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엄마와 딸의 관계, 가을이 오면 - 애증 [문학]

글 입력 2015.04.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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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풍경.jpg


벚꽃들이 한창 화사하게 개화하는 봄의 절정에서, 벌써 한여름도 지나간 가을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미리 가을의 고독한 쓸쓸함을 덜어드리고자 이렇게 권여선 작가의 '가을이 오면'이라는 책을 가져왔습니다. 한창 봄의 무르익음에 익숙한 여러분들께 먼저 쓸쓸한 애증의 관계로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



#1. 인물 보기

- 로라: 27살 여자. K전문대 아동학과를 나왔으며 유복자로 태어났습니다. 심한 알레르기 체질때문에 외모 컴플렉스가 심합니다.

- 로라의 어머니: 남을 의식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며 남편 없이 홀로 딸을 키워야만 했던 불행한 여인이었습니다.

- 남자: 로라와 달리 잘생긴 인물인 동시에 로라와 잘 되려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는 인물입니다. 기이하기도 하지만 매력도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냅니다.





#2. 애증 - 그 모순의 관계- 모녀


애증(愛憎)이라... 말만 들어도 답답하고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굴레에 갇혀있는 느낌이 들게 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태어나는 이상 그리고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이상 우리는 이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바로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순수의 결정체인 아기때부터 무의식적으로  부모님께 느끼는 원초적 감정이 이 '애증'의 감정이기도 하니까요.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자신을 모든 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신과 같은 부모에게 무한한 사랑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이 하고 싶은 본능적 욕망을 사회규제로 인해 못하게 막는 부모의 가르침으로부터 아이는 무한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라온 우리들에겐 내제된 감정이지만 낯설기만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런 애증을 '엄마'에게 느낍니다. 모녀의 관계를 통해 그녀는 예쁘기보다 오히려 못생긴 자신에게 '로라'라는 이름을 지어준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큽니다. 또한 자신은 절대 엄마와 닮지 않겠다고 발악을 하지만 결국 자기도 모르게 엄마를 닮아가는 모습에 눈물을 흘립니다. 그녀는 우연히 자신을 도와준 한 남자를 현재 교회 셋방에서 별거중인 어머니에게 데려갑니다. 잘생긴 남자와 다닌다는 것을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은 심리이며 복수의 심리도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음식 앞에서 화를 내며 폭발해버리고 마는데요, 사랑이 찾아왔지만 스스로 떠나보내는 비극적 분위기가 드러납니다.

딸이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엄마는 딸이 어린 소녀에서부터 한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 모든 시기에 최우선적 역할 모델이 됩니다. 어떤 친구를 만날지, 어떤 남자를 사랑할지, 결혼하면 어떤 엄마와 아내가 될지 모두 엄마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딸에게 엄마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벗어나고 싶은 그 무엇입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엄마가 하는 모든 말은 딸에게 잔소리처럼 여겨지고, 내 마음 좀 알아달라는 엄마의 외침은 피하고 싶은 정서적 부담입니다.

원초적이고 모순적인 애증의 감정이 그녀에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 보입니다.




#3. 음식은 어떤 의미인가?


Wow!! 음식이라는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돕니다. 요즘같이 맛집탐방이 유행하는 때인 만큼, 특히 끼니 때일 만큼 먹을 것 앞에서 흥분하지 않는 분들은 없겠죠? *^o^*  나를 지치게 하는 일상을 저녁에 친구, 가족, 동료들과 함께 시원한 맥주로 속을 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일도 많습니다. 또 다른 면에서 살펴보면 이런 말도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초대받은 식사자리에서 음식에 대해 칭찬하는 말을 이렇게 하고는 합니다. "어휴, 고향에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 같습니다. 정말 맛있어요!" 최고의 칭찬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앞에서 "오성급 호텔의 최고 셰프가 해준 것 같이 정말 맛있습니다."라고 말하진 않듯이요.^^

네,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먹을 것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근본적 힘입니다.

[음식 = 모성] 이라는 공식을 인정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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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역국:

한국인에게 최소한 그냥 음식은 아닙니다. 미역국은 생일에 먹는 음식이고 이는 엄마를 떠올리며 출산까지 연상되게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엄마의 미끈한 '우아'와 '가식'이 떠올려지는 이 음식을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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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배추를 끓인 된장국:

소설에서 주인공의 이중성이 폭발하는 장면속에 등장하는 음식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이 음식을 가장 좋아합니다. 바로 모녀의 애증을 대변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떨어져 살았던 엄마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었음에도 왜 자신을 이렇게 내버려 둘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망이 동시에 된장국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김치볶음밥.jpg 

- 김치볶음밥:

자취방에 혼자 사는 그녀에게 언젠가 그녀에게 도움을 준 한 남자가 들어와, 김치볶음밥을 해줍니다. 그녀에게 신선하고 이상한 충격을 주는 남자였습니다. 원래 사랑은 자신의 부족한 것을 채워줄 때 빠진다고 하죠. 주인공은 어릴적부터 엄마에게 무의식적으로 받은 상처, 모성의 결핍을 남자에게 느끼고 있습니다. 스테이크와 와인도 아닌, 변변치 않은 재료들로 만든 김치볶음밥에는 로맨틱한 느낌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 음식은 누구나 한번즘 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인 것처럼 그런 평범한 일상과 사랑의 결핍을 엄마 대신 남자에게 투영함으로써 그녀는 사랑아닌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주요 음식입니다.


"CF의 한 장면같은 화목한 가정은 현실에 없다." 고 몇십년 동안 모든 유형의 사람들의 심리상담을 한 어느 저명한 심리치료사가 한 말입니다. 완벽한 가정은 없습니다. 화목하다 해도 크고 작은 갈등은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 바로 가족이든, 연인이든, 애증의 관계에 있는 소중한 그 누구에게 잘 해주시기 바랍니다.^.^

애증의 관계에 있다는 건 그만큼 깊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장연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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