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2015 OCI YOUNG CREATIVES [다원예술, OCI미술관]

글 입력 2015.05.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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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OCI YOUNG CREATIVES
- 김정은, 주세균 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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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OCI YOUNG CREATIVES 


일자 : 2015.5.14 ~ 2015.6.9

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장소 : OCI미술관

티켓가격: 무료

주최 : OCI미술관




문의 : 02-734-0439





<상세정보>



기억과 몸의 장소들 – 김정은의 지도/드로잉 작업
 

지도는 현대미술의 매력적인 모티브 중의 하나이다. 지극히 중립적인 차원에서 사회의 ‘객관적 형식’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 특성상, 아카이빙이나 리서치 베이스 작업에서 이용하기 좋은 소재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제시되는 지도는 주로 철저히 기계적인 외관을 띠고 등장한다. 일종의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는 이러한 아카이빙이나 리서치 작업이 유행하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김정은의 작업은 독특하다. 지도를 작업의 소재이자 자료로 이용하되 개인적인 기억과 몸의 움직임, 일상적이고 소소한 주관적 감성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지도는 현실의 지형을 반영하는 지도인 동시에 몸과 기억이 스며있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지도’이다.
예를 들어 <셀프 맵핑 Self Mapping:141003-150405>에서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와 그 주변의 길들을 단순한 길로 구성된 지도로 그린다. 이 지도는 또한 작가 자신이 일상의 소소한 볼일을 위해 걸어 다녔던 길의 흔적이자 몸의 움직임을 기록한 드로잉이기도 하다. 이 지도/드로잉 곳곳의 모퉁이에는 “2시간 커피” “제법 쌀쌀해졌다” 등등, 혼잣말처럼 덧붙인 메모들이 곁들여진다. 작가는 여러 장의 트레이싱지에 이 지도/드로잉을 겹쳐 그림으로써 기억이 겹쳐지듯이 포개지는 시간/길의 흔적들을 만들어낸다. 또한 <플라워 맵 시리즈-Flowers Map ->에서는 실제 지도에서 정교하게 잘라낸 선들을 모눈종이 트레이싱지에 옮기고 라이트박스에 넣되 부분적으로 꽃잎 모양처럼 보이게 만든다. <나열된 장소>에서는 지도를 구성하는 블록 모양들을 따서 흰색의 입체 조각들을 만들고 그것을 줄을 맞추어 일정한 간격으로 나열한다. 나열된 조각들은 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된 새로운 지도가 된다.
그러나 이런 변형이 단지 지도를 주관적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객관적 형식의 주관적 전용이라는 단순한 개념 이상의 것을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 작업의 독특함은, 이러한 ‘개인적 지도’의 재구성에도 불구하고 출발점이 되는 지도의 수치와 규격을 변형시키지 않고 그대로 지킨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종이 위에 드로잉을 하거나 종이를 오려 내거나 같은 모양을 여러 장 만들어서 겹치거나, 혹은 작은 블록처럼 입체적인 조각들로 지도를 꾸미거나, 다양한 재료와 형식으로 표현되지만 김정은의 작업은 항상 실재하는 지도에서 출발하고 그 지도의 수치와 규격을 그대로 따온다. 원래의 지도가 정확히 어떤 곳의 지도인지 명시하지는 않지만, 어떤 작품이건 항상 현실의 지도를 원재료로 사용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예를 들어 <부유하는 섬 -불안한 좌표 Floating Island -coordinate uneasy >에서 작가는 지도에서 도로를 제외한 블록 모양들을 포맥스에 옮겨서 그 모양 그대로 오려내고, 이 작업을 여러 번 되풀이하여 입체적으로 쌓는다. 그리고 이렇게 쌓은 입체적 지도를 푸른색의 에폭시에 잠기게 만듦으로써 물에 잠긴 도시 같은 모양의 또 다른 지도를 만든다. 에서도 트레이싱지에 지도의 블록 모양들을 옮겨서 오려내고 그것을 층층으로 겹쳐낸다. 지도에 표기된 번지수까지 하나 하나 옮겨준다. 이러한 작업은 오랜 시간과 정교함을 요구하는, 손이 많이 가는 수공 작업이다. 작가는 이 섬세한 작업을 통해서 현실의 지도를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가장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지도로 만든다.
지도 작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작가는 지도책에서 블록을 오려내고 도로를 남겨서 그물망이나 실뜨개 같은 느낌의 작업을 만들었다. 같은 장소에 대해 서로 다른 시기에 나온 지도책을 겹쳐서 사용함으로써,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최근 작업은 에폭시, 트레이싱지, 포맥스, 나무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새로운 변형 방법을 보여준다. 반투명한 재료들을 사용하고 같은 모양을 여러 번 오려 내거나 겹침으로써, 작가는 지도가 공간의 흔적인 것만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일반적인 지도가 갖는 부감시점을 유지하되 그것을 ‘두께’를 가진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작가는 지도책의 납작한 공간을 기억과 경험으로 풍성해진 장소로 재구성해낸다.
이러한 작업은 선재하는 구조나 형식에 개인적인 것을 맞추는 작업도 아니고 개인적 경험이 사회의 구조나 형식에 비해 우월하다는 시각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어떤 공간을 주관적으로 전유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작가가 만드는 지도/드로잉 작업은, 후설의 현상학이 ‘생활세계’라고 부른 장 혹은 환경이 어떻게 우리의 경험이나 몸과 분리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현상학에 따르면, 모든 의식은 어떤 대상에 대한 의식이며, 또한 세계의 모든 대상들은 의식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객관성과 주관성의 양자택일은 무의미해진다. 후설에서 더 나아가 메를로-퐁티는 세계와 나의 이러한 얽힘은 몸을 매개로 이루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은의 지도/드로잉 작업은 이러한 맥락에서 몸과 기억, 경험으로 구성된 공간의 지도이다. 이 공간은 객관적 세계에 속한 것이면서 동시에 주관에 의해서만 완성되는 공간이다. 기존의 지도가 그 속을 걸어가는 인간의 몸이나 경험과는 무관한 추상적 세계를 보여준다면, 작가가 다시 만들어낸 지도는 몸과 경험 그 자체를 통해서만 구성되는 객관적 세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객관성은 작가의 손에 의해 채워진 주관성의 반쪽이며 그 풍부한 이면이다.
 

조선령(부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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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_Floating Island-coordinate uneasy_모눈종이 컷팅, 에폭시, 가변설치_300×200×20cm_2015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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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_Flowers Map 1_트레이싱 모눈종이 15장 핸드컷팅 ,라이트박스_59×45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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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_Diary Mapping: on the road_보드지, 스텐봉, 연필 드로잉, 가변설치_250×100cm_2015



확정된 재현을 허무는, 재현의 새 문법
 

주세균의 작업은 크게 세부분으로 전개된 것처럼 보였다.
하나. 바닥면에 색분말을 정교하게 살포해서 여러 나라의 국기를 총천연색으로 재현하는 평면 작업. 2010년 시작되었다.
 
둘. 민무늬 도자기를 만든 후 도기 표면에 연필(검정)이나 분필(분필)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국보급 도자기의 외관을 흑백으로 재현하는 입체작업. 2012년 시작되었다.
 
셋. 메시지를 담은 단어나 문장을 원통형 용기처럼 변형시켜서 시각적 농담을 던지는 작업. 가 여기에 해당할 것 같다. 텍스트와 오브제가 나란히 제시되어 완성되는 점에서 평면+입체가 병행된 작업 쯤 될 것 같다. 2014년 시작되었다.
 
그 외에 <무제>(2014)처럼 마땅히 세부분 중 어디에 넣을 순 없으나, ‘자의적인 재현술’을 구사하는 점에서 세부분의 공통된 취지를 따르는 작업도 틈틈 발표했다.
 
세 양상으로 구분한 위의 작업들은 인습적인 재현 너머로 새로운 재현의 문법을 발견하려는 시도처럼 보였다. 더러 서로 무관한 두 개의 대상 사이에서 시각적 유비를 찾는 인지 능력, 파레이돌리아Pareidolia의 재치가 깃든 작업도 많았다. 한데 색모래를 바닥에 떨어뜨려 정교하게 쌓아 여러 나라의 국기를 만든 작업을 빼면 모조리 작업에 도자기가 출현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그가 미대 재학시절 제작한 작업에도 현재 자주 출현하는 도자기, 혹은 물레작업으로 만든 좌우대칭의 원통형 용기들이 (2007)에서 나온 바 있다. 아울러 학창시절 만든 <픽테러그램 Picterrorgram :picto+error+telegram>(2009)이 세상에서 유통되는 확정된 기호를 해체하는 작업인 점을 감안하면, 주세균의 현재 미학은 오래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의 국기 디자인을 맨바닥에 작도한 후에, 그 위로 색모래를 균질한 두께로 얇게 도포한 작업이 (2010) 혹은 (2011)이다. 나는 설명을 듣기 전까지 이 만국기의 이미지를 동일하게 재현한 것이라 생각했으며, 작품 제목으로 적은 Notional이 National의 오타일 거라 무심히 믿었다. 아마 나처럼 믿은 관객이 많으리라 본다. 그 만큼 만국기 디자인은 애써 오류를 살필 필요가 없는, 만인에게 합의된 기호다. 그런데 사정을 듣자하니 세계 각국 국기들에서 흔히 사용되는 도안을 임의적으로 재조합해서 만든 ‘가짜 만국기’였다. a를 o로 교체한 이 언어유희는 공교롭게 <개념적인 국기>라는 의미심장한 제작 취지까지 담고 말았다.
 
은 작가가 직접 주조한 민무늬 도자기 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은 국보급 유물 도자기들의 사진을 토대로 민무늬 도자기의 표면에 연필 혹은 분필로 유사하게 옮긴 작업이다. 이 작업의 포인트는 입체(도자기) 위에 음영이나 원근감 같은 평면회화의 착시 기술을 입혀서 완성했다는 데에 있다. 가 실제 만국기의 이미지에서 일부를 자의적으로 수정해서 전혀 의미 없는 기호를 만들어서, 만국기라는 합의된 기호를 교란시킨 것처럼, 연작은 3차원의 도자기 위에 분필과 연필로 2차원적 재현을 입힘으로써, 실제 모델이 된 고려시대 청자와 조선시대 백자와는 전혀 상이한 작품을 낳았는데, 이는 대상을 쉽게 가변시킬 수 있는 동시대 매체 환경과 조율하는 변형체인 셈이다.
 
때문에 이건 이건, 두 연작 모두 세간에서 영구불변한 가치로 숭앙되는 기호체계-작가는 이것을 ‘패턴’이란 용어로 표현하는 것 같다-를 해체하는 논리를 따르는 점에서 같다. 실제 만국기의 디자인을 교란시킨 의 초안 쯤 될 에선 10시간 넘게 바닥에 내밀하게 쌓은 분말 국기들을 단숨에 쓸어내어 결국 가루 더미로 반전시키는 결말이 나오는데, 어렵게 완성한 만국기가 한줌의 모래먼지로 환원되는 이 퍼포먼스는 묘한 시각적 후련함을 안긴다. 그리고 시각예술의 유한성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같은 이치로 역시 주형, 유약, 건조, 초벌, 채색, 재벌 같은 복잡한 절차를 통해 형태와 무늬를 얻었을 선대의 도자기 제작 공정을, 분필과 연필로 신속하게 모방한 점에서 유물을 둘러싼 영구불변성을 유쾌하게 해체한다. 시각예술의 생리는 실제를 모방하는 것인 바, 제 아무리 정교하게 완성해도 결국 실제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림자만 제시하는 한계를 갖는 법이다. 한낱 가루 더미로 사라진 의 퍼포먼스나, 마저 결국 가루로 구성되었다는 점은 바니타스 정물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며, 시각예술의 한시성을 풍자한 것 같기도 하다. 그 점 때문에 같은 2015년 이전에 완성된 주세균의 대표작은 재현의 새 문법을 찾는 과정 혹은 확고부동한 재현 아이콘을 해체하는 미적 태도를 보여준다. 놀라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을 만든 재료가 고작 정착되지 않는 색모래 분필 연필인 점이 놀랍다.
 
주세균의 신작은 ‘인테리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는 주세균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과 만나 저녁식사를 나누는 장면을 기록한 영상물이다. 이 작업은 한 해전에 완성한 의 미학이 영상 작업으로 연장된 경우일 것이다. 영상에는 “어머니가 노력 위에 정직함을 뿌리셨다.”거나 “저녁식사 시간 테이블 위에 근면함과 노력 조화 정직함 의지 그리고 인내력이 올라간다.”와 같은 자막이 나온다. 자막 속에 포함된 이 의미심장한 단어들은 주세균이 성장하면서 가족들과 식사 시간에 주고받은 ‘가치관’들을 단어로 옮긴 것이다. 단어를 회전시켰을 때 나오는 무정형의 도형을 용기로 제작했던 의 제작 원리처럼, 주세균은 신작에서 ‘노력’ ‘정직함’ ‘정성’…등 성장기에 부모와 식탁에서 나눈 대화 가운데 삶의 지침이 된 단어를 음식을 담는 식기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변형된 식기들에 음식을 담아 식탁에 올려놓고 가족과 재회했다.
 
는 저녁 식사를 모두 마치고 음식을 담은 식기를 씻어 찬장에 수납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화면이 보여주는 무정형 식기들이 보관된 찬장의 모습은 성유물함처럼 신성해 보인다. 찬장에 보관된 무정형 식기들은 외부인의 눈에는 판독이 불가능한 괴이한 취향의 도기들일 뿐일 게다. 주세균의 가족이 수십 년간 식탁 위에서 주고받은 ‘도전’ ‘배려’ ‘근면’ ‘노력’…. 같은 가치관이 기입된 만큼, 이 괴이한 식기들이 담고 있는 가치관의 비중은 주세균의 가족, 그 내부에서만 온전히 해석될 것이다.
 
‘만국기’의 원형 이미지를 수정한 속 변형된 국기들은 확정된 패턴에 익숙해진 외부인에게는 쉽게 식별되지 않을 게다. 원형과 변형 사이의 차이점은 확정된 패턴(원형 국기)에 대처하기로 의식한 이(작가)의 독자적인 아이디어니까. 그런 점에서 신작 는 확정된 패턴에 익숙해지는 공동체를 향한 주세균의 지속적인 관심이, 작가 개인의 내면을 향해서 완성한 결과 혹은 자기고백 같기도 하다.


반이정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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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균_회전 드로잉 'challenge #1'_단채널 영상, 컬러_연속재생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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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균_Cupboard #2_세라믹, 나무, 거울_39×147×39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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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균_저녁식사_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_00:16:23_2015



서포터즈4기_나유리님.jpg


[나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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