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아레: 점으로부터 moiré: from dots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7.0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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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돌리면 모든 방향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지금, 인간의 집중 지속 시간은 8초가 되었다. 이 짧은 시간 내에 시선을 사로잡기 위하여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때문에 오늘날 이루어지는 많은 전시들은 작품 외의 요소에까지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작품이 주고자 하는 의미를 배제한 채 단순히 작품 중 일부를 움직이도록 만들거나, 작품들을 연이어 보여주는 식의 미디어아트 또한 많다.

  미디어아트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전적 정의로서의 미디어아트는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인 대중매체가 미술에 도입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동암 저, 「미디어 아트」에 따르면 마셜 매클루언에 의하여 궁극적으로 메시지 전달의 수단과 방법을 가지고 있는 모든 매체는 미디어이고, 따라서 조각과 같은 예술도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보았을 때, 정동암이 그의 저서에서 분류한 미디어 아트의 주요 아이템 10개(사진의 발명과 모던아트, 영화와 움직임의 시각, 레디메이드와 미디엄 예술, 매스 미디어와 팝아트, 모던 아트의 아방가르드 정신, 영상 매체와 비디오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정보와 예술, 생명과 키네틱 예술)가 바로 오늘날 전시 등을 아울러 널리 통용되는 미디어아트의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언급할 두 전시는 그들 중 영상 매체(비디오 아트)와 디지털 미디어, 그리고 미디어아트에서 소통의 측면을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전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오창근展 <모아레: 점으로부터 moiré: from dots>

  일정한 간격을 갖는 무늬가 반복해 겹쳐지면 물결과 같은 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물결무늬는 일정한 간격을 갖는 반복된 무늬들이 움직일 때마다 다른 무늬를 또 그려낸다. 이러한 현상을 모아레(무아레, Moire) 현상이라고 부른다. 오창근 작가는 점들의 모임, 즉 패턴으로부터 모아레 현상을 발견해낸다. 그의 작품은 모든 형상의 시작점인 점으로부터 익숙한 우리의 동작, 목소리, 형태 등의 모습을 형상화해낸다. 익숙하기에 새로움이 없었던 우리 자신의 모습들은 그의 작품 속 점들에 의해 재구성되고 생략되거나, 확장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더불어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는 형식을 바꾸어 보여준다. 자신의 음성을 시각화한 점의 모임을 보게 하기도 하며 움직이는 순간을 고정시키거나 흘러 보내기도 한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지만, 그 형태와 형식을 부분적으로 뒤틀어버림으로써 낯선 감각을 통해 지각하게 하고 그로 인한 새로움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Spreading Phonography」는 관람객의 목소리의 강약에 따라 40여개의 서로 다른, 그러나 연결된 패턴처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형상을 화면에 표시한다. 관람객은 그 앞에 섰을 때, 처음에는 고요함에 따른 한 줄의 점들을 보게 되지만, 목소리나 박수 등으로 큰 소리를 내었을 때에는 알 수 없는 규칙에 따라 요동치고 파도치는 모습의 점들을 볼 수 있다. 각각 다른 크기와 색을 가진 점들은 관람객의 ‘소리’라는 청각적인 요소를 시각적인 것으로 바꾸어 다른 감각으로서 지각하게 하는 것이다.

  전시장의 한 쪽 벽 전체를 바탕으로 하는 「Starry Motion」은 「Spreading Phonography」에서와 같이 관람객의 모습을 다른 형식으로 재구성하는 작품이다. 점의 패턴들이 소용돌이치고 흘러가고 요동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관람객의 시각적인 요소를 청각적인 요소로 바꾸어놓는다. 관람객의 동작에 따라 형성되는 점들의 모임은 피아노 음악을 연주하고 관람객의 몸짓이 격렬해질수록 점들의 연주 또한 강렬해진다. 오창근은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지금 살아 움직이는 음악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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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오룩닷컴>


  이와 같이 다른 형식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에는 「Portrait Ⅺ―sonograph」도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자신이 내는 소리에 따라서 모니터에 나타나는 그래프들의 변화를 볼 수 있다. 흑백의 그래프는 다르게 바라보자면 어두운 밤중에 흘러가는 강물 같기도 하고, 빼곡하게 들어 찬 먼지들의 움직임 같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흘러가는’ 것으로 동일시될 수 있는데, 실제로 작품의 모니터 속 움직임은 되돌아오거나 순환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단지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 움직임은 관람객의 소리로서 잠시 멈춰질 수 있으며 그 움직임의 멈춤 속에서 관람객은 자신의 모습이 언뜻 비춰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흘러가는 강물을 잠시 붙잡을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순간의 찰나에 보이는 모습처럼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모니터 속의 그 모습은 미처 흘러가지 않은 채 멈춰진 그래프들에 의해서 가로로 조각조각 난 파편화된 모습이다. 이렇듯 마치 작은 폭포수와 그 물살에 비추어지는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이 작품이 나 자신의 ‘변화의 역사’를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몰랐던 나의 작은 변화를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더 빠르게 발견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이 작품 속에서, 매일 마주하는 나 자신이기에 몰랐던 변화의 모습들이 흘러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 모습은 그 순간순간의 나의 소리를 담은 주파수 같기도 했으며 순간순간의 나의 모습을 담은 책의 페이지 같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작가에 따르면 이 작품은 외면과 대화하는 내면의 덧없음을 감지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언젠가 과거가 될 작품 속 현재 자신의 모습이 관람객에게 덧없음이 될 것인가 소중한 기억들의 모임이 될 것인가는 한 끗 차이이지만, 그 차이는 관람객이 과거를 바라보는 나름의 시각을 반영하는 큰 차이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미디어아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생각하는 전시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앞으로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아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람객의 감각에 다양한 방면으로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아트는 단순히 자극을 주어 관람객들을 사로잡는 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내가 소개한 두 전시에는 모두 작품과 전시의 의미 전달에 있어 미디어아트가 활용되었으며 내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미디어아트의 활용이란 바로 의미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작품과 전시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 미디어아트가 활용되었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작품·전시와 관람객 간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끔 하는 것에도 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도와 의미를 알고 보는 전시는 주관적인 느낌이나 견해만을 투영시킬 때보다 더욱 풍부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보다 많은 것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참조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 <주의 지속시간에 대한 소비자 연구 보고서> (2013)
-두산백과, 미디어아트 (media art)
-정동암, 「미디어 아트」 (2013)
-오창근, <모아레: 점으로부터 moiré: from dots> 작가 노트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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