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중들이 바라보는 재즈와 그역사

글 입력 2015.03.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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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역사책을 읽어보면 첫 페이지에 흑인들이 노예로 미국에 건너오는 장면, Scott Joplin의 래그타임을 연주하는 장면같은 것이 소개된다.

이러한 19세기 말을 지나 20세기 초까지 재즈는 당시에 '신생음악' 이면서 매우 미래적인, 그리고 유망한 음악 장르였을 것이다. 클래식음악의 시대에서 재즈음악이 탄생하면서 '음악사'는 크게 바뀌었다.

코드를 기반으로 하는 음악, 그리고 리듬 세션의 중요성이 커진 음악. 피아노와 기타같은 '코드'잡기 좋은 악기들의 위상은 올라갔고 이는 Rock 그리고 지금 존재하는 모든 팝과 다양한 음악에 두루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정작 '재즈'라는 장르는 이제 '고전', 즉 옛날 음악 취급을 받고 있다.

내가 월 이용권을 끊고 있는 음악사이트에서도 재즈는 클래식과 함께 '기타 장르' 라는 카테고리의 하위 목록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내가 재즈를 좋아한다고 하면 일부 사람들은 '특이하다'거나 '고상하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재즈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러한 위치까지 오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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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가던 국내 재즈클럽 "문글로우"는 문을 닫고 말았다.

재즈는 1920년대 이후 빅밴드 스윙 시대에는 대중음악으로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베니 굿맨(Benny Goodman)과 글렌 밀러 (Glenn Miller) 그리고 듀크 엘링턴 (Duke Ellington), 카운트 베이시(Count Basie)의 악단은 미국 전역을 순회하면서 슈퍼스타가 된다. 이 외에도 수많은 빅밴드 악단이 신나는 스윙 곡을 연주했으며, 이는 댄스 음악으로 적합했다. 지금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출 때 일렉트로닉 음악을 듣지만, 이 때 사람들은 빅밴드의 스윙음악을 들으러 갔다.



▲ Benny Goodman 악단과 소속 가수 Helen Ward가 함께한 "Dixieland Band" 당시에 인기좋은 댄스 곡이었다.

1940년대 이후 재즈는 '비밥'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발전하면서 예술적인 완성도를 갖추어 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대중들의 지지는 점점 잃게 된다.  이유로는 첫째로 누구나 즐기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테마 멜로디도 그런 경우가 많았지만 솔로에서는 따로 조금 공부하지 않으면 '왜'저런 즉흥연주가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곡의 템포도 너무 빨라졌고, (물론 발라드도 있었지만) 재즈 아티스트들은 자꾸만 더 어렵고 더 난해한 시도들을 했다.

비밥 재즈는 예술적,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번성기를 맞았지만 그럴수록 재즈는 흑인들만의 음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당시 백인들은 재즈에 기반을 두고있는 R&B의 영향을 받아서 신생장르로 로큰롤을 개척하는 중이었으며 그 이후로는 록 스타일의 음악이 스윙을 이어 대중들이 선택한 음악이 되었다.






▲같은 시기 (1957) 의 두 음악작품. 엘비스프레슬리(Elvis Presley)의 로큰롤과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등의 비밥재즈. 두 곡다 블루스코드진행에 기반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지만 두 음악이 이루고자 한 목적은 확실히 달라보인다.

비밥의 탄생과 함께 대중음악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 재즈.

이에 재즈 아티스트들은 조금 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음악적 요소들을 가미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장르인 Hardbop 은 비밥의 연장선이지만 이러한 시도들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들이 가미되어서 다채로워진다.
대중들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는 당시에 백인들의 로큰롤과 경쟁하며 흑인들의 대중음악으로 자리잡은 R&B 소울 (Soul) 의 요소들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소울 자체가 재즈와 그 뿌리를 함께 두고 있지만 재즈에서 소울의 대중적인 요소들을 역으로 다시 수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60년대 초반에는 흥겨운 블루스에 알기 쉬운 솔로로 이루어진 하드밥 재즈 곡들이 연달아 히트하기 시작했다. 이중 트럼펫주자 Lee Morgan의 Sidewinder는 블루노트 레이블의 최다 판매량을 갱신하며 대 히트에 성공했다. 이를 유사하게 모방한 하드밥 곡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때 나온 곡들은 들어도 들어도 찾으면 또 있으며, 조금씩 다르면서 전체적으로 비슷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의 악기편성을 유지하는 데다가 재즈 본연의 솔로 즉흥연주를 보여주어야 하는건 재즈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대중들은 이제 솔로연주를 지긋해 하는것 같았다. 복잡한 솔로를 듣고 앉아있기에 성질이 급해진 것일까.

지금도 친구들은 이야기 한다.

"연주곡이면 차라리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주는 편이 낫다. 재즈의 솔로 즉흥 연주는 그냥 1절과 2절 사이 간주로, 아니면 그냥 보컬 뒤의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정도면 족한 것 같다" 도 말이다.

이러한 대중들이 늘어나고, 그 아래세대는 재즈의 즉흥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조차 모르게 되었다.

재즈는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것이 되었고, 클래식 처럼 옛날 음악의 길로 접어드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대중들은 신생음악 Rock에서의 간단하지만 임팩트있는 기타 솔로만으로도 족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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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을 도전한 재즈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데이비스(Miles Davis)를 선구자로 해서 1970년대에는 퓨전재즈가 점점 자리를 잡아간다.

여기서 퓨전이란 주로 Rock음악을 받아들인 Jazz를 이야기하는데, 전자악기를 사용하면서 기존의 전통적 편성을 아예 무시해버린다. 스윙리듬만을 고수하지도 않았다.

재즈는 팝과 퓨전되면서는 즉흥연주라는 특징을 점차적으로 잃어갔다. 그저 재지한 느낌을 살리거나 관을 중심으로 한 악기 구성만을 차용하는 팝으로 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렇게 퓨전의 시대가 되면서 재즈는 '열린' 음악으로 바뀌게 되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다 들어와서 '재즈'라고 불리게된다. 힙합과의 퓨전은 최근에 각광받고 있지만 재즈의 본질적인 특징이나 색채는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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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국내 음악사이트에서 재즈 차트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Best 10 인데 재즈 곡은 뉴에이지 장르를 제외하면 몇 되지도 않거니와 그마저도 정통 재즈의 범주에 속하는 곡은 없다. Norah Jones는 블루노트 라는 레이블을 제외하면 재즈적인 요소가 너무 적고, 어쿠스틱 카페는 클래시컬하고, Michael Buble은 팝이다.

재즈는 잊혀진 음악으로 '재즈피아노' 를 배운 사람도 재즈를 배운 것이 아니라 클래식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코드에 기반한 실용 음악을 배웠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이제는 재즈 즉흥 '솔로'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 그래서 요즘의 많은 연주자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솔로를 연구하기보다는 화려하고 듣기 좋은 솔로만을 연주한다. 대중들은 그리하면 잘 알지 못하지만 화려함에 매혹되어 박수를 쳐준다.

재즈의 전성시대는 아마 재즈에서 모든 가능성이 구사된 60년대까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퓨전'이 실행되면서 재즈는 마지막 노력을 해보지만, 결국 '고전'취급받는 것을 막지 못하였다. 지금까지 재즈 아티스트들은 아마 새로운 기술이나 도전을 하는데에 역량을 집중해서, 대중들의 입맛에 맞추어 연주하는 것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재즈는 팝이나 rock 등 실용음악을 배우기 위한 기본기로서 여전히 살아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롭게 재즈음악의 즉흥연주에 매혹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중 하나이고, 앞으로 이렇게 다양한 경로로 재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지고, 새로운 시도들도 계속 되어서 재즈씬이 이러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


[우지융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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