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 속의 전시회 :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책 속의 전시회
글 입력 2017.08.2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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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 시인이 사랑하고 사랑한 11인의 창작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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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시인이 사랑하고, 사랑한 작가들의 이야기. 그들은 글을 어떤 생각과 자세로 썼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페이지를 하나, 둘 넘기면서 들었던 생각은 작가가 정말 그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작가는 그들이 머물렀던 공간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글을 써 내려갔다. 특히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쓴 부분은 그 사람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고 그 내용들이 체내에 흡수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애정이 많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이 책을 비유해본다면 '작가 11인을 굉장히 좋아하는 열성 팬이 그들을 위한 전시회를 열어서 직접 도슨트 역할까지 하고 있는 느낌.' 다시 말하자면, 책은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라는 제목의 전시회고, 작가는 그 전시회의 도슨트 같았다. 이 정도로 작가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까지 전달될 정도였다. 그렇게 애정이 느껴지다 보니 책에 대한 나의 태도도 변화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조금 지루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내려놓을까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하나의 전시회이며, 이 내용은 도슨트가 나에게 설명해주는 말이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책에 대한 느낌이 확 달라졌다. 작가가 나에게 그들을 알려주기 위해 작품의 일부도 읽어주고, 그들의 입장에서 얘기해준다고 느껴지니 점점 집중하게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씩 집중을 하게 되니 내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어느 부분에서는 '아, 이래서 이들을 사랑한 걸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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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발레리


석류


알갱이들이 과잉을 못 이겨
반쯤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이여,
스스로의 깨달음에 파열된
숭고한 이마들을 보는 것 같구나!

오, 반쯤 열린 석류들이여,
너희들이 인내한 수많은 나날의 햇빛이
자랑스럽게 애써 온 너희들로 하여금
홍옥의 격벽을 찢게 했을지라도

말라붙은 황금의 외피가
어느 강렬한 힘의 요구로
과즙의 붉은 보석으로 터진다 해도.

이 찬란한 파열은
일찍이 내가 가졌던 어느 영혼의
은밀한 구조를 꿈꾸게 한다.


모호한 감상과 평범한 사고에서 벗어나 지성의 절대 의식에 도달하는 것. '자아의 투시'를 위해 자신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사고, 그리고 그에 대한 과학적 훈련과 연구에 집중했던 '폴 발레리'의 '석류'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묘사를 해냈을까 싶었다. 석류의 벌어지는 모습을 자신의 생각을 투영하여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히 묘사를 하고 있다. 석류와 자아를 빗대어서 표현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굉장한 놀라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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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레트


콜레트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은빛 잉크 유리병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최면에 걸린 듯 정신없이 바라보는 일이며, 신비한 열기가 두 뺨으로 천천히 올라오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 그것은 또한 시간을 망각하고 마냥 게으름을 피우며 소파에 누워서 녹초가 될 정도로 궁리해 낸 온갖 상상의 세계를 램프의 동그란 불빛이 비추는 흰 원고지에 담아내는 일"이었다.


콜레트는 11인의 작가들 중 가장 마음이 갔던 작가였다.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여성이라고 생각이 하나의 이유였다. 당시의 분위기로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동성애자' 커밍아웃을 했던 점. 작가, 뮤직홀 댄서, 연극배우, 어머니 등 다양한 직업으로 살았던 점 등이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그녀에게 끌렸던 다른 이유로는 '필력'이었다. 간결하지만 직설적인 문체는 조금 어려웠던 다른 작가들의 글에 비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확실하게, 그러면서도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던 점이 나를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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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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