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사랑. 영화 - Her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2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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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다룬 많은 영화들이 있다. 그 들 중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그저 영화에서의 그들의 기계적 전투력을 극대화시켜주는 요소로 이용되곤 했다.

하지만 이 영화, 인공지능으로 가장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 ‘사랑’을 말했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타인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다. 아내와는 이혼 조정 기간 중으로 오랜 기간 별거한 채 혼자 살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의 공허함과 외로움에서 그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굳이 거창하게 표현되지 않았지만 이 영화의 배경은 우리의 멀지 않은 미래이다.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폰의 기기의 화면조차 쳐다볼 필요가 없다. 무선이어폰을 꼽고 명령만 하면 된다. ‘손’과 ‘눈’ 의 감각이 ‘입’ ‘귀’로 옮겨 간 것이다. 때문에 ‘볼 것’은 퇴화한다. ‘당신은 아직도 인쇄된 책을 좋아하지’ 라는 사만다의 말에서 테오도르의 아날로그적 성품뿐 아니라 책 같은 인쇄물은 거의 남지 않게 된  것 또한 알 수 있다. 책이 사라진 이때 손과 눈이 필요한 편지는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거의 사라진 아날로그적 감성용품이 되어버렸다. 하나의 이벤트가 되었고, 꽤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직업으로까지 발전한 것이 그리 신기하지 않다.

 

마치 그저 통화하는 것처럼,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사만다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똑똑한 것은 물론 그를 웃겨주고, 기분에 맞는 음악을 틀어주기도 하는 센스쟁이다. 테오도르를 걱정하고, 질투하며, 이런 자신의 감정이 프로그래밍된 가짜가 아닐까 스스로 혼란을 겪기도 한다. 누구보다 인간적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실체가 없다. 이는 테오도르가 사만다를 사랑하게 되고 또 갈등하게 되는 이유다.

아내 캐서린에게 문제가 있음에도 표현하지 않고 삭히며 서로의 불신만 키워오던 때와 달리 보이지 않는 어떤 편안함으로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자신의 사소한 감정조차 털어놓을 수 있게 된다. 시간이 흘러 사만다는 말동무에서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한 가지의 결핍이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는 사만다에게도 테오도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실체의 느낌에 대해, 몸에 대해 끊임없는 물음을 던진다. 함께 해변에 갔을 때, 사만다의 ‘모든 사람에게 사람의 몸에 대한 기억을 지우면 현재의 모습이 얼마나 징그러울까‘ 라는 말은 그녀가 말하고 싶은 ‘실체’의 허황됨과 동시에 동경이 포함되어 있다. 테오도르 또한 아내와 이혼서류 싸인을 하고 온 기점으로부터 실체에 대한 생각을 한다. 캐서린의 노트북과 데이트하냐는 무시에, 폴의 더블데이트 제안에 선뜻 대답 못하는 자신에게, 사만다와 대화하는 와중에 보이는 기계적 이미지에, 맨홀 뚜껑에서 나오는 연기마저 실체가 있다는 것에, 그는 사랑과 실체 그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이 영화에서 사랑에 대해 던지는 화두가 두 가지 있다면 하나는 ‘실체’에 대한 것 그리고 ‘소유’에 대한 것이다. 자신만의 단 하나인 사만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테오도르는 충격을 받는다. 사실 나도 수천 명과 대화를 하고 몇백 명을 사랑한다고 하는 사만다에게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사만다가 말한 ‘나는 당신의 것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라는 말은 OS인 그녀와 테오도르의 관계 뿐 아니라 모든 연인관계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테오도르 또한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결국 사만다는 떠났다. 사만다 뿐 아니라 모든 OS들이 떠났다. 찰스와 헤어진 후 OS와 친구를 맺은 에이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보여지지 않았지만  그와 같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테오도르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깨달았고, 받아들였다

그가 피하고 두려워했던 어떤 것에 대해 그것조차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것조차 사랑의 일부분이었음을 사만다로 하여금 알게 되었다.

영화 첫 장면, 무표정한 얼굴로 남의 편지를 쓰던 그는 마지막에 캐서린에게 자신의 편지를 쓴다. ‘사랑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과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이것은 테오도르와 사만다만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의 얘기다. OS라는 대상의 설정만 제외한다면 가장 보편적이면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강정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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