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보여주는 한국,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서울 [문화전반]

한국다움, 서울다움에 대한 반성
글 입력 2017.03.2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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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기 들어 유난히 외국인들을 대할 일이 많아졌다. 학교에 온 교환학생들과 어울리며 한국 문화를 소개해주는 동아리에 가입했고, 교내 어학당에서 근로를 하며 한국어를 배우러 온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안내 업무를 한다. 기숙사에 중국인 유학생 두 명도 새로 들어왔다. 새로운 문화, 새로운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부딪히며 소통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모든 것이 낯선 그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보람찬 일이다.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영원히 품고 갈 한국에 대한 인상을 내가 만들 수도 있는 거니까. 그들에게 한국은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역동적이면서도 전통적인 곳이라는 인상을 남겨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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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를 소개한답시고 이곳저곳을 외국인들과 함께 다녔다. 남산, 한강, 경복궁, 찜질방, 볼링장, 노래방 등등. 한복 체험도 하고, 서울 야경도 보고, 사우나에서 계란도 까 먹고, 막걸리에 파전도 먹고, 치킨과 삼겹살도 먹고.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이 한국에 대해 최종적으로 내리게 될 결론, 그러니까 이곳이 어떤 곳이다 하며 떠올릴 한 장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것이라 하면 한옥의 부드러운 곡선, 한복의 고운 색감, 김치, 비빔밥, 불고기, 그런 것들을 먼저 떠올린다. 요즘은 좀 더 젊고 현대적인 감수성으로, 63빌딩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의 매끈한 겉면, 강남의 핫한 클럽 문화, 치맥, 소주, K-POP 스타들을 꼽는 사람들도 많다. 모두 한국의 모습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전통적인 고유의 멋, 또 뜨겁고 열정적인 청춘의 모습, 모두 재미있는 한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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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페이스북 이문원 게시물 (사진 출처 불분명)


 하지만 그것이 한국의 ‘전부’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것들은 그럴 듯 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이것이 한국이고, 이것이 서울이다’라고 내놓은 것들은 어딘가 우리네와는 다른 세상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말이다. 외국인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특히 3박 4일 서울에 놀러 온 관광객이 아니라 최소 세 달 이상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작정하고 온 사람들이라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우리도, 파리의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크레페, 와인과 낭만적인 야경을 꿈꾸며 그곳에 갔을 지 몰라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그런 것들을 넘어서 그 도시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가? 화려한 스카이라인 아래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현지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사는지. 오히려 바닥에 깔린 더러운 보도블럭과 이곳저곳 아무데나 그려진 그래피티를 이국적으로 느끼고 카메라를 들이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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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Lillie Lovatt 페이스북 


얼마 전 SNS에서 ‘외국인이 찍은 서울’이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본 일이 있다. 촌스러운 글씨와 색깔로 그려진 ‘옛날짜장’, ‘갈치조림’ 간판이 늘어선 투박한 거리, 뒷골목의 네온사인, 혼잡한 출근길… 확실히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인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풍경이다. 이번에 동아리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외국인 친구가 찍은 서울의 사진을 봐도 비슷한 감성을 느낀다. 포장마차, 달동네의 어지럽고 가파른 골목, 재래시장의 먼지 쌓인 물건들, 불꽃놀이가 없는 대낮의 조용한 한강 같은 것들. 그들은 우리가 너무 일상적으로 봐서 더 이상 감흥이 없는 것들, 오히려 조금은 감추고 싶은 것들을 보며 신기해하고, 진실함을 느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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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꾸며진 것들이 모두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쓰러져가는 뒷골목과 달동네 주민들의 삶을 미화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것이 한국다운 것이다’의 범위를 조금만 넓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사흘 머물고 갈 관광객들의 즉각적인 반응만을 고려한 ‘상품’들은 외국인을 위한 것인지, 한국인을 위한 것인지, 중국인들의 것인지 누구의 것인지 모호하게만 할 뿐이다. 한국의 서울이라는 매력적인 도시에 외국인들이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기를 바란다면, 방문객들의 반응을 표면적이 아니라 깊이 있게 살피고, 서울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진짜 우리다움이 무엇인지 정립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며, 김치와 싸이만이 이곳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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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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