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로 보는 심리학-케빈에 대하여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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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심리학-케빈에 대하여



 티비를 보던 중 이경규 아저씨가 5살 이전에는 아무리 잘해줘도 기억을 못한다며 어릴 때 해외에 함께 다니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웃으며 보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음에도 많은 부모들은 말도 못하는 어릴 적부터, 심지어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책을 읽어주거나 음악을 틀어주는 활동을 한다. 이것들이 정말로 무의미할까? 그 기억들은 완전히 사라질까?


오늘 다룰 영화는 틸다 스윈튼과, 이즈라 밀러가 모자관계로 출연한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2011)이다. 꼬여버린 엄마와 아들 간의 관계는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나아간다. 엄마와 아들간의 관계는 어디서부터 삐뚤어졌을까? 이들 모자의 기억을 들여다보고, 기억을 넘어선 무의식과 그들의 관계를 연관 지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에바(틸다 스윈튼)는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가였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해 그녀의 삶은 완전히 바뀐다. 생명의 잉태로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경이로움이나 기쁨보다는 적대감 혹은 낯설음에 더 가까워보인다. 마찬가지로 출산 중의 울부짖음은 출산의 고통보다는 삶을 잃은 슬픔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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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직후의 아이는 잡음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케빈의 울음에 에바는 케빈을 달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공사장의 소음으로 케빈의 울음을 덮어버린다. 유아기에는 신생아 적의 기억까지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에바에 대한 케빈의 적대감이 시작된 것은 이 때로 보인다. 케빈의 적대감은 에바와의 소통 거부로 이어진다. 물건을 집어던지는 케빈을 보며 에바는 그를 달래고 어르지 않고, 너가 없었다면 더 행복했을 것이라 한탄한다.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에 따르면 2세 이전 부모의 지속적인 사랑이 부재할 경우 아이는 자아에는 신뢰감보다는 불신감이 자리 잡아 이후에 예측 불가한 행동을 많이 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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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단계 측면에서 볼 때 문제가 있는 것은 이때만이 아니다. 프로이트는 발달 과정 중 배변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를 제시하며 이를 항문기라 일컬었다. 이 때 부모가 대소변 가리기를 훈련시키지 않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엄격하게 훈련시킬 경우, 그 과정에서 아이는 욕구조절의 좌절을 느낀다. 이에 수치심이 형성되고, 잔인하거나 파괴적인 성격이 고착되기도 한다. 케빈의 경우를 살펴보자. 차근차근 숫자 공부를 시키는 에바에게 1부터 50까지를 줄줄 읊는 케빈. 보통의 경우, 부모는 우리 아들이 영재가 아닐까 생각하며 격한 칭찬을 하겠지만 에바는 이에 아이와 싸우려는 듯한 포지션을 취한다. 아이가 절대 풀 수 없을 어려운 덧셈 문제를 풀라는 것이다. 복수 하듯 기저귀에 실례를 하고 화가 난 에바는 케빈을 집어던진다. 큰 부상을 입은 케빈은 이후 기저귀를 떼고 스스로 화장실에 간다. 비정상적인 배변훈련 역시 케빈의 싸이코패스적 성향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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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항문기 이후 발달과정으로 남근기를 제시했다. 이 시기에는 성에 대해 인식이 가능해진다. 흔히 말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역시 이 때 발생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케빈에게 상당히 큰 영향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콤플렉스에 대한 해소가 이루어지지 못해 지속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의 아이는 부부라는 관계에 대한 인식이 완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성교 장면을 볼 경우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케빈은 이 충격을 에바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증오로 발전시킨 듯 보인다. 에바가 사랑했던 과거의 추억이 담긴 방이나 동생인 실비아의 애완동물 혹은 신체 등을 훼손시킨 것, 더 나아가 에바를 제외한 가족들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 역시 이러한 증오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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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의 케빈이 갓난아이일 적 공사장에 갔던 것을 기억할까? 아빠와 동생에 대한 증오심의 원인을 알까? 충격적인 사건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에바가 묻자 케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라 말한다. 상담 관련 수업에서 교수님이 상담사례를 들려준 적이 있다. 한 상담자가 기둥에 대한 원인 모를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지속적인 상담 끝에 알아낸 것은 갓난아이 시절 집에 들었던 도둑이 아이 위를 넘어 다니며 물건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 때 느낀 죽음에 대한 공포가 무의식에 남아 현재의 불안으로 이어진 것이다. 즉, 우리가 느끼는 원인 모를 감정에는 어느 정도 과거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무의식은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2011)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남성이 모친에게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을, 부친에게는 증오를 품는 감정.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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