 중 맏이고,
학창시절 내내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서
추측하는 그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타인을 대할 때 나의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사랑받은 티가 난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부모님이 생각나면서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사랑을 알려주시고, 사랑으로 키워주시고,
지금 이렇게 캘리그라피를 취미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에도
늘 응원해주시고 내 의견을 적극 존중해주시는
나의 부모님.

사랑을 알려주셔서 감사하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주 4.jpg

캘리그라피와
그리고 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한 추억들이
벽면을 하나 둘 채워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펜을 들어 소망을 써내려 간다.



Calligraphy by 소망캘리 



[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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