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국악의 블루오션 - 국립국악관현악단 2017 리컴포즈

글 입력 2017.04.0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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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블루오션을 보다
'전통의 자기 혁명 프로젝트'
2017 리컴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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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시간을 내본 적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국립극장까지 가는 길이 더욱 특별했다. 극장에 도착해보니 2017 리컴포즈를 공연을 위해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서 놀랐다. 사실 오면서 국악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을까 하고 내심 노심초사했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내 공연인마냥 안도했다. 내 안도에는 '아직 우리 국악을 찾는 분들이 이렇게 계시는구나.' 라는 마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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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작은 크기의 공연장이었다. 하지만 작은 무대 덕에 무대 구성이 촘촘해보였고, 무엇보다 악기들의 소리가 극장 안을 꽉 채워 울려서 스피커가 필요없을 정도 였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내 좌석이 복도쪽 끝이어서 무대 오른편에 있었던 태평소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날 국립국악관현악단의 2017 리컴포즈 모든 곡들은 이번 공연이 초연이었다. 서양음악의 뿌리를 둔 네 명의 작곡가분들의 첫 연주를 볼 수 있었던 사실이 뜻깊었다.


리컴포즈_강순미 작곡가_국립극장 제공.jpg

 
첫번째 곡은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다오.'였다. 이 음악은 굉장히 느린 가락이 특징인 '수제천'의 가락과 그 특성을 활용한 작품이다. '수제천'의 슬픈 사연인 아내의 마음 깊이 호소하는 감정을 각 악기의 특성에 따라 표현되었다. 이 곡의 특별했던 점은 국악 관현악단에 서양 악기가 함께 참여했던 것이다. 마림바와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국악과 어울릴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막상 연주를 들어보니 서양 악기는 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로 국악의 가락을 더욱 매력있게 만들어주었다. 거문고, 가야금, 아쟁과 함께 서양 현악기의 소리가 튀지않고 국악의 선율에 잘 녹아들었다.


리컴포즈_김혜자 작곡가_국립극장 제공.jpg

 
두번째 곡 '영산지심'은 사실 첫번째 곡보다 더 조용하고, 더 국악의 색깔이 짙었다. 그래서인지 아주 숨을 죽이면서 듣게 되었다. 서양 음악과 달리 국악 연주는 중간에 멈춰서 어떤 악기도 연주를 하지 않는 타이밍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곡이 끝난건지 아닌지 구별하느냐고 아주 진땀을 뺐다. 어찌보면 클래식 음악보다 더욱 졸릴 수도 있었는데,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박수를 치려고 더 긴장하면서 감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영산지심'의 곡에서 처음으로 '편경'의 연주가 등장했는데 '편경'을 그림으로 배우기만 해서 너무 기억에 남았다. '편경'에 그 많은 종들이 어떻게 다 다른 소리를 내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또 그 소리가 얼마나 은은하게 퍼져나가는지 연주자 분이 '편경' 소리가 다른 악기 선율에 방해되지 않게 종소리를 다 잠재우느냐 꽤나 분주해보였다.


리컴포즈_강은구 작곡가_국립극장 제공.jpg

 
세번째 곡 '버들은 실이 되고......'은 가곡의 형식을 띄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곡들과 다르게 반복되는 멜로디가 있었다. 이 멜로디를 중심으로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흘러갔다. 이 곡에서 가장 듣기 좋았던 소리는 '양금'이었다. '양금'이라는 악기를 처음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소리가 서양의 '기타'와 비슷하지만 좀 더 맑은 소리를 내서 주된 멜로디를 양금이 연주할 때면 국악 연주라기보다 가요처럼 굉장히 친숙하게 들려왔다. 또 '피리' 소리도 돋보였는데, 내가 알고 있던 '피리'소리와 달라서 흥미롭게 듣게 되었다. 기존의 알던 '피리'소리는 귀를 찌르는 듯한 아주 높은 음역대였는데, 막상 공연에서 들었던 '피리' 소리는 종류도 다양했고 국악관현악단에서 없어서는 안될 특별한 악기였다.


리컴포즈_김대성 작곡가_국립극장 제공.jpg

 
마지막 곡은 '진토 굿'이었다. 역시 '굿'음악이어서 그런지 타악기가 연주에서 핵심적인 요소를 했다. 무대를 보면 뒤 편으로 타악기가 구성되어있는데, 타악기 연주자 분들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 공연 보는 재미에 한 몫했다. 왜냐하면 굉장히 다양한 타악기가 구성되어져 있었던 반면에 연주자 분들은 악기 수에 비해 적었다. 그래서 '저 타악기는 누가 연주하지?'라고 궁금해했었는데 연주자 분들이 분주하게 옮겨가며 여러 개의 타악기를 연주하셨다. 지휘자의 지휘를 따라서 이 악기, 저 악기 딱 맞는 타이밍에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 이 날 공연에서 가장 정신없이 바쁘셨던 것은 타악기 연주자 분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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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리컴포즈는 그야말로 국악의 블루오션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서양 음악과의 만남도 하나의 가능성이었지만 '국악' 그 자체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과 전통을 넘어선 예술로서의 가치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연주였다. 또한, 평상시에 가야금, 거문고, 해금과 같은 악기에 비해 편종, 편경이나 목어, 양금 같은 국악기를 볼 기회가 없었는데 공연을 통해서 다양한 국악기의 존재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인상깊었다. 서양의 클래식 공연은 서양 악기가 너무나 익숙해서 음악을 듣는 데에만 그쳤지 이런 가락은 어떤 악기가 연주하는지 집중해본적이 없었는데 국악 공연을 보면서 '저 악기는 이런 소리를 내는구나.' 하며 우리 소리에 자세히 집중해볼 수 있었다.

내년 리컴포즈에서는 또 어떤 국악의 블루오션을 들을 수 있게 될지 더욱 기대가 된다.


※공연 정보※

일시: 2017.03.24 (금) 8pm / 03.25 (토) 3pm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연주: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 이용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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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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