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예지의 변신 [문학]

코너에 몰린 문예지, 변신을 꾀하다
글 입력 2017.08.15 21:12
댓글 2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170815_225536202.jpg
직접 사 본 네 권의 문예지


 문학은 한 물 갔다고들 한다.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 한 때 문학에 집중되었던 관심은 이제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매체로 흩어지는 추세다. 그 연장선상에서 '작가세계', '문예중앙' 등 오랜 역사를 지닌 문예지들이 폐간 또는 휴간되었다는 소식도 들려 온다.  책을 좋아한다지만 문예지 한 번 사 본적 없는 사람으로서 어쩐지 찔리는 일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새로운 문예지들을 몇 개 알게 되었다. 표지만 봐서는 문예지라 짐작하기 힘든 이들은 대부분 창간된 지 2년 안팎의 젊은 문예지들이다. 폐간되고 휴간하는 문예지들 사이에서 새롭게 탄생한 문예지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알록달록한 표지부터 톡톡 튀는 제목까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예지 네 권을 한 번 직접 구매해 펼쳐 보았다. '젊은' 문예지 '문학3', '미스테리아', '릿터(Littor)', '악스트(Axt)' 를 소개한다.



문학3

 
13.jpg
  

 '문학3'은 '창작과 비평사'에서 2017년 1월 창간한 문예지로 네 권의 문예지 중 가장 최근에 만들어졌다. '문학3'이 어떤 문예지인지 알기 위해서는 창비에서 운영하는 문학플랫폼 [문학3]을 먼저 알아야 한다. [문학3]은 창작과 비평사에서 독자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한 문학플랫폼으로 문학지(종이잡지)와 문학웹(웹사이트) 그리고 문학몹(현장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점에서 판매하는 '문학3'은 [문학3]의 종이잡지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문학 옆에 3이 붙어 있다는 점이 독특한데 의미하는 바가 꽤 많다. 먼저 '3'은 [문학3]을 이루는 세 개의 근간-문학지,문학웹,문학몹-을 뜻한다. 동시에 3은 문학의 공공성, 현장성, 실험성 세 가지 요소를 탐구해간다는 의미이며 1년에 세 번 출간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창작과 비평사 블로그에는 '문학3'을 소개하면서 문학을 '모두의 말이 모두의 것이 되는 순간' 이라고 정의하고 '문학3'이 '문학삶'으로 잘못 읽히길 원한다고 한다. 그만큼 '문학3'은 그 어느누구도 아닌 생활 속의 나 자신, 더 나아가 현실을 사는 우리들의 문학을 강조한다. '문학3'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코너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문예지이지만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지 기대가 된다.





미스테리아

 
 '미스테리아'는 미스터리를 미칠 듯이 좋아하는 성향을 일컫는 영어권 속어로, 문학동네 출판그룹 중 하나인 '엘릭시르'에서 퍼내는 미스테리 전문 잡지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에 의한, 미스터리를 위한 잡지로 그 동안 순수문학이 아니라며 2류취급 받던 미스터리 문학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미스테리아는 작품을 발표할 무대 자체가 적은 한국 미스터리 작가들에게 작품을 실을 수 있는 지면을 제공하고 옛날에 쓰인 좋은 미스터리 작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올 해 8월 창간 2주년을 맞이하기도 했을 만큼 마니아 층으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달에 나온 13호에는 1930년대의 경성이라는 공간을 미스터리와 결부시키는 특집 코너가 있다. 더불어 다양한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유명한 미스터리 책들의 표지도 만나볼 수 있다. 그 뒤로는 미스터리 책들의 소개, 영화 < 불한당 >의 변성현 감독과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미스터리 작가들의 단편을 다루는 코너도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미스터리가 고픈 여름철에 읽기 좋은 잡지이다.





릿터(Littor)


131.jpg
  

 '릿터'는 민음사가 재작년 '세계의 문학'을 폐간하고 2016년 8월 새롭게 창간한 문예지이다. '릿터'는 '문학하는 사람' 이라는 뜻으로 리터러쳐(Literature)의 앞부분과 '~하는 사람'을 뜻하는 'or'이 합쳐진 말이다. 릿터는 전통적인 문예지와 다르게 외부 편집위원이 아닌 출판사 소속 편집자가 제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호는 '느슨한 공동체'를 커버스토리로 제시하며 관련된 짧은 이야기와 칼럼을 싣고 있다. 그 뒤로는 여느 문예지와 마찬가지로 수필, 소설, 시, 평론이 펼쳐진다. 그러나 요즘 추세에 맞게 대부분 글이 길지 않고 짤막짤막하다. 독특한 점은 힙합 가수 매드클라운의 인터뷰가 있다는 것. 기존의 문예지보다 문학의 장벽을 낮추고 폭을 넓힌 결과인 듯 하다. 젊고 감각적인 지면 디자인 또한 돋보인다.





악스트(Axt)

    
Axt13호웹용-600x843.jpg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퍼내는 소설 중심 문예지 '악스트'는 네 권의 문예지 중 가장 문예지스럽지 않은 표지를 지녔다. 각각 알록달록 다른 색깔의 표지에는 각 권마다 각각 다른 작가의 얼굴이 들어 있다. 2900원이라는 가격도 파격적이다. '책은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는 카프카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악스트'라는 제목에는 'Art&Text'라는 뜻이 있기도 하다. 소개글에 따르면 악스트는 '생각을 깨고 얼어붙은 감정의 바다를 깨는 도끼'의 역할을 자처한다. 또한 문학을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취지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지면의 색깔도 다양하고 독특한 편집디자인도 눈에 띈다. 다른 문예지들과 달리 소설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과 독특한 디자인에 자꾸 눈이 가는 경우다. 이번 호에서는 중국 작가 위화의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다.








변신은 달라지는 것일 수도 있고
새로워지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변신은 무죄이지만
어떤 변신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더는 버틸 수 없는 절체절명의 지경에 내몰렸을 때
우리는 정체성을, 또는 정신을 바꿔 생존을 도모한다.

-'악스트' 13호 서문 중에서-


 작가와 독자의 세대가 교체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문학은 지금 변신 중이다. 문예지의 변신은 결국 문학의 변신과 연관되어 있다. 네 권의 문예지를 아직 끝까지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쭉 훑어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재미있다' 였다. 감각적인 디자인이 시각을 자극해 호기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게끔 유도했고 일상과 맞닿아 있는 내용은 조금 더 집중해서 글을 읽게 도와주었다. 또한 기존의 문예지가 문학을 하는 사람들, 즉 문단에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사람들을 뚜렷하게 나누었다면 새로운 문예지들은 그 경계를 허물고 문학의 범위를 확장하여 모두가 문학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네 권의 문예지는 앞서 말한대로 젊다. 젊다는 것은 새롭고 힘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숙하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도 창간되고 2년을 살아남은 '악스트'와 '미스테리아'의 경우 어느 정도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문학3', '미스테리아', '릿터', '악스트' 등 새로운 문예지들은 과연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까? 2016년 초 폐지되었던 우수문예지 발간지원사업이 최근 다시 부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변화의 바람을 잘 타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젊은 문예지들의 앞으로의 행보와 그 행보가 가져올 변화가 기대된다.


[김소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2
  •  
  • 반달곰
    • 안녕하세요, 소원씨!
      덕분에 좋은 정보 얻었습니다.
      서점에 찾아가 읽어보니, 진짜 재밌더라구요ㅎㅎ
      앞으로도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 0 0
    • 댓글 닫기댓글 (1)
  •  
  • 갈매나무
    • 2017.09.07 01:08:24
    • |
    • 신고
    • 반달곰댓글을 뒤늦게 봤네요! 감사합니다:D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