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성은 때로 가벼워진다

글 입력 2017.04.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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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감성'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이 조용해지는 새벽 시간, 오늘과 내일 사이에
현실감은 조금 떨어지고 어쩐지 붕 떠 있는 것 같은 시간.
평소에는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이, 말들이
아무렇지 않아 지고,
그 아무렇지 않음에 취하는 시간.

가끔씩 우리는 '새벽 감성'을 담아 글을 쓰곤 한다.
보통 채 몇 시간도 안되서 그 글을 다시 지운다.

나에게 이 책, 『찬란하고 쓸쓸한 너라는 계절』은 그랬다.
지치고 지친 사람들의 새벽에,
그런 시간에 어울리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폐한 일상에 조금은 넘치는 듯 한
감수성의 비를 내려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가볍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한 페이지에 담은 부분에서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사월 십육일

2014년 4월 16일. 비가 내리는 오전,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바다에서 날아들었다.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충격과 고통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몸에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날 나는 내내
협재 바다를 보며 생각했다.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꿈이 아니었고, 현실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 날이 희석되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4월 16일,
그 날의 차가운 바다를 나는 잊을 수 없다. 아니, 많은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 묵직한
상실의 느낌들을 

-『찬란하고 쓸쓸한 너라는 계절』, p.231 중에서



세월호 사건을 단순히 '상실'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라는 닳고 닳은 표어로
무마할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있더라도 그러면
안되는 게 아닐까?

이 부분부터 시작하여,
책의 대부분의 글귀들이
우리 모두가 보편적이라 생각하는 것을
잘 버무려 놓은 게 아닌가 하는 감상이 들었다.

'새벽 감성'd이라는 말처럼,
감수성을 표방하기 때문에
그렇게 합리화 함으로 인해서
지나치게 가벼워지지는 않았나 싶었다.

좋았던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바닥
 
쓸어도, 쓸어도 매일 뒬구는 바닥의 먼지들 처럼 마음을
쓸어내도, 너는 내 안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곤 했다. 기억의
바닥을 남김없이 몽땅 다 쓸게 될 즈음이면, 나는 더
이상 너를 재생하지 않을 수 있게 될까.

--『찬란하고 쓸쓸한 너라는 계절』, p.49 중에서

 

이것이었다.

기억에 대한 이미지를 청소와 연결시킨 것이 새로웠고,
보편적이고 어쩐지 어디에선가 많이 본
이미지들 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삽화들은 직관적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직관적이지 않다고 여긴 삽화들이
글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바라보면
너무나도 직관적이었다.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힘이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언젠가 한번쯤은 해 보았을 생각에 대한 집합체이다.

그 생각을 떠올리면서,
'맞아, 나도 이랬지'
하고 공감하면 좋을 것 같다.

책의 제목과도 같이 말이다.
계절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각자 그 계절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이미지들 속에서
이 책이 건네는 공감은
그 자체로는 가볍다고, 개인적으로 느끼지만

그 안에서 더 많은 것들을 뽑아낼 수 만 았다면
결코 가볍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찬란하고도 쓸쓸한 너라는 계절2.jpg
 
  
[최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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