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쓸쓸하기에 찬란하神 도깨비 [문화 전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글 입력 2017.0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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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찬란하神,

쓸쓸하기에 찬란하神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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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번 주말을 끝으로 한동안 나의 금, 토요일 저녁을 즐겁게 했던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가 끝이 났다.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나에게 도깨비가 방영되던 날들은 모두 좋았다. 어제 도깨비의 전 에피소드를 외장하드에 담으면서 한동안 지속적으로 반복학습을 하게 될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드라마는 그저, 전생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김 신(공유 분)의 복수극과 도깨비 내외의 천 년, 만 년 이어질 슬픈 사랑이야기, 더불어 비극적으로 얽힌 왕, 왕 여(이동욱 분)와 왕비, 김 선(유인나 분)의 사랑 이야기가 전부다. 가끔씩 삶에 머물다 가는 신들의 존재를 제외하면 이 드라마는 여느 타 드라마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 그러니까 등장인물들의 삶에 가끔씩 머물다 가는 신들의 존재가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든다. 마치 장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운명의 굴레 속에 신과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마주하며 수 차례 신에게 묻는다. 도대체 당신은 무얼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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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분히 사랑 받았음에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으로 모두를 잃어버린 왕 여, 어리석은 남편을 지키기 위해 오라비와 같이 죽음을 택한 김 선, 끝내 주군에게 닿지 못하고 죽음을 맞아 도깨비로 다시 태어난 김 신, 그리고 도깨비를 소멸시킬 도구이지만 비극적인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도깨비 신부 지 은탁(김고은 분).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연결 고리 속에서 나비로 대표되는 신은 무정하기 그지없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이 드라마 속에는 슬픔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놓지 않는 이유는 (물론 배우들의 화려한 비주얼이 한 몫 하겠지만) 등장인물들이 괴로워하고, 슬프고, 힘겨워하면서도 삶을 살아내기 때문이다. 비록 도깨비 신부가 도깨비의 검을 뽑으면 도깨비가 무(無)로 돌아갈 운명이더라도, 도깨비는 허무의 공간을 거슬러 도깨비 신부를 다시 찾아왔다. 비록 결혼식 다음 날 아홉수를 겪은 도깨비 신부가 사고로 목숨을 잃더라도 시간을 타고 다시 도깨비 내외는 해피엔딩을 예고했다. 왕 여와 김 선 역시 얽힌 전생의 업을 풀어내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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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장스러울 정도로 징글징글하게 힘든 삶을 버티고 버티며, 소소하게 행복하고, 결국 해피엔딩을 맞는 이 줄거리는 아마 힘든 삶 속에서 어떻게든 행복해지고 싶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세상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 ‘나만 왜 이리 힘들까’ 좌절할 때, 지긋지긋한 운명의 굴레에서 결국 행복해진 ‘도깨비’를 떠올려야겠다. 해피엔딩을 바라며 현재의 어려움을 참고 견디자는 소리가 아니다. ‘도깨비’ 속 사람들은 그 지긋지긋한 운명 속에서 늘 슬프고 힘겹기만 하지 않았다. 분명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들이 있었다. 이들은 그 순간에 충실했다. 즐거운 순간의 기억을 가지고 슬픔을 버틴 것이다. 단순한 사랑이야기를 넘어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에 이 드라마는 여타 드라마와 다르다. ‘도깨비’는 지독히도 쓸쓸하고 슬픈 운명을 가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운명을 마주하고 서서 웃을 수 있기에 지독히도 찬란하고 아름답다. 아직 병신년이 다 가지 않은 듯한 정유년 초에, 여전히 차가운 현실의 대한민국을 찬란히 밝혀준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이제는 진짜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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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 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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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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