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소] 다채로움에 활력을 불어넣다, 창작집단 빛과돌의 이야기 - ③

글 입력 2016.07.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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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원하는 이야기, 그리고 시대가 원하는 이야기' 바로 극단 M.Factory의 모토였습니다. 비록 서면으로밖에 만나보지 못했음에도 극단의 모토를 이야기하는 한민규 대표님의 모습에서 공연예술에 대한 넘치는 열정과 애정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 만나볼 '창작집단 빛과돌' 역시 이름에 걸맞게 극단 M. Factory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임빛나 선생님 안녕하세요, 창작집단 빛과돌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부이자 창작 파트너인 진용석 연출과 제가 2012년에 창단한 ‘창작집단 빛과돌’은 창작 희곡을 무대화하는 작업을 위주로 연극 작업을 해나가는 젊은 극단입니다. 


 :) 극단의 모토, 창작극을 대하는 극단의 자세 혹은 창작극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인가요? 

 전체와 개인, 질서와 혼돈, 자본과 예술,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모두를 정체시키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는 이 혼돈의 시기에 우리는 모두 의미 없이 떠도는 빛이나 존재감 없이 굴러다니는 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디를 비춰야 할지 알지 못하던 빛은 돌을 비춤으로써 의미를 찾게 됩니다. 어디든 구르고 아무 곳에나 고이던 돌은 빛을 받음으로 존재를 드러냅니다. 만나면 의미를 찾고 존재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난 우리는 시대의 상처에 공감하는 희곡을 창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시대의 절망에 손 내미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모읍니다. 빛과돌은 우리의 연극을 접하는 관객들뿐만 아니라 함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에 의해서 각자가 존재하는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고 발견하기를 추구하는 연극 창작집단입니다.


:)외국 라이선스 연극이나 영화 및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 아닌 창작극을 고집하는 극단만의 이유가 따로 있나요?

 새로운 병에는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와 사상을 넘어 윤리조차 급변하는 지금의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그 이야기가 가장 잘 전달될 수 있는 새로운 –혹은 오래 전에 폐기했지만 지금 다시 필요한- 표현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이 창작극을 고집하는 이유입니다.   


:) 창작극이 제작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표인 진용석이 연출로, 부대표인 임빛나가 작가로 직함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창작의 과정에서는 그 구분이 거의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각자가 하고 싶은 말에 대한 함께 힘을 모아서 희곡을 씁니다. 연습실에서는 진용석 연출이 연습을 진행하지만 그 연습의 준비나 끝나고 나서의 수정 사항은 함께 의논하기 때문에 극작도 연출도 함께 하게 됩니다.
 자연히 이 시스템에는 엄청난 논쟁이 동반됩니다. 다행히 4년차쯤 되니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논쟁 보다는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지금까지 창작집단 빛과돌이 무대에 올렸던 연극 중에서 창작집단 빛과돌에 가장 잘 어울렸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2013년에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을 수상했던 <시에나, 안녕 시에나>라는 작품이 가장 극단의 정체성을 잘 드러냈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에나 안녕 시에나 포스터.jpg
 


< 시놉시스 >

천둥 번개가 무섭게 내리치는 장마철의 어느 밤,
아빠와 엄마와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정집에 낯선 손님이 방문한다.
묘한 분위기의 이 손님은 유독 그 집의 아이를 경계하고 또 주시한다.
손님의 이름은 시에나. 국적불명, 나이불명, 직업불명, 정체불명.
심지어 실수로 품 안에서 떨어뜨린 소지품은
용도불명의 날카로운 칼 한 자루이다.

 밤은 더욱 깊어지고 어디선가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환경 운동가인 아빠와 엄마는 이 전화를 받자마자 외출 준비를 하고,
손님은 엄마에게 자신이 아이를 재우고 돌아가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하는데.......



:) 위의 작품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유년기의 상처에 대해 언어와 신체의 분절을 통해 새로운 화법과 표현 방법을 개발하며 작업을 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유년기의 상처가 성인이 되어서도 성격적인 결함으로 남게 되는, 진부하다면 진부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이질적일 만큼 새로운 표현 방법을 사용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상처들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만짐받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 작품이 희곡의 창작 단계에서부터 저와 진용석 연출의 협업으로 희곡에 사용되는 언어의 분절이 무대에서 효과적인 의미 단위의 발화가 가능하도록 철저하게 계산되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협업이 가장 효과적으로 상호보완되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작품을 골랐습니다. 


:) 그 작품에 담긴 비화 또는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세요. 
 
 아직 협업 과정이 초반이었던 시기라 임빛나 작가와 진용석 연출 사이에 벌어졌던 연습실 외 시간의 논쟁이 지나치게 뜨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지면을 빌어 그 시기에 희생된 선풍기와 화장대의 거울, 그리고 많은 머그잔과 유리컵들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참고로 지금 저희는 창작 기간에 스테인리스 컵을 사용합니다.


:)창작집단 빛과돌의 향후 계획 혹은 비전은 무엇인가요? 
 
 빛과돌에 의해 지금까지 창작되고 공연된 작품은 ‘게바’, ‘완벽한 관계’, ‘시에나, 안녕 시에나’, ‘레알솔루트’ 이렇게 네 작품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희곡을 쓰고 제작할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나중에는 극장을 소유하고 빛과돌의 레퍼토리가 된 여러 편의 공연들을 계절이나 분기마다 공연하면서 그 시즌 중에 새로운 작품도 계속 발표할 계획입니다.


:) ART insight 및 ART insight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준 높은 관극 문화를 이끌어 주시는 아트 인사이트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연극은 소통이고 더 나아가 연대입니다. 그 출발인 소통의 시작은 관심입니다. 찬사도 혹평도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관심입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좋은 연극을 보고 나면 극장 밖에서 무작정 기다리다 공연이 끝나고 나온 배우나 연출에게 함께 술을 먹자고 조르곤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들 황당해 하기는 했지만 그 관심과 소통의 시도를 고마워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점점 서로에 대한 관심이 온라인 세계의 ‘좋아요’ 클릭 속으로 작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이 만나고 더 자주 이야기 나누고 오프라인 세계에서 진짜 손을 잡아서 일으켜 주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연극을, 사람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저 특이하다고만 생각했던 극단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고나니 보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서 갈 곳 잃은 빛이자 아무렇게나 구르는 돌이기에, 그리고 또 한 명의 시에나이기에 빛과돌이 건네는 손길에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진솔하고 인간적인 창작집단 빛과돌이 앞으로는 어떤 빛과 돌을 찾아 그 가치를 무대위에 선보일지 오래도록 보고싶어집니다.  



**대표사진출처 : 창작집단 빛과돌 블로그

 
반채은.jpg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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