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온(藴)'

글 입력 2015.01.23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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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2015.01.15).jpg

 
영남춤 공연 '온'을 보러 창덕궁 소극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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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소극장 도착!!
예상했었지만 역시나 '소' 극장이었다 ㅋㅋ
처음엔 못보고 그냥 지나쳐서 다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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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모습이다. 작았지만 잘 꾸며져 있었고 조명효과도 좋았다.
징, 장구, 북, 태평소, 아쟁 등 풍물놀이에 사용될 법한(?) 전통악기들도 있었다!
무용을 볼 때 선생님들이 옆에서 직접 음악을 연주해 주시는 거였다.
전통악기 소리를 직접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완전 기대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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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뒷면에 오늘 영남춤을 선보여 주실 출연진분​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사진만 봐도 뭔가 '난 전통무용 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는 듯한 우아한 아우라가 팍팍 풍겨나오는 듯 했다​ ㅎㅎ
 
 
그리고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진은 찍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아쉽게도 남기지 못했다.
​각 춤이 의미하는 것,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그 움직임을 통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한국무용 쪽에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운 적도 없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해석하는 건 어려웠다.ㅠㅠ
'아는만큼 보인다'고, 사전에 더 꼼꼼하게 조사를 하고 갔다면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내가 보고 느꼈던 것들을 중점으로 몇 줄 써 본다.
1. 영남 승무
승무는 '승려가 고된 점증적 수련 과정에서 겪게 되는 아와 비아와의 끝없는 수행을 춤으로 승화하여 표현한 춤' 이라고 했다. 양 손끝에서부터 길게 늘어지는 흰 천을 공중에 휘날리는 동작을 주로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안 좋은 기운을 흰 천으로 몰아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춤 자체는 매우 느렸지만 천을 흔들때 어깨와 손 끝에서 나오는 힘은 파워풀해 보였다. 그런 움직임을 계속 보고 있자니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 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속세의 고통에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승려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두 손에 연결된 긴 천이 번갈아 공중에서 날아다는 걸 보니 약간은 '한국판 Let it go'를 보는 느낌도 났다. 춤 도중에 무용가 분이 무대 록달록한 무늬의 북(?)을 연주하시면서 장구치시는 분과 함께 합주하시는 부분이 있었는데, 거의 한 5~7분동안 북소리와 장구소리만이 이어졌다. 까다로운 박자의 변화를 두 분이서 완벽하게 맞추는 게 무척 어려웠을 텐데 호흡이 척척이셨다. 굉장했다.
2. 영남 교방 살풀이
이 춤을 추셨던 분은 일찍 세상을 떠난 오빠를 애도하는 뜻에서, 원래 사용되는 지전 대신 흰 천과 무지개색 천을 사용하여 춤을 추셨다. ​표정을 보니 정말로 오빠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담겨있는 것 같았고,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춤으로 표현하시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흰 천을 한 손으로 들고 아주 느리게 춤을 추었다. 맞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그 흰 천이 오빠의 영혼을 의미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무지개색 천으로 바꿔 든 후에는 조금 역동적이고 희망적인 움직임으로 바뀌다가 끝이 났는데, 이 변화는 '애도와 슬픔의 시간은 이만 보내고
좋은 곳에서 부디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 장구 독주
​장구를 치시던 분께서 독주를 하셨다. 비록 음은 없었지만, 장단의 변화가 아주 많았다. 한 박자에 리듬을 좀 타보려고 하면 그새 다른 박자로 바뀌곤 했다. 느린 박자였다가 엄청나게 빠른 박자로 변하고... 그 수많은 변화를 어떻게 다 외워서 연주하시는지..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 그리고 4가지 영남춤에 비해 장구연주가 매우 빠른 템포가 훨씬 많아서 그런지, 연주하시는 분이 연주에 몰입하고 장단에 취하는 것이 눈에 확연히 보였다. 무대 위에서 쏟아내시는 에너지가 매우 강하게 와 닿았다. 그리고 시원시원하고 크게 울리는 장구 소리를 계속 듣다보니 마음에 답답했던 것들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3. 영남 선비춤
선비춤에는 호랑이, 낙엽 떨어지는 모습과 같이 어떤 모양새를 흉내내는 동작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그런 동작들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잘 찾을 수 없었다. ㅠㅠ 내가 잘 몰라서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 사실 내 눈에는 '그 동작이 그 동작이랑 마찬가지' 인 것 같다고 느껴져서 그랬던 걸까? 아쉬웠다. 하지만 흩날리는 하얀 옷자락과 쫙 펴졌다 접혔다 하는 부채가 조화를 이뤘고, 선비의 기개(?)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넉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선비'춤이지만 여자 무용가가 추셨는데, 마치 선비가 된 것처럼 호탕한 표정연기를 너무나 잘 하셔서 재미가 쏠쏠했다.
4.​ 영남 교방청춤
 
영남 교방청춤은 상체 움직임의 '남성성' 을, 하체 움직임의 '여성성'의 조화를 찾아볼 수 있는, 유명한 춤이라고 했다. 그래서 역시나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에서 이러한 특징을 찾을 수 있는지에 집중하면서 춤을 감상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상체에서 훨씬 더 여성적인 요소를 많은 것 같았다. 어깨에서부터 손끝까지의 움직임이 긴 곡선을 이루는 모양이 많아서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든 생각은 '예쁘고 우아하다' 였다. 저런 한국무용이라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4가지 영남춤 중에서 제일 아름다웠던 것 같다.
 
 
 
영남승무, 영남 교방살풀이, 영남 선비춤, 영남 교방청춤 모두 4가지 춤들이 모두 느리지만 절제된 파워풀함(?)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지만, 각자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을 많이 찾지 못해서 공연 끝으로 갈수록 비슷하다는 느낌에 계속 머물러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에 볼 기회가 없었던 한국의 민속춤을 전문가들을 통해 본 것만으로도 큰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이 무대에 서신 분들은 모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시는 일은 참 의미있는 일이고, 스스로도 자부심을 많이 느끼실 것 같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기대 이상의 볼거리를 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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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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