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네더, 상상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세상에서. [공연]

글 입력 2017.09.0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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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 상상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세상에서.


네더_포스터_도일.jpg
 

 
“네더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네더 안에서는 상상하는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
가상현실, 곧 말 그대로 상상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어린 ‘나’의 상상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렸을 때의 나는 지루한 시간에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으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일인데, 상상의 세계에 그렇게 깊이 빠질 수 있다는 게 당시에는 꽤 놀라웠다.

상상 속 모습에 재미를 붙이자 점점 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상상 속에서는 여러 가지 모습의 ‘나’가 생기게 되었다. 순간의 상상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상상 속 이야기가 이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시간이 흘러 미처 그런 이야기를 이어갈 여유가 없어지자, 상상 속의 ‘나’ 역시 하나하나 사라져갔다. 나는 상상의 모습들보다, 현실의 관계들과 일로도 이미 충분히 바쁜 삶을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때의 즐거운 추억들이 잊혀진다는 것은 아쉽지만, 어떻게 보면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지금의 내 시간들을 더 소중히 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상상했던 내용들의 대부분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결핍들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상상


네더_장면사진5.jpg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누군가도 자신만의 상상세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개인의 상상 안에서 모든 시나리오는 자유롭다.

그러나, 지금 말하고자 하는 상상의 세계 ‘네더’에서는 단순히 생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간 가상현실이다. 나만의 상상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상황들과 거의 비슷한 형태로 구현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상인 이 세계는, 누군가에겐 자신의 결핍을 마음껏 표출하는 장이 된다. 그 방식이 살인, 소아성애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더라도, 여전히 상상의 세계인 것이다. 때문에 극에 등장하는 심즈는 이러한 상황을 마음껏 제공하고 누리고자 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상상 속인 가상현실, 우리는 개인의 상상까지도 통제할 수 있을까.



왜, 네더인가


네더_장면사진7.jpg


각자 다른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상상을 가지고 네더 안으로 들어가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관계 안에 있다.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관계, 정말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진심으로 나를 대해 준다는 마음 말이다.

‘어느 누구도 내 자유를 통제할 수 없다, 네더는 개인의 고유한 공간이다‘ 라고 말하는 인물이 원하는 것은 결국 관계이다. 그 인물은 왜곡된 방식으로 자신의 결핍을 표출하며, 결국 현실에서 포장된 나와 다른 상상 속의 나를 ’새로‘ 가지게 된다. 하나의 진심이 아닌, 두 개의 가면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이 네더 안에서든, 현실 세계에서든, 그들이 원하는 진정성 있는 관계는 좀처럼 실현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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