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문학]

보노보노가 건네는 귀여운 위로를 들어 보실래요?
글 입력 2017.05.14 23:4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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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싫증이 금방 나는 성격이라 한 분야에 꽂히는 일이 잘 없다. 그래서 유난히 덕질에는 흥미가 없지만 그런 내게도 좋아하는 캐릭터가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보노보노인데, 그 만화를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온화해지고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지금 자취방에는 TV가 없어 자주 만날 수 없지만 보노보노는 유년시절부터 잠이 안 오던 밤들을 함께 했던 2D 친구다. 동시간대 방영하던 심슨이나 괴짜가족은 영 내 스타일이 아니다. 피곤해보이고 흐물흐물한 그림체, 소곤소곤한 목소리가 졸음 유발엔 딱이다.
 낮잠을 너무 자서 잠이 안 오는 날이면, 엄마 몰래 TV 앞으로 가서 볼륨을 최소한으로 낮추고 전원을 살짝 켠다. 그리고 채널을 투니버스로 돌리면 한시 반쯤, 나긋나긋하게 포로리를 부르는 보노보노와 왠지 마음에 썩 들지 않는 너부리가 등장한다. 집중을 하는 듯 조는 듯 화면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환해진 아침 소파 위에서 잠든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asmr이 따로 없지만 꽤 재밌는 만화였다.
  
 스마트폰이 내 생활을 지배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보노보노를 찾지 않았다. 그러다가도 아주 가끔, 귀여운 보노보노가 다시 생각이 날 때가 있다. 다시 순수해지고 싶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해지고 싶을 때.  뭐라 형용할 수 없지만 그렇게 그냥 보고 있으면 기분이 몽롱해지고 자체로 힐링이 되는 어딘가 이상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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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나는 오늘 예정에 없던 지출을 하고야 말았다. 오랜만에 보노보노 사진을 수집하며 잔뜩 귀여워하고 있던 찰나, “보노보노 책도 나왔다, 이거 사봐”라며 친구가 장난스레 남긴 댓글이 화두였다!
 에세이 책은 두 세번 이상 잘 읽히지가 않아서 웬만하면 지출을 삼가는데, 여느 서점을 가도 베스트셀러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보노보노님을 차마 무시하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책을 집어 펼치자마자 2초도 채 안돼서 소장 욕구를 마구 불러일으켰다. 결국 홧김에 구매해버리긴 했지만, 살다 살다 만화 캐릭터에게 위로를 받을 줄이야!



# 완벽함보다 충분함_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있어_ # 그런 나도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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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마냥 귀여운 그림과 글귀로 가득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의외로 보노보노 에세이는 많은 것을 공유하고 느끼게 했다. 아래는 부끄럽지만 내가 올해 초에 적어둔 일기다. 책을 통해 얻은 생각의 변화를 보여주고 싶어 공유해본다.
 


 어쩐지 나는 싸우는 것을 싫어한다. 관계를 놓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상대와 멀어지고 나서 이후의 어색함과 냉랭한 기운이 싫다. 정확히는 싫다기보다 무섭다. 내가 왜 이토록 누군가와의 관계에 대해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타인을 많이 의식해서 그런 것 같다. 인연이 아니었다면 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그렇다.
 나는 사과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일단 말의 첫 마디 부터 “죄송한데”, “미안한데”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왜 스스로 을이 되려 하는가 하면 자존감이 낮은 탓도 있는 것 같다. 나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를 더 두려워한다. 가령 누군가와 사소하게라도 다퉜을 때, 분명 잘못이 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이해해주지 못 했던 내 잘못이 컸다고 반성한다.  물론 반성을 하는 것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어느 정도 그럴 필요는 있지만 자책이 심해지는 것이 문제다. 왜 자꾸만 스스로에게서 이유를 찾아내려 할까? 왜 관계 회복을 위해 사과부터 하려 하고, 그 사과를 위해 죄를 지어내는 것일까?
2017.3.16



 나는 책을 읽은 이후로, ‘관계’에 대해 좀 더 쿨해지기로 했다. 애써 너무 마음을 쏟지도, 담아두지도 않아야겠다고 말이다. 그동안의 나는 관계를 위해 사과를 했고, 사과를 하기 위해 죄의식을 느껴야 했으니까.

 조금 웃길지도 모르겠지만 보노보노를 통해 쿨해지는 방법을 배운 셈이다. 인생을 조금은 편하게 사는 방법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소심하고 걱정도 많은 나는 보노보노와 너무 닮았다. 답답하게만 생각했던 보노보노의 모습이 어쩌면 나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 친구는 꽤 좋은 구석이 있던데, 나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내가 모르는 나의 구석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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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함께 나누고 싶은 글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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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보노보노같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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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주변에도 보노보노와 친구들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마음속에 빛나는 돌멩이를 하나씩 품고 사는 사람, 어딘가에는 너부리처럼 직설적인 말과 못난 행동을 일삼지만 우정과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진지해지는 사람, 보노보노처럼 끊임없는 고민과 걱정으로 하루를 채우면서도 나를 아끼는 방법은 갖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 책은 공감과 위로를 원하는 사람에게 편하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책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어떤 해결책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보노보노와 친구들의 엉뚱한 행동들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고, 가끔은 인생을 두 번은 살아본 듯 깊게 내던지는 따뜻한 조언들이 마음을 한층 두터워지게 했다. 어쩌면 단순한 마음가짐들이 때로는 복잡한 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살게 할지도 모르는 법이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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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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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h4941
    • 안녕하세요 두레에 참가하고 있는 황아현입니다. 귀엽기만해 보이던 보노보노에게 이렇게 속 깊은 뜻이 있는줄 지연님의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저도 지윤 님처럼 모든 상황의 원인을 제 탓으로 귀인화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사로잡혀있고는 합니다. 이는 저에게 끊임없는 걱정거리와 고민을 안겨주지요. 하지만 정말 이 책과 같이 특별한 해결책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저를 아끼고 이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할 뿐.. 글에 대해 언급을 하자면 좀 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책이 어떠한 구성을 통해 우리를 위로하고 있는지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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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민
    • 안녕하세요 '두레'에 참가하고있는 이승주입니다.
      글을 읽어보니 성지윤님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글을 자신의 내면의 얘기와 함께 솔직하게 쓰신 것 보고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도 타인에게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고 피해주기 싫어하는 마음에 혼자 속앓이를 좀 하고 있습니다. 지윤님의 글을 보고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배우고 갑니다. ㅎㅎ 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같은 애니메이션과 에세이가 접목 된 컨텐츠를 소개해주시는 점 좋은것 같습니다.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컨텐츠로 사용하는 것들이 아주 많은데 애니메이션을 에세이와 결합한 것은 지윤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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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yeonjg
    • 안녕하세요! 두레에 참여중인 쓰다듬다, 조현정입니다
      보노보노가 지윤님 유년시절엔 재미를 주었고, 어른이 된 지금의 지윤님에겐 위로를 주었네요!
      사실 저도 지윤님처럼 이 책이 귀여운 그림과 글귀가 담겨있는 책으로만 생각했었어요.
      저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로 마음의 위로를 얻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윤님덕에 좋은 책을 알게되었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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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밤바434
    • 두레 참여중인 김마루입니다. 우선,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저도 보노보노를 좋아하고, 저 책을 서점에서 봤을 때 너무 사고 싶었는데, 방학을 이용해 읽어볼 생각입니다.(아직 기말이 남았지만요 ㅎ)
      사실 보노보노의 대사는 아주 단순하고 쉬운 말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렇기에 더 생각해볼 지점들이 많은 대사들로 이루어져있죠. 지윤님이 좋아하시는 나른하고, 귀여운 어딘가 어설퍼보이는 말들을 글로 옮겨보면 책에서처럼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본인이 느낀 감정의 변화와 계기를 솔직하게 잘 쓰신 것 같아 쉽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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