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주목받지 않아도 괜찮아 [문화전반]

글 입력 2015.02.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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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지 않아도 괜찮아


  습관. 새해를 시작할 때마다 아차- 하며 시간의 빠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숫자는 바뀌지만 일상은 변하지 않는, 반복되는 삶 속에 St. Valentine's Day가 어김없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비춰진다. 여기에 이분법적인 시각도 함께한다. 사랑을 이 공식에 대입하면, 사랑은 아름답고 아름답지 못한 것은 사랑하지 않는 이들로 나오게 된다. 다소 편협한 공식일 수 있으나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St. Valentine's Day의 모습이다. 
  이날이 되면 사랑의 증명자는 타인의 의식이다. 아름다운 것은 주목받아야 하기에 타인의 의식이 중요해 지는 것이다. 얼마큼의 초콜릿을 받았는지 남에게 알려주며 ‘행복하다’는 표현을 마음껏 한다. 반대로 받지 못한 자에게는 실패, 쓸쓸함, 소외감 등의 부정적인 단어가 붙는다. 이들은 마치 눈을 감고 일어났을 때 엊그제와 같은 일상이 오길 기다린다. 사회는 St. Valentine's Day를 행복한 것과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나누고 있다. 

  사실, St. Valentine's Day는 정확하지 않은 세 가지 속설이 있다. 하나는 고대 로마의 그리스도교 성인 발렌티누스(St. Valentinus, 영어로는 밸런타인Valentine)를 기리는 축일이라는 설과 동시에, 병사들의 결혼을 금지한 상태에서 발렌티누스 사제가 이를 어기고 혼인성사((婚姻聖事)를 집전했다가 순교한 날을 기념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이교도의 축제에서 유래한 것으로 496년 교황 겔라시우스가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 형제를 기려 2월 14일을 밸런타인데이로 선포했으나 로마가톨릭의 성인력(聖人曆)이 개정되고 발렌티누스가 성인 명단에서 제외되기 전까지 축일로 지정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즉, St. Valentine's Day는 성인 발렌티누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콜릿을 주고받는 풍습이 19세기 영국에서 유래했다는 것과 일본 제과회사의 상업적 마케팅에서 St. Valentine's Day가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화려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St. Valentine's Day를 재창조한 것이다. 

  이야기를 살짝 돌려보자. 사랑과 관련된 이상한 법칙이 있다. ‘나’가 하는 사랑은 중요하지만 네가 하는 사랑은 관심이 없다. 사랑을 하는 주체가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 속 주인공의 사랑은 중요시 여겨진다. 완전히 타인임에도 불구하고 집중하고 열광하며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경청한다. ‘나’를 드라마 속 대상에게 투영하기 때문이다. ‘나’는 ‘너’가 실존하기에 투영할 수 없고,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물에게 나의 사랑을 대입함으로써 미래의 사랑을 떠올린다. 우린 가상의 사랑으로 현재를 충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왜 주인공의 사랑에만 집중해야 할까. 그들의 사랑은 항상 완벽한데 말이다. 현재, St. Valentine's Day를 곳곳에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과시하는 소비에 대해 비판하며 홀로 있음에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절반은 혼자다. 그렇다면 이뤄지지 않는 드라마 속 대상에게 시선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들과 ‘나’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나’의 현실은 St. Valentine's Day를 즐길 수가 없으니 대체할 욕구 대상이 필요해진다. 나는 너에게 나의 사랑을 맡긴다. 

  그래도 눈에 계속 밟히는 대상들이 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랑이 오히려 빛을 발하는 비주인공들이 존재한다. 나의 St. Valentine's Day는 그들과 함께한다. 


① SBS 드라마 나쁜 남자-어긋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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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렬한 사랑은 다치기 쉽다. 스스로를 태울 만큼 뜨겁고 강렬하다. 처음으로 느껴본 사랑이기에 온 힘을 다해 상대에게 집중한다. 그러나 상대는 사랑이 아니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여자와 남자는 어머니가 다른 남매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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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 남자는 자신을 버린 사람들이 자신이 느낀 처절함과 슬픔을 고스란히 느꼈으면 했다. 그러나 방법과 방향이 잘못되었다. 여자는 그를 첫사랑으로 여겼다. 첫사랑은 실패했고 쓰라렸다. 그 남자가 똑같이 이 감정을 알았으면 했다. 여자는 방아쇠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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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전부를 사랑에 걸었던 여자. 인생을 도둑맞은 채 친 부모와 누나들에게 복수를 한 남자. 가족의 사랑이 어긋났고 연인의 사랑이 뒤틀렸다. 누군가의 첫사랑도 뒤틀릴 수 있다. 나의 사랑은 여자의 사랑처럼 누군가에겐 비주인공의 사랑으로 비춰질 수 있다. 

줄거리: 심건욱(김남길)은 양아버지‧어머니의 보살핌을 받던 중 해신그룹 홍 회장의 혼외아들로 밝혀져 해신 사람이 된다. 그러나 신 여사(홍 회장의 부인)의 계략으로 가짜 심건욱(김재욱)을 데려오고 진짜 심건욱(김남길)은 버려진다. 심건욱(김남길)은 자신을 길러준 양아버지‧어머니가 친부모인줄 알고 있다가 신 여사로 인해 죽자 복수를 위해 다시 해신그룹으로 들어온다. 복수의 방법은 신 여사의 두 딸을 유혹해 처참하게 망가트리는 것과 해신 그룹과 심건욱(김재욱)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②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놓쳐버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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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이라고 여겼다. 당연히 너와 나는 이어질 것이라,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는 남자를 해하려는 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타인에 의해 만남이 시작되었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단 한명도 믿을 수 없는 궁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믿으며 사랑을 지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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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상한 오해를 받는다. 남자의 아버지를 여자가 죽였다고, 남자는 오해를 했다. 그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놓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여자는 버림받았다. 온 삶이 남자를 향했지만 방향을 잃었다. 남자는 다른 여자와 사랑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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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자와의 사랑이 부각되었다. 여자의 사랑은 비참하게 밟히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했다. 여자는 또 다른 사랑, 자신의 아이이자 남자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그러나 사랑이 완벽하지 않았기에 기억 속에 각인된다. 수많은 실패의 경험 속에서 사랑을 했기에, 부각되지 않은 사랑에 눈길이 간다. St. Valentine's Day도 그런 사랑의 한 종류일 뿐이다. 

줄거리: 담덕(배용준)은 서기하(문소리)와 사랑하던 사이였다. 왕의 자리를 두고 많은 다툼이 있었고 담덕(배용준)은 왕이 되었다. 그러나 서기하와의 사랑은 어긋났고 새로운 사랑, 수지니(이지아)를 사랑하게 됐다. 서기하와 수지니는 어렸을 때 헤어진 자매. 서기하는 담덕(배용준)의 아이를 가졌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③ 완성과 미완성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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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MBC 하늘재 살인사건

  연애 드라마의 대부분은 사랑이 이뤄진다. ‘나’는 가상의 ‘너’에게 투영했기에 반드시 사랑이 성공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사랑도 실패할 수 있다. 잘못된 사랑으로 연인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네 삶의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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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KBS 신데렐라언니

  그러나 ‘너’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St. Valentine's Day에 드러나지 않은 ‘나’를 말하는 것이다. 전혀 듣지 않았던 ‘너’의 이야기가 중요한 소재가 되어 드라마 될 수 있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신데렐라 언니의 사랑이야기, 짐작이라도 해봤을까. 
  St. Valentine's Day는 누구의 ‘나’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사랑을 하는 ‘너’, 놓쳐버린 사랑을 기억하는 ‘나’ 비주인공의 ‘나’가 빛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St. Valentine's Day는 빛나지 않게 보였던 ‘나’와 함께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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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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